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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 50대 부자] 40%가 게임·바이오·유통 등 자수성가형 부자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임채연·양미선 기자
산업 지형이 크게 변화하면서 전통 제조업 부자의 아성에 신세대 자수성가형 부자의 도전이 거세다.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2017년 한국 50대 부자의 40%가 자수성가형 부자로 나타났다. IT(정보기술)에 기반을 둔 게임·바이오·유통 산업의 호황과 궤를 같이 한다.

포브스코리아가 조사·선정한 ‘2017년 한국 50대 부자’의 특징은 자수성가형 부자의 선전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키운(inherited and growing) 부자가 아니라 스스로 부를 일궈낸(self-made) 케이스다. 50대 부자 중 19명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15위 내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4위), 김정주 NXC 대표(7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8위), 이중근 부영 회장(10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12위), 김범수 카카오 의장(14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15위) 등 7명이나 올랐다.

올해 순위에서도 IT산업의 자수성가형 부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부자 순위 4위의 권혁빈 회장의 재산은 1조원 이상 늘어나 6조792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24.49%가 늘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23위)도 재산이 2800억원 넘게 늘어 1조6034억원을 기록했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34위)도 1700억원 증가해 1조2471억원이 됐다. 올해는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재산 1조5923억원으로 단박에 24위에 신규 진입하며 IT업계 스타 CEO의 명맥을 이었다. 5월 상장 예정인 넷마블의 시가총액이 최대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지분 24.47%를 갖는 방 의장의 주식가치도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부자 순위 7~8위로 치고 올라간다.

재산 대부분 줄었지만 IT 부자 약진

한국 최고 부자는 지난해에 이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차지했다. 이 회장은 재산(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재산 포함)이 지난해 14조4418억원에서 올해 18조7068억원으로 크게 늘면서 확고부동한 대한민국 최고 부자 자리를 지켰다. 2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재산 7조4904억원의 배가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각각 3~5위를 차지했다.

권혁빈 회장은 상위 5명 중 유일한 자수성가형 부자다. 2015년 처음으로 순위에 진입하면서 단박에 7위에 올랐던 권 회장은 지난해 정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을 제치고 4위를 기록한 후 올해도 순위를 유지했다. 전통적인 제조업 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6~10위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보다 재산이 5.88% 늘며 8위에서 6위로 상승했고, 대신 김정주 NXC 대표는 재산이 26.83%나 줄면서 순위가 한 계단 내려앉았다. 지난해 14위였던 박현주 회장의 재산 증가도 눈에 뜬다. 1년 새 5000억원(22.73%) 가까이 재산이 늘어 3조54억원에 달한다. 순위도 14위에서 8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국내 최대의 ‘비(非)상장사 부호’로 꼽히는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8.63%,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19%,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48.63%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재산 지난해보다 4조원 증가

지난해 재산 4조4701억원으로 7위에 올랐던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순위권 내에서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경우다. 주식가치가 반 토막이 나면서 전체 재산은 1조 8929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순위도 15위로 떨어졌다. 오너가 출신은 아니지만 임 회장과의 인연으로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2대 주주로 올랐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지난해 31위에서 올해는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늘어난 재산 규모도 이건희 회장이 4조2650억원으로 단연 1위였다. 재산이 3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한 사람은 이 회장 외에 26위의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38.3%), 27위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32.28%), 38위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36.05%), 46위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30.88%) 등이 있다. 지난해 순위에 처음 진입했던 김병주 회장의 재산은 1조1135억원으로 1년 새 2700억원이나 늘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47위)과 조현상 효성그룹 사장(49위)은 이번에 처음 순위에 들었다. 함 회장은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이 지난해 세상을 떠나며 지분을 상속받아 최대주주가 됐고, 조 사장은 효성 지분을 계속 사들이며 지분율 12.21%로 2대 주주가 됐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19위), 구광모 LG 상무(48위),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50위)은 순위권에 재진입했다.

50대 부자 중 최고령은 이상일 일진·일진글로벌 회장으로 올해 79세(1938년생)다. 그의 재산은 지난해보다 24.66% 늘어난 1조132억 원이다. 1973년 섬유사업으로 창업한 일진은 컨테이너 및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연소 부자는 1978년 생(39세) 김범석 쿠팡 대표였다. 지난해에 이어 1조원이 넘는 재산을 기록했다. 순위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SK 일가 최기원 SK나눔행복재단 이사장도 꾸준히 1조2000억원대의 재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룹 오너일가 재산 희비 엇갈려


50대 부자들의 재산은 전체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 20위 중 지난해보다 재산이 증가한 경우는 이건희 회장, 권혁빈 대표, 최태원 회장, 박현주 회장, 김남정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6명에 그쳤다. 전체 50명 중 절반이 넘는 27명의 재산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국내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속에서 주식가치 또한 등락을 거듭하면서 재산가치의 변동이 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별 희비도 엇갈렸다. 삼성전자 주가가 폭등하면서 지분 3.38%를 갖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주식가치는 10조 원을 넘었다.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재산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삼성 오너 일가의 재산은 지난해 25조7316억원에서 29조1848억원으로 무려 3조4500억원이나 늘었다.

신세계 오너 일가 역시 재산이 크게 늘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재산이 21.6% 늘어난 1조6925억원으로 지난해 27위에서 20위로 상승했다.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32.28% 늘어난 1조3918억원으로 순위가 10계단이나 올랐다.

신세계그룹은 유통·식품 분야의 경쟁사인 롯데·CJ 등이 오너리스크로 휘청거리는 사이에 복합쇼핑몰(스타필드하남·코엑스) 등 신규 매장 오픈, 자체브랜드사업(노브랜드), 소주사업(이마트) 등 여러 분야에서 규모의 확대를 이뤄내고 있다.

LG그룹에서 분가한 희성그룹의 오너 일가도 재산이 전체적으로 늘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지난해보다 23.08% 늘어난 1조3362억원, 구본식 희성전자 부회장은 17.07% 늘어난 1조689억원을 기록했다. 부자 순위도 각각 4위, 5위 상승했다

반면 롯데그룹 일가는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불화, 최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불매운동 등 잇따른 악재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형제의 재산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20위에 올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재산이 28.24%나 줄면서 1조3584억원으로 30위로 내려앉았고,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도 14.48% 줄어든 1조 3807억원으로 4계단 떨어졌다.

IT·바이오업계 부자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 등의 재산은 늘어난 반면 김정주 NXC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재산은 크게 줄었다.

中 ‘사드 몽니’에 한국 부자 휘청


수출 주도 산업구조인 한국 경제는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 부자들의 순위 또한 정치·경제·안보 논리에 휘둘리곤 한다. 최근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여파가 한국 부자의 재산 가치까지 뒤흔들고 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이 ‘한국 최대 화장품 부호’로 불리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다. 중국 당국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에 따른 관광객 매출 급감으로 그의 주식가치는 1년 새 2조2000억원 날아갔다. 유통업계에선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해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줄면서 면세점 매출에 타격을 입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중국발 영향을 받았다. 패션업계에선 중국에서 자체 브랜드로 영업 중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피해를 봤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도 최근 대중국 수출과 중국 내 내수가 어려워지면서 주식가치가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파업 등의 영향으로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6년 만에 5조원대로 추락했다. 영업 이익률도 5년 연속 감소하며 지난해 5.5%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스마트카 개발 등 신사업 플랫폼 구축으로 현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임채연·양미선 기자


어떻게 조사했나

보유 주식 지분가액을 집계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은 3월28일 기준 주가와 주식 수를 곱해 산정했다. 비상장 주식은 지분율에 연결재무제표에 나온 각 회사의 주당 순자산에 3월28일의 각 업계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곱해 산정했다. 이후 비상장 기업임을 감안해 10%의 가치를 감산했다. 단, 업계 평균을 내기 어려운 기업일 경우에만 동일 업종 상장회사 3개의 PBR 평균치를 곱했다. 주당 순자산은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고, 배당금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치를 합산했다. 부동산과 그 외 금융자산은 반영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주식매매로 큰 차익을 얻은 경우는 참고해 가감했다. 부부는 한 명의 재산으로 합산했고, 25세 미만의 자녀가 부모와 동일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도 한 명의 재산에 포함했다.

201705호 (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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