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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럭셔리 산업의 리더들(5) 박해원 꼬달리코리아 지사장 

“소중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명품”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기자
프랑스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꼬달리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주인공을 만났다. 박해원 지사장은 포도의 탁월한 효능을 담은 제품으로 한국 여성들을 사로잡은 뷰티업계 게임체인저다. 꼬달리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와 함께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한국 명품 시장을 전망해봤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꼬달리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박해원 지사장.
꼬달리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자란 포도 성분을 담아 제품을 생산하는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다. 1995년 베르트랑·마틸드 토마스 부부가 폴리페놀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베르코 테른 보르도대 교수와 함께 친환경 화장품을 개발한 것이 그 시초다. 현재 폴리페놀을 비롯해 레즈베라트롤-올레일·비니페린 등 천연 성분을 안정화시킨 독자적인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모든 제품에서 파라벤·페녹시에탄올·프탈레이트 색소, 미네랄 오일, 계면활성제 같은 유해 성분을 제거했다.

프랑스 보르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비롯된 꼬달리는 자연에서 얻은 탁월한 제품력을 무기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8개국 1만1000여 개 매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며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7년 연속(2008~2014) 화이트닝 판매 1위, 5년 연속(2008~2012) 안티에이징 판매 1위, 미국 세포라의 2009년 내추럴오가닉 부문 판매 1위에 오를 만큼 전 세계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꼬달리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제품은 뷰티 엘릭시르, 비노퍼펙트 래디언스세럼, 그레이프 워터다. 특히 뷰티 엘릭시르는 중국 론칭 이후 상위 1% 부자들이 사용하는 꼬달리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4년 연속(2011~2014) 수입화장품 매출 1위, 수입화장품 재구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꼬달리는 지난해 4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 9월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꼬달리코리아 본사에서 박해원(47) 지사장을 만났다. 그는 “명품은 진정한 가치와 스토리를 갖고 있어야 하며 소비자들에게 귀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꼬달리는 진정성과 스토리, 제품력, 창립자의 의지 등 명품이 가져야 할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가방이 너무 아까워서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두고 1년에 한 번도 못 든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명품은 사용하면 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에요. 가방을 더 많이 들면 들수록 그 제품이 나한테 주는 가치와 경험도 많아지는 거죠. 화장품도 마찬가지예요. 비싼 크림 하나 사서 눈곱만큼씩만 바른다면 피부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제품을 충분히 경험해보는 것이 진정으로 명품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네요. 꼬달리는 한마디로 가격 대비 충분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진정한 럭셔리라고 생각해요. 최근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가 대세인데요. 자신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합리적인 럭셔리를 의미하죠. 꼬달리는 그런 가치를 대변하는 새로운 개념의 명품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2년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한 박 지사장은 원래 BNP파리바 그룹 기업금융팀에서 M&A 자문 업무를 담당하던 금융맨이었다. 또래보다 비교적 늦은 2003년 명품업체 전문 에이전시 부루벨코리아를 통해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2003년 아모레퍼시픽 스토어팀 부장, 2007년 피에르 파브르 더모 코스메틱 한국 지사장, 2013년 로레알코리아 액티브 코스메틱 디비전 매니저를 거쳐 2016년 꼬달리코리아 지사장에 취임했다. 박 지사장은 “금융업계에 있으면서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를 많이 접한 것이 명품업계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된 거 같다”며 “가격보다는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가 최근 한국 명품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가치 격상시킨 뷰티 전문가


▎1. 프랑스 보르도의 스파 콘셉트를 그대로 재현한 꼬달리 이태원 부티크. / 2. 꼬달리 최초의 비노테라피 스파. / 3. 꼬달리 이태원 부티크에서는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생활 21년 중 15년을 프리미엄 화장품업계에서 보냈습니다. 비슷한 연배들이 모두 2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으니 많이 늦은 편이죠. 명품업계에는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일단 양적으로 굉장히 많은 성장을 했어요. 부루벨코리아에서 일할 당시만 하더라도 브랜드가 10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50개에 육박할 정도니까요. 이렇게 다양한 브랜드가 들어올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경제성장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누구나 명품을 소유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 거죠. 그래선지 최근까지도 우리 명품 시장은 유행을 타는 경향이 강했어요.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하는 심리가 컸죠. 대표적인 사례가 3초 백이에요. 길거리에서 나와 똑같은 가방을 흔하게 볼 수 있었죠. 명품이라면 무조건 추종하는 현상 때문에 한때 짝퉁 시장이 기승을 부리는 부작용도 심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5~6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어요. 이전까지 과시하고 보이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경험을 중요시하게 된 거죠. 소비자들의 의식이 바뀌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마케팅 방법도 달라지고 있어요.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추세예요. 바이럴 마케팅이나 입소문에 대한 중요성을 명품 브랜드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모양새죠. 제품이나 브랜드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도 그런 일환인데요. 진정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더욱 많은 사랑을 받는 시대가 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지사를 세운 이후 박 지사장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다. 제품의 퀄리티만큼 브랜드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미션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한국 지사가 설립되기 이전 꼬달리 제품의 주요 유통 채널은 약국이나 드러그스토어였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저가 브랜드로 인식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박 지사장은 지난 1년간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유통 채널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자사의 더 많은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부티크를 만들고 스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합리적인 가격도 우리의 브랜드 가치가 과소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예요. 꼬달리는 럭셔리한 텍스처에 사용감이 훌륭하고, 자연 성분을 이용해 효과도 좋은 제품들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대로 인해 기대한 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할 거라는 이상한 선입견이 생기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가격만 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봐요.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가치와 경험을 전달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굳이 가격을 올려서 무리하게 이윤을 창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는 훌륭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창립자들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박 지사장의 진정성 있는 노력 덕분일까. 한국에 진출한 지불과 1년 만에 꼬달리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악플이 없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점점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박 지사장은 이런 여세를 몰아 향후 브랜드를 알리는 데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2019년까지 단독매장을 하나 더 늘리는 동시에 백화점 매장도 15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박 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퀄리티”라며 “명품으로 인정받을 만큼의 제품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경험을 늘려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런 훌륭한 제품을 만들려면 남들보다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테스트도 많이 해야 돼요. 물론 실패도 많이 해야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제품 하나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브랜드보다 두 배 정도 더 소요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한길을 걸어가고 있죠. 그런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신념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20년이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박 지사장은 앞으로 한국 명품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적인 명품 강자들은 지금처럼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소비 패턴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예전과 달리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불하는 대가에 비해 좀 더 많은 가치와 경험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수백만원 주고 한 번 쓸 가방을 구입하기보다 수십만원짜리라도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을 찾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어포더블 럭셔리 시장이 앞으로 더욱 관심을 모을 것이라고 봅니다. 전체 명품 시장의 규모는 줄지 않겠지만 그 시장에서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한국 명품 시장은 외국 브랜드들이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제부터라도 한국의 정서와 가치를 담은 명품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명품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에요. 수많은 시도와 노력이 필요한 산업이죠. 명품 산업에 대한 신념을 갖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기업가들이 나와 준다면 결코 요원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얼과 혼이 담긴 제품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들과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겨룰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우리 브랜드를 외국에 알리는 데도 일조하고 싶습니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기자

201711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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