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Trend

Home>포브스>News&Trend

큰 생각을 위한 작은 책들(1) 

희망의 메시지 전하는 '꽃들에게 희망을' 

김환영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whanyung@joongang.co.kr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새로운 시리즈다. 작은 책에서도 비즈니스나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책은 트리나 폴러스가 쓴 우화소설 [꽃들에게 희망을]이다.

최고경영자(CEO)와 CEO를 꿈꾸는 여러분을 위해 이번 시리즈를 기획했다. 여러분은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아이들이나 손자·손녀들, 남편·아내와도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미래 구상을 위해 생각도 깊고도 크게 해야 한다. 독서는 생각의 실마리다. 크고 넓은 생각은 반드시 두툼한 책을 읽어야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작은 책에서도 비즈니스나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시리즈 ‘큰 생각을 위한 작은 책들’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 [어린왕자(The Little Prince)] [동물농장(Animal Farm)]과 같은 작은 책을 소개하고 집중 해부한다. 한두 시간이면 독파할 수 있는 책들이다.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영어가 잘 안 느는 이유는 영어 학습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기 때문이다. 성취감을 맛보아야 자신감이 생기고 의욕이 생긴다. 얇은 책을 독파해보자. 영문판과 한글판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이번 시리즈에 소개하는 책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세계 각국어로 번역판이 나왔다. 예컨대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독자에겐 [꽃들에게 희망을]의 스페인어 판인 [Esperanza Para Las Flores]가 있다. 아들·딸, 손자·손녀와 함께 읽고 감상을 공유하는 것은 또 어떨까.

‘희망이 없다’는 시대다. 희망하면 ‘희망 고문’이 연상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가 열리고 딱 하나 남은 것은 희망이라고 한다. 속는 셈치고 ‘희망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트리나 폴러스(Trina Paulus)가 쓴 우화소설(allegorical novel)인 [꽃들에게 희망을(Hope for the Flowers)](1972)은 제목에 나오는 것처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희망은 “사물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 사물이 진정으로 더 좋게 바뀔 수 있다는 희망(Hope that things can change, really change for the better)”이다.

이 책은 경영학과 비즈니스의 핵심 주제인 ‘transformation’을 다루고 있다. 우리말로 변화·변신으로 번역되는 단어다. 변신(變身)은 ‘몸의 모양이나 태도 따위를 바꿈’이다. 비슷한 말로는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을 뜻하는 변태(變態)가 있다.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탈바꿈이 절실하다.

[꽃들에게 희망을]의 남자·여자 주인공들은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라는 4단계를 거친다. 우리 인간이 젖먹이·어린이·젊은이·중늙은이·늙은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기업이 창업·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의 경로를 겪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물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작은 책


[꽃들에게 희망을]은 ‘영적 혁명(spiritual revolution)’을 촉구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 스스로 보기에 이 책은 ‘정치적’인 책이다. 다만 정치꾼들의 ‘정치적’이 아니라 ‘큰 의미의 정치적(big political)’을 지향하는 책이다. ‘크다’고 해서 반드시 글로벌(global)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매우 ‘로컬(local)’한 것이 진정으로 크고 또 글로벌하다고 주장한다.

사후세계나 부활에 대한 믿음을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 트리마 폴러스는 나비가 그에게 “부활을 믿는 게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상징(a symbol making it possible to believe in resurrection)”이었다고 술회했다.

저자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났기에 인간에게 ‘자유의지(free will)’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 사람들은 남들을 치유하거나 남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사랑하거나 무관심할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선택은 내 책이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다(Choice is at the heart of the message of my book.)” [꽃들에게 희망을]은 어린이 동화로 형상화한 ‘재림절(Advent, 기독교에서 크리스마스 전의 4주간)’이기도 하다.

책 제목이 [꽃들에게 희망을]이라 주인공이 ‘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주인공은 나비가 될 애벌레다. 나비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사랑의 씨앗을 한 꽃에서 다른 꽃으로 나른다(They carry the seeds of love from one flower to another.)”

제목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꽃들’은 무엇을 의미하고 상징할까. ‘민(民)’일 가능성이 꽤 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체험한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혁명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영문판 표지를 보면 “부분적으로는 삶에 대한, 부분적으로는 혁명에 대한 이야기(a tale--partly about life, partly about revolution)”라고 나와 있다.

저자 트리나 폴러스는 ‘진정한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평생 고민했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표면적으로만 사물을 바꾸는 게 아닌, 진짜 혁명은 무엇인가(What is the real revolution that will not just change things superficially?)” 저자가 바라는 혁명은 피를 흘리는 게 혁명이 아니다. 피만 흘리고 달라지는 것은 별로 혁명이 아니다. 그가 꿈꿔온 혁명은 ‘아무도 해치지 않는’ 혁명이다.

어쩌면 젊은 트리나 폴러스가 접한 세상은 ‘혁명 전야’의 세상이라기보다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세상이었다. 1960년대는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 여성운동(women’s movement), 환경운동(environmental movement)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 10년(decade)이었다.

변화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변화를 바랐다. 나는 또한 보다 정의롭고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바랐다…(I wanted change. I wanted a more just and a beautiful world too…)”

[꽃들에게 희망을]은 불확실성의 상황에서는 ‘기다리기(waiting)’도 충분히 가치 있는 전략이라는 것을 설파한다. 두고 보기, 지켜 보기의 가치다. 저자는 기다리기, ‘확신이 없기(not being sure)’가 ‘확신이 서지 않는 행동(action she couldn’t believe in)’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은 수컷인 스트라이프(Stripe·줄무늬 애벌레)와 암컷인 옐로(Yellow·노랑 애벌레)다.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가 된 이들은 풀잎을 먹으며 몸집을 불리고 기어 다닌다. 인생에는 ‘뭔가 더(something more)’가 있지 않을까 하는 회의와 호기심으로 이들은 길을 떠난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서 막연하지만, ‘떠나야 한다’는 어떤 느낌이 올 때가 있지 않은가.

그들은 하늘을 향해 치솟은 기둥(pillar)의 밑동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기둥을 구성하는 것은 서로 짓밟으며 기둥 위로 올라가려는 애벌레들이다. 기둥은 내가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너를 짓밟아야 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현장이다. 회의가 찾아온다. 둘은 기둥에서 내려온다.

500달러 선금 받고 집필에 착수


복도 잠시. 스트라이프는 옐로를 버리고 다시 기둥을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정상에 오른다. 허망함을 느낀다. 옐로는 번데기가 되고 이내 나비가 된다. 이 책의 오디오 버전에서 이 커플은 마치 모세처럼 애벌레들을 이끌고 행복한 나비들의 세계로 나아간다.

]꽃들에게 희망을]에 대해서 생뚱맞지만 그럴듯한 해석이 가능하다. [구약성경]에 보면 이브 때문에 아담이 신(神)의 뜻을 어긴다. 인류는 죽게 된다. 반면 [꽃들에게 희망을]에서는 옐로 덕분에 스트라이프도 나비라는 새 생명을 얻게 된다. 세상을 기어 다니는 애벌레에서 날개 달린 나비가 된 것이다. 나비는 날개가 달린 천사를 상징하는지 모른다.

저자 트리나 폴러스는 500달러 선금을 받고 이 책의 집필에 착수했다. 태어나 거의 처음으로 벌어본 돈이었다. 지금 가치로는 3000달러(우리돈으로는 약 330만원)다. 친구 집에 얹혀사는 신세였던 트리나는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출판사 덕분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이다. 한국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네덜란드어·러시아어·터키어·히브리어·아랍어·페르시아어·일본어·중국어·태국어·스와힐리어 등 세계 각국어로 번역돼 수백만 권이 팔렸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과는 달리 저자는 책이 나온 같은 달에 43세 나이로 아들을 낳았다. 그의 결혼생활은 실패했다.

평생 환경운동가와 자원봉사자로 활동

[꽃들에게 희망은]은 1949년에 생긴 크리스토퍼상(Christopher Award)을 받았다. ‘인간 정신의 최고 가치를 옹호한(affirm the highest values of the human spirit)’ 책·영화·TV프로의 제작자와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이 책은 1972년 9월에 출간됐다. 1972년은 우리에게는 어떤 해인가. 7월 4일에 ‘7·4 남북 공동 성명’이 발표됐다. 유신헌법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제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해이기도 하다.

저자 트리나 폴러스는 1931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엔지니어였다. 어머니의 아버지는 잡화점(general store)을 운영했다. 부계·모계 모두 1840년대에 뉴올리언스에 정착한 독일 출신 이민자들이었다.

신심이 두터운 가톨릭 집안이었다. 부모는 그들이 말하는 바를 실제로 실천하는 분들이었다. 남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는 분들이었다. 저자는 10대부터 가톨릭 액션(Catholic Action) 등 가톨릭 단체에서 활동했다. 이들 단체들의 행동수칙은 간단했다.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되는 수칙이었다. (1) 관찰하라 (2) 복음에 의거해 판단하라 (3) 보편적 사랑이라는 예수의 메시지에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행동으로 수정하라.

저자는 평생 환경운동가·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18세 때 대학 장학금 두 개를 제안 받았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 가난하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어린 여학생들을 돕고 협동조합 운동을 했다. 책 출간 후에는 미국으로 귀국해 ‘자연친화적인 지속가능한 농업’인 영속농업(permaculture)을 위해 헌신했다.

이 책은 비즈니스에도 교훈을 남긴다. 실제로 [경영전환(Management Shift)]이라는 책의 저자에 영감을 줬다.

리스크(risk)의 문제를 다룬 책으로 볼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애벌레 단계’에서 성장을 멈춘다. 애벌레 입장에서 번데기가 되는 것은 ‘죽음’이라는 리스크를 의미한다. 대다수 기업들이 중소기업·중견기업에서 멈춘다. 대기업, 세계적인 기업은 되지 못한다. 영어 학습의 경우에서도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초급·중급 수준에서 멈춘다. 자유롭게 읽고·듣고·말하고·쓰는 영어를 구사하는 고급에 도달하지 못한다.

생존만을 생각한다면, ‘번데기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되려다 소멸의 길을 걷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나비의 길은 ‘블루오션(blue ocean), 애벌레의 길은 ‘레드오션(red ocean)’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블루오션이 더 바람직하고 더 쉬운 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번 생각을 뒤집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레드오션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블루오션의 길이 더 험난하다. 어쩌면 레드오션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다.

이 책에는 좀 코믹한 문장이 나온다. 이것이다. “우리는 바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정상에 있는 것도 아니니 중간에 있는 게 틀림없다(Since we’re not at the bottom and not at the top we must be in the middle.)” 기업들은 자신이 방금 생긴 창업기업도 아니고 대기업도 아니라는 것은 안다. 자신의 정확한 위상을 아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정상에 도달하려면, 우리는 기어오르지 말고 날아가야 한다(To reach the summit, we must fly not climb)”는 내용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하지만 ‘날아간다’는 것은 우리 기업에서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의미할까. 상당한 고민을 촉구하는 질문이다.

[꽃들에게 희망은]은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묻는다. 저자가 내놓는 답은 이것이다. “우리는 좋은 가정이 있고 서로 사랑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We have a nice home and we love each other and that’s enough.)


※ 김환영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서울대 외교학과, 스탠퍼드대 중남미학석사, 정치학 박사. 쓴 책으로 [마음고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 등이 있다.







201712호 (2017.1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