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Flight to Quality’ 사회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강남아파트 매매가 폭등 현상을 우리 사회가 Flight to Quality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보는 건 지나친 걸까.

최근 ‘강남아파트 가격의 폭등’에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오랜 기간 저금리가 지속된데다 강남 지역의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올랐다는 얘기도 있고 자산급변의 10년 주기설(1998-2008-2018)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강남아파트는 199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큰 진폭으로 뛰었고 이후 2008년에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여름까지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일부 재건축단지만 올랐을 뿐 오히려 이외의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은 큰 변화가 없거나 빠진 곳도 있었다.

그런데 2017년 여름 이후 강남의 전 지역 아파트 값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송파구와 인접한 하남위례신도시의 아파트 가격도 일조했다. 롯데타워에서 멀지 않은 위례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평당 3000만원대를 찍자 기존의 강남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교육당국의 자사고 폐지 방침도 다시 강남3구 지역을 상대적으로 좋은 교육학군으로 포장해주었다. 5000만 국민 입장에서는 ‘말 많고 탈 많은 강남아파트’가 다시 등장한 셈이다.

그런데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사실상 선진국이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돌입했다. 3만 달러 시대와 강남아파트를 묶는 말로 일부 언론에 등장한 ‘똑똑한 한 놈’이란 표현이 있다. 같은 뜻으로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도 쓰인다.

투자용어인 ‘플라이트 투 퀄리티’는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한다면 삼성전자 하나에만 투자하고 그것도 위험해 보이면 금이나 달러를 사는 행위에 해당하는 투자를 말한다. 현재 한국은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사회 진입,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류가 만든 문명사회가 오를 수 있는 윗부분에 와 있다. 이를 성숙을 넘어선 ‘완숙(完熟)사회’로 불러도 될까. 더는 눈에 보이는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사회다.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살펴보자. 당연히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아졌다. 지난해 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20~30대들이 가상화폐 붐에 쉽게 편승한 것도 ‘부자 되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50대가 20~30년 전 한창 사회활동을 할 당시 한국의 성장률은 10% 안팎이었다. 일손이 부족해 작더라도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직장-결혼-2세’라는 기본적인 사이클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의 자식들은 이런 사이클을 누릴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강남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을 우리 사회가 ‘플라이트 투 퀄리티’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보는 건 지나친걸까. ‘플라이트 투 퀄리티’사회는 필연적으로 정체의 고착화를 지향한다. 정치인을 비롯한 지식인 전체의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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