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진정한 칭찬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회사를 경영하면서 직원들을 칭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8시 30분, 확대임원회의. 출근하면서 오늘 회의 전에 임원들에게 무엇인가 칭찬을 해야 할 텐데, 무엇을 칭찬하지? 누구를 칭찬하지? 누구든 칭찬을 받으면 더욱 일을 잘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칭찬할 근거가 있어야 칭찬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경영에서 떠났지만, 3년 전까지 매주 칭찬할 사건을 찾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숙제였다.


건성으로 칭찬을 하면 신뢰를 잃는다. “이번 주 사업본부 실적이 많이 좋아졌군요. 수고했습니다.” 이런 말은 칭찬이 아니다. 매주 이런 이야기만 반복하면 그 사장은 실없는 사람이란 인식을 받을 것이다.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또 근거 없는 칭찬은 모욕이 된다.

칭찬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배가 나오고 가슴 근육이 없던 친구가 매일 근육 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만났을 때, “어쭈, 여기 근육 좀 봐. 너 요새 뭐 하냐?” 이것이 진짜 칭찬이다. 50대 중반이 되어, 은행에서 명예퇴직을 당한 아빠. 요즈음 시무룩하고, 엄마하고도 사이가 안 좋은 것 같다. 스물이 넘은 딸에게 기분 좋게 한잔하자고 하던 씩씩한 아빠였는데. “아빠, 아빠 팔뚝은 진짜 튼튼해. 이것 봐. 이렇게 두꺼워. 나도 아빠 팔뚝처럼 튼튼한 팔뚝을 가진 남자를 찾을 꺼야”. 총명한 딸이다. 아빠에게 어떤 칭찬을 해줄까 고민하던 중 문득 아빠의 강한 팔 근육이 생각났다. 그 아버지는 다음 날부터, 새벽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재기의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근거 있는 칭찬만이 칭찬이다.

칭찬의 근거를 발견하고 느끼려면 상대방과 친해야 한다. 현장에서 개인적인 교감을 가져야 칭찬다운 칭찬을 할 수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회사에 들렀더니, 컴퓨터 서버실에 불이 켜져 있다. 노크를 하니, 서버 담당 이 과장이 나와 있다. “아니, 휴일인데 나왔네”. “아, 날씨가 추워서 혹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좀 보려고요”. 그다음 주 회의 때, 이 과장의 수고를 임원들에게 알리고, 전산본부의 노고를 치하하니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좋은 사장과 같이 일하고 있구나. 친구가 이번에 도지사 후보로 나온다고 하면서, 여론조사를 부탁했다. 친구의 일이기도 하니, 내가 직접 설문을 만들어 자료수집본부의 전화면접실에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 도중에 결과가 궁금해 담당자에게 중간 집계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메일로 파일을 보내주는데, 열어보니 실시간 집계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어, 이 사람들 봐라. 언제 이런 것을 만들었지? 사장에게 일부러 이메일을 보냈다. “이렇게 휼륭한 시스템을 만들어 쓰다니 대단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칭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모든 경영자가 아는 사실이다. 현장에 있어야 감탄할 만한 일을 발견한다. 감탄 어린 칭찬만이 진정한 칭찬일 것이다.

-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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