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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불, 에너지 그리고 반도(半島) 

크로아티아와 스페인, 한국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반도(半島)에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최근 뇌를 자극하는 두 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인구 410만 명의 크로아티아가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한 일이며 다른 하나는 최근 듣게 된 스페인 전통음악에서 한국과 공통된 정서를 찾은 점이다.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준우승은 ‘작은 나라, 강한 이유’라는 질문을 만든다. 스페인의 파야(Falla)가 작곡한 ‘사랑은 마술사’ 중 소프라노가 부르는 ‘슬픈 사랑의 노래’를 들으면 ‘어? 스페인 전통노래가 한국 사람들에게도 잘 어울리네’라는 느낌을 진하게 받게 된다. 바로 이웃 국가인 포르투갈의 대중음악인 파두(Fado)가 가진 한(恨)과 정(精)은 옆 나라인 스페인의 노래 속에도 숨어 있었다.


그런데 크로아티아와 스페인, 한국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반도(半島)에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물론 현재 크로아티아는 지도를 보면 온전한 반도 국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흑해로 불쑥 튀어나온 크림반도는 사실 30년 전까지만 해도 유고연방에 속할 정도로 비슷한 기질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스페인은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다. 서쪽으로 향하면 망망한 대서양을 거쳐 바로 미 대륙에 다다를 수 있다. 한반도의 동쪽도 비록 일본열도가 조금 가로막긴 하지만 직진하면 역시 미 대륙에 갈 수 있다. 스페인에서 출발하면 미 대륙의 동쪽, 한반도에서 출발하면 미 대륙의 서쪽에 도착하는 것만 다를 뿐이다.

세 나라의 공통분모인 반도는 3면이 바다에 닿아 있고 한쪽은 대륙과 연결돼 있다. 땅과 바다를 연결하는 통로다. 따라서 해양문화와 대륙문화가 충돌하며 어울리고 통하게 하여 결국 독특한 생태계와 문화를 갖게 된다.

목·화·토·금·수, 오행으로 봐도 반도는 에너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오행 중 목·토·금(木土金)은 나머지 화수(火水)가 작용하여 만들어낸 2차 생성물이다. 그런데 화수, 즉 불과 물은 에너지의 근원이다. 지구는 태양불과 바닷물이 작용하여 에너지를 만든다. 그런데 『주역(周易)』에서도 화수는 에너지를 가리킨다. 화수미제(火水未濟)와 수화기제(水火旣濟)는 에너지라는 강을 건너기 전과 후를 말한다. 즉 물과 불은 에너지를 만들고 소화시켜 태우는 역할을 한다.

섬에는 물이 너무 많고 대륙엔 물이 부족하다. 그러나 3면이 바다인 반도에는 물과 불이 조화롭게 존재한다. 당연히 에너지가 강하다. 그래선지 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기질도 강인하고 예술혼도 남다르다. 상극처럼 보이는 물과 불을 운명적으로 다룰 줄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구의를 돌리다 보니 지구의 반도 중 가장 기후변화가 심한 곳은 한반도였다. 스스로 민주주의를 만들고 K팝과 드라마, 반도체로 세계를 이끌고 있는 한반도의 힘은 우연이 아니다.

-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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