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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상속설계 

 

류미주 KEB하나은행 팀장
지난 몇 년간 한국 부동산을 취득한 외국인이 부쩍 늘었다. 실제 한 은행이 외국인 자산가를 위해 마련한 센터에서도 관련 상담이 줄을 짓고 있다. 물론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사유재산 보호가 철저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에게 상속은 또 다른 문제다.

최근 KEB하나은행 IPC(International PB Center)에서 중국인 등 글로벌 종합자산관리와 상속 관련 상담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신탁상담을 했던 사례를 통해 외국인 상속설계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봤다.

사례 1. 지난 2016년 중국인 자산가 왕모씨는 한강 변이 보이는 강남 아파트 3채를 샀다. 올해는 아파트를 전부 매도하고,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겠다며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동시에 그는 혹시라도 본인이 급작스럽게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면 본인 명의의 부동산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상속 문제였다. 왕모씨는 두 자녀 중 첫째에게 한국 내 부동산을 물려주고 싶어했다.

사례 2. 중국인 자산가 리모씨는 딸을 제주도 국제학교에 보냈다. 동시에 딸을 위해 제주도에 있는 대형 리조트도 분양 받았다. 제주도에 올 때마다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리모씨는 갑자기 본인 사후에 제주도 리조트를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중국 부호들이 한국 부동산을 소유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한동안 중국인의 해외부동산 투자 열풍에 힘입어 제주도와 한강 변을 끼고 있는 반포, 청담, 압구정 등 강남 소재 아파트가 그들의 주요 매입 대상에 올랐을 정도였다. 실제 반포 자이아파트 로열층이 한 달 간격으로 중국 자산가에게 한 채씩 팔린다는 얘기가 기사화되기도 했다. 물론 사드 문제로 중국인 투자가 주춤해졌다고는 하나 그 전에 한국 부동산을 사서 보유 중인 중국인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단기간에 매매할 생각도 없다.

꼭 한국이기 때문은 아니다.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더불어 갑작스럽게 유고가 생기면 상속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상담도 크게 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 관련법이 존재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망한 경우 상속집행은 국제사법 제49조를 따른다. 제49조는 “상속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 국법에 의한다”고 돼 있다. 상속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 별 상속법에 따른 관련 서류로 상속인을 확인한다. 물론 실무에선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은 사망한 소유주가 속한 국가의 주한공관이나 사망한 소유주 국가에 있는 한국 재외공관에 협력을 구해 처리한다. 상속관계 확인이 어렵거나 이중으로 지급될 위험이 있으면 변제 공탁이란 방법을 취한다. 상속인이 해외에 살고 있으면 해당국의 제3자에게 상속처리 업무를 위임하기도 한다.

신탁, 상속자의 국적 가리지 않아

유언으로도 개인재산을 처분할 수 있고, 유언집행인을 지정할 수 있다. 유언으로 개인재산을 법정상속인의 1인 또는 수인이 상속하도록 지정 할 수있다(중국 상속법 제16조).

유언의 방식에는 공증방식, 자필증서방식, 대필증서방식, 녹음방식, 구술방식이 있다(중국 상속법 제17조).

한국도 중국처럼 유언으로 상속을 하거나, 유언 없이 법정상속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언장은 엄격한 법을 따라야 하고 공증방식을 취한다 해도 상속과 관계없는 2인 이상의 증인이 있어야 한다. 증인도 자신의 재산내역과 유산상속 방법을 공개해야 하는 등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다. 예금자산이면 바로 집행도 어렵다. 피상속인 사후 금융기관에 유언장을 제시할 경우 금융기관은 그 유언장이 마지막에 작성된 유언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에 모든 상속인의 동의서를 요구한다.

하지만 유언마저 없는 상태에서 법정상속이 이뤄지면 남은 가족이 상속전쟁에 나서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 유언대용신탁이 뜨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법에 명문화돼 있다. 신탁법은 1961년 제정 이후 크게 개정되지 않았으나 2017년 7월 26일 대폭 개정됐다. 개정 신탁법에선 유언대용신탁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신탁제도가 법적 효력 있는 상속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 생전에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본인 사망 후 자신이 지정한 수익자(상속자)에게 원본과 이익을 지급하도록 하는 신탁제도다. 신탁으로 담을 수 있는 재산은 금전은 물론 유가증권, 부동산, 금전채권 등 다양하다. 민법상 유언이 아닌 신탁계약의 형태로 위탁자 생전 및 사후에 신탁재산의 수익권을 취득할 수 있는 수익자를 지정함으로써 원하는 상속 플랜을 짤 수 있다.

위탁자 사망 시에는 신탁계약상 정해진 바에 따라 자산을 이전함으로써 유산을 둘러싼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생전에 원하는 상속 플랜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집행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최근 유언대용신탁 상담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부동산 보유 비율이 높아졌지만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관리는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유언대용신탁과 부동산신탁을 결합한 신탁계약을 통해 생전 자산관리와 사후 상속집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금전 관리는 물론이고 실물자산 관련 서비스도 금융기관을 활용하여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신탁계약은 위탁자의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으므로 외국인도 신탁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논외로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서 신탁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내국인의 재산 관리뿐 아니라 외국인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신탁이 장려되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상속이 발생하면, 본국의 상속법에 따라 상속절차가 진행된다. 그러므로 오히려 국내에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신탁계약을 통한 간편한 상속집행이 필요하다.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자산관리 방법과 자산이전 방법을 신탁계약으로 정하면 수탁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계약을 이행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관리와 상속을 정하는 신탁을 제안한다. 특히 부동산 소유자라면 은행을 통한 소유권 관리부터 가격 상승의 경우 처분절차 진행, 예측하지 못한 사망의 경우도 대비할 수 있다. 투자자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사후수익자에게는 해당 부동산을 유지하면서도 금융기관을 통하여 부동산을 관리하고 그 수익을 누리고 현황도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 류미주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 팀장

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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