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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안전 인증기관 UL의 키스 윌리엄스 회장 인터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안전 인증과 검증의 의미 

김민수 기자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제3기관인 UL에 조사를 의뢰했다. 10년 이상 리튬이온배터리를 연구해온 노하우가 이때 빛을 발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동시에 안전불감증이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나라다. 전 세계 안전규격 확립을 선도하고 있는 키스 윌리엄스 UL 회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키스 윌리엄스 UL 회장은 이번 대회 기간 동안 일본·한국·중국을 넘나들며 고객사들과의 미팅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안전인증 기업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이 내년 창립 125주년을 맞는다. UL은 미국 최초의 안전규격 개발 및 인증기관으로 1894년 설립 이래 124년간 해당 국가 안전표준 및 기준에 따라 수천 종류의 제품을 테스트하고 안전인증을 제공해왔다. UL은 전체 임직원 중 40%가 아시아에서 근무할 정도로 아시아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반도체, 5G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최첨단 IT 분야의 안전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키스 윌리엄스(Keith E. Williams) UL 회장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안전’의 의미와 한국 사업의 비전을 들어봤다.

이번에 방한한 목적은?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UL은 2년마다 개최되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8개국 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ULIC)의 타이틀 스폰서다. 격년으로 열리는 ULIC에서 각국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어 굉장히 소중한 기회다. ULIC를 교두보로 아시아에서 UL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한다.

왜 많은 스포츠 중에 골프를 후원하기로 했나?

아시아 사람들이 골프를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특히 LPGA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태국, 대만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2018년은 박세리 선수가 1998년 미국 US 오픈에서 승리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박 선수의 우승이 다음 세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면서 현재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유소연 선수 등 톱 20 안에 든 10명이 한국 출신일 정도로 훌륭한 선수가 많아졌다. LPGA를 통해 우리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고객층에도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길이 열릴 것으로 본다.

UL이 보는 한국 시장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국 기업들은 기술, 상품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 포진해 있는 기업이 많고 소비재, 가전제품, 이동통신, 자동차, 조선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도 신기술의 최전선에서 한국 기업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시티, 스마트 빌딩, IoT,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4차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더 커질 것이다. 의료, 헬스케어 분야도 향후 훨씬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 UL을 알게 된 건 재작년 한국에서 발생한 삼성 갤럭시노트7 스마트폰 발화 사고 때였다. 당시 폭발 원인을 규명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경험을 말해달라.


▎키스 윌리엄스 UL 회장이 10월 5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 마련된 UL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촬영 도중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관람객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전자제품 보급이 확대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이 전 세계로 수송되고 있다. 이는 우리 피부에 와 닿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실제로 8일에 한 번꼴로 기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 발화 사고가 발생한다. UL은 10년 전 대만에 배터리 연구소를 설립한 뒤 꾸준히 배터리 전반에 걸쳐 안전과 관련된 지식을 축적해왔다. 대만 연구소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한 분야는 항공 분야에서의 안전이다. 우리는 정부, 배터리 제조사, 항공사, 운송업계와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를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세미나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 같은 꾸준한 경험과 배경지식으로 갤럭시노트7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조언할 수 있었다. 파트너사의 브랜드 가치와 상품 이미지를 보호함과 동시에 고객층 전반에 UL의 기술력이 도움이 되었던 대표적 사례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수습 이후 한국 고객층이 두꺼워졌나?

한국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사고 수습에 참여한 이후 특별히 고객이 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배터리 사고와 관련해서는 UL이 대안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들과의 구체적인 협력 계획은?

안정성 규격을 빨리 마련하고 적용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제대로 된 안전규격이나 점검 절차가 없다면 신기술 보급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UL코리아는 올해와 내년 한국의 5G 상용화에 발맞춰 꾸준한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수원에 설립한 무선시험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스마트폰·전자기기에 대한 테스팅 서비스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다. 5G 보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제품이 규격에 맞게 제작됐는지 등 새로운 수요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5G 보급을 시작으로 향후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자율운행 선박 등 새로운 산업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UL은 이에 대한 투자를 중점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산업의 안전규격뿐 아니라 환경오염 등 보편적인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21세기의 안전이라는 것은 내 생활반경이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는지 인식하는 것과 깊이 연관돼 있다. 미국 가정의 경우, 집 안에 평균 500여 가지 VOC(휘발성 유기화합물)가 존재한다. 원인은 플라스틱 제품 등 합성 소재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물질 속에 들어 있는 어떤 물질이 어떻게 신체에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 정확히 정리가 안 돼 있다. 제대로 된 안전규격을 마련하는 것은 한국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전체 산업이 성숙하는 데도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의 안전규격 수립에 집중하고 있나?

사이버 공격이나 의료기기, 드론과 같은 분야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과거의 안전 위협이 정해진 자연법칙에 의해 발생했다면, 사이버 공격은 매 순간 변화하는 위협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사이버 공격은 전력망을 공격해 국가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UL은 관련 규격을 개발하고 연구하면서 외부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가고 있다. 드론도 악의적인 사용을 막기 위한 안전규격이 필요한 분야다.

다음 100년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앞으로는 기존의 물리적인 공간에서 실시하는 테스팅은 줄어들고 컴퓨터 기반의 시뮬레이션 환경으로 사업 환경이 바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매년 머신러닝, 빅데이터, AI에 투자하는 금액을 늘리고 있다. 이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에 투자했고, 전체 순이익의 10%가 SaaS 상품에서 나오고 있다. 이 밖에 고객사의 안전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에게 제공하는 솔루션은 클릭 한 번으로 친환경 내장재 등을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손쉽게 계획할 수 있다. 또 탄소배출을 추적하고 보고하는 서비스나 근로환경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많은 사람이 직장이나 일상생활에서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에서 100년 이상 영속하는 기업이 나오려면.

아시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경쟁도 엄청 치열하다. 중국의 입지가 더욱더 강해지고 있는 동시에 베트남이나 태국의 부상이 눈에 띈다. 한국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한국은 현재 아시아에서 기술력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제조 현장이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집약적인 산업모델보다 부가가치가 큰 산업과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TV 생산거점이 미국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동했다가 지금은 중국으로 옮겨가는 변화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철강이나 조선업도 그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충분히 역동성도 있고 역량이 있는 경제주체다. 향후 20년간은 기존 산업구조를 어떻게 하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투자하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201811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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