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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1)]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기존 사무실이 믹스커피라면 공유오피스는 아메리카노” 

김민수 기자
2015년 남부터미널역 인근에서 660㎡ 규모로 시작한 패스트파이브가 4년 만에 4만6300㎡ 공간을 갖춘 공유오피스 리더로 성장했다. 세계 최초로 공유오피스 사업을 시작한 위워크가 적자 확대로 지속성 논란에 휘말린 데 비해, 패스트파이브는‘한국 토종’이라는 강점을 십분 발휘하며 수익과 성장을 동시에 챙기고 있다.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가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를 ‘혁신 기업가 시리즈’의 첫 번째 게스트로 초대한 이유다.

▎지난 1월 16일 패스트파이브 삼성 2호점에서 만난 김대일 대표. 그는 2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했다.
공유오피스. 이젠 우리 귀에 익숙한 단어다. 그러나 전체 사무실 대비 공유오피스 비율은 아직 낮다. 그렇다면 10년 뒤는 어떨까. 20년 전 한국에 상륙한 스타벅스가 믹스커피만 알던 한국인의 입맛을 바꾼 것처럼, 공유오피스도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까. 김대일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적극 주도하고 있는 젊은 리더다. 밀레니엄 세대가 10년, 20년 뒤 우리 경제의 주역이 되면 공유오피스도 주류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공유오피스 사업에 차례로 뛰어들고 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구축한 우리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말하는 김 대표의 온화한 표정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김익환 대표가 묻고, 김대일 대표가 답했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유오피스로 라이프스타일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해나가고 있는 회사다. 특히 국내 벤처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김 대표님을 인터뷰이로 모셨다. 어떻게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이라는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3년간 스타트업 투자를 하면서 다양한 대표들을 만나며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 다 하는 거 말고 오랫동안 혁신이 없었던 영역에서 도전해보고 싶었던 분야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중 하나가 공유오피스다. 2030세대 관점에서 새로운 부동산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2015년에 시작했다.” (김대일 대표는 1983년생, 패스트파이브의 지주회사이자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업체인 패스트트랙 아시아 대표인 박지웅 대표는 1982년생으로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포항공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패스트파이브를 함께 창업했다.)

지난해 위워크의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돌파하는 등 공유오피스 붐이 일고 있다. 창업 당시 위워크의 존재를 알고 있었나?

위워크는 2010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우리도 사업 준비 과정에서 많이 들여다봤다. 당시엔 미국과 유럽에만 있어서 이게 어떤 현상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위워크를 포함해서 밀레니엄 세대가 창업에 뛰어들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고 있었고, 이에 맞는 업무 공간이나 커뮤니티가 많이 없다고 판단해서 시작하게 됐다. 2015년과 2016년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비스 토대를 다져나갔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어떤 시행착오들이 있었나?

처음엔 오픈된 공간에 여러 회사가 모여서 같이 일을 하면 재미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업무는 독립된 공간에서 하고 싶어 하는 업체가 많아서 지금처럼 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라운지 등은 공유해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게 하되, 업무 공간은 보수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1~6호점을 운영하면서 의견들을 수렴하며 조금씩 바꿔나갔다.

예전에도 소형 사무실이나 비슷한 사업 형태는 있었다. 차이점은 뭔가?

공간을 임대해 소형 사무실로 나눠서 재임대 하는 업태는 20~30년 전부터 존재했다. 주 고객층은 은퇴 후 컨설팅 등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50~60대다. 반면, 공유오피스 사용자는 80% 이상이 20~30대다. 기존 사무실을 쓰던 사람들도 공유오피스로 넘어오는 추세다. 이런 흐름이 지난 4~5년간 지속돼왔고 앞으로도 10년 이상 갈 거다. 소형 사무실의 경우 망하고 나가는 케이스가 많아서 건물주들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우리는 2017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먼저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고 있다. 20~30대 비중이 높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건물 가치가 커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순 사무실 임대가 아니라 입주 기업들이 더 잘 운영되도록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업무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불러온 것 같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일하는 방식과 회사 형태가 많이 바뀌면서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예전엔 많은 인원과 자금이 필요했다면 이젠 노트북 하나로도 앱을 개발할 수 있다. 창업 허들은 낮아졌는데 그에 비해 업무 공간이나 커뮤니티가 부족하다. 공유오피스의 성장은 이런 수요가 폭발한 거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패스트파이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공유오피스를 못 들어본 사람도 많고 왜 좋은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 투어 신청을 받는다. 투어에 참가하면 공간, 서비스, 커뮤니티 세 가지 측면을 말씀드린다. 먼저 패스트파이브에는 1인실부터 200인실까지 개인 업무 공간이 있고, 라운지와 바 등 공용 공간이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입주자를 대상으로 커피와 맥주를 무제한 제공하는데 최근 공개한 데이터에서 2018년에 500ml 맥주 기준 3만1200잔과 커피 150만8714잔이 소비됐다고 밝혔다.) 고객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부가 서비스를 우리가 제공한다. 서비스의 종류는 다양하다. 단순 CS 업무부터 법인 등록, 홈페이지 제작, 명함 제작, 필요한 직무교육까지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된다. 우리의 미션은 ‘고객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이기 때문에 필요한 서비스를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는 커뮤니티 조성이다. 일반 사무실에선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앱 개발 업체와 마케팅 업체가 같이 입주해 있다면 이들을 연결해 시너지를 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게 자극이 되고, 비즈니스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이 규모가 커질수록 유기적 연대가 생겨날 것이다.

패스트파이브는 무슨 뜻인가?

커뮤니티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은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네 명은 너무 적고 다섯 명은 있어야지 커뮤니티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웃음) 또 ‘패파’라는 줄임말도 어감이 좋았다.

커뮤니티 조성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파티, 강연, 플리마켓, 북클럽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북클럽에 반응이 뜨겁다.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북클럽에는 스타트업 관계자뿐 아니라 창업에 관심 있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직업도 다르고 관점도 다른 사람들이라 같은 책을 읽어도 느끼는 점이 다 다르다. 이처럼 우리 목표는 많은 사람이 만나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명분과 장치, 목적을 꾸준히 마련해나가는 것이다.

노트북만 들고 오면 나머지는 책임진다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오른쪽)는 지난해 직접 기획한 서울워크디자인위크 (SWDW)에 김대일 대표를 패널로 초청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올해 17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일각에서는 공유오피스 사업의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위워크가 점포 늘리기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위워크코리아와 우리의 목표는 다르다. 위워크는 본사 IPO가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위워크코리아도 IPO에 도움이 되는 ‘성장’을 키워드로 잡고 있다. 성장하려면 최대한 많은 지점을 많은 도시에 오픈하는 걸 목표로 삼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확장해나갈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는 아직 IPO 계획이 없다. 수익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사업이 영속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나가는 데 집중한다. 현재 수익을 내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꾸준히 투자를 받고 있다.

향후 10년 성장을 자신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세대가 변하고, 회사 형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공유오피스가 일반적인 사무실의 모습으로 정착할 것이다. 마치 한국인들의 입맛이 믹스커피에서 아메리카노로 변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스타벅스는 1999년에 처음 국내에 진출해 약 8년 만에 믹스커피 시장 비중을 20%까지 낮췄다. 지금은 전체 믹스커피 시장보다 스타벅스 단일매장의 매출이 더 커졌지만 초기에는 ‘너무 비싸다’, ‘맛이 너무 쓰다’ 등 생소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공유오피스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한번 경험해보면 다시 예전 사무실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취향이 한 번 업그레이드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잠재고객은 어떻게 파악하나?


▎인터뷰가 진행된 삼성 2호점은 역대 패스트파이브 지점 중 최대 규모인 5600㎡(약 1700평)다.
현재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해 있는 인원이 약 1만 명(1000여 개 업체) 정도다. 비즈니스 형태가 많아지고 있어서 중소기업, 스타트업,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 대기업 TF팀 등 다양한 형태의 법인이 들어와 있다. 이들의 연령대, 규모, 업종 등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 100만 명에 이르는 잠재고객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 가운데 10%만 유치해도 10만 명 정도는 고객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1~10인 규모 업체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50~200인 규모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많다. 예상치 못했던 수요까지 포함하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힘들어지지 않나?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우리는 밖에서 어떤 경험을 했건 간에 제로부터 빨리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남들이 아니라고 하는 걸 되게 만드는 ‘허슬러(hustler)’를 원한다. 매년 인력이 두 배씩 늘고 있는데 현재는 약 10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인원이 늘면서 업무도 세분화하고 있다. 예전엔 공간디자인팀이 시공부터 인테리어, 마감까지 담당했지만 지금은 시공, 마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 소장을 직접 채용한다. 패스트파이브는 20~30대가 주로 사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한 공간을 지향한다. 가구와 조명, 세일즈, CS도 점차 전문화하면서 전사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 한화, 롯데, LG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데 성적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기업 중 가장 먼저 공유오피스에 진출한 곳은 2017년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이다. 이후 6개월 단위로 대기업들이 공유오피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1호점을 열고 나서 2호점을 준비하는 곳이 없다. 생각했던 것보다 공실 관리가 잘 안 돼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동산과 자금력으로 유명한 인테리어 업체와 함께 공간을 만들었지만 이후 운영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방음이 잘되지 않거나, 인테리어가 올드하거나, 접근성이 낮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대부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위워크처럼 글로벌 진출 계획은 없나?

내년 초에 첫 해외 지점 설립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베트남과 일본 중에 고심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건 한국이 공유오피스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2~3년 가량 앞서 있고, 중국에는 규모가 큰 업체가 있지만 서비스 완성도는 떨어지는 상태다. 일본의 경우 소프트뱅크와 위워크가 조인트벤처를 만든 지 1년이 됐는데 패스트캠퍼스가 먼저 시작한 만큼 서비스 완성도 면에서는 자신 있다. 위워크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각 현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본사 매뉴얼대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아시아 기업인 만큼 동남아 등지에서 이질감이 적을 것이다. 공유오피스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세계 공통적으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국가에 따라 속도 차이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장하는 사업이다. 즉 누가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의 문제라 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위워크 투자 규모를 축소했는데.

손정의 회장은 위워크를 ‘제2의 알리바바’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 다만 비전펀드의 출자자가 중동이고 그들이 IT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 위워크 투자는 부담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손 회장은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알리바바도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처럼 공유오피스도 나아가서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위워크의 내부 지표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가치를 외부에서 평가하기는 힘들다. 다만 손익관리만 잘하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거 서비스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나갈 계획인가?

현재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서비스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오피스텔 주인과 부동산 중개인이 있을 뿐, 같은 건물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집다운 집에서 살아갈 수 있는 콘셉트를 준비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와 마찬가지로 공간, 서비스, 커뮤니티 측면에서 새로운 주거 형태를 선보일 것이다. 현재 오피스텔이 분양 이후 복도와 로비 등 공용 공간이 사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면, 우리는 로비부터 엘리베이터 내부까지 우리 디자인으로 만들 거다. 집에서 물이 샌다거나 문제가 생기면 세대주와 전화를 붙들고 씨름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 매니저들을 통해 회사 차원에서 바로바로 해결하도록 할 예정이다.

※ 김익환은…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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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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