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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린이 만난 경영 구루(5)] 정재송 제이스텍 회장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정리=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박혜린이 만난 경영 구루 다섯 번째 주인공은 정재송 제이스텍 회장이다. 제이스텍은 한 해 매출(2017년 12월 기준) 5000억대를 올리는 디스플레이·반도체 제조용 장비 업체다. 제이스텍 아산사업장에서 만난 정 회장은 “자신을 기업인이 아니라 ‘기술인’”임을 강조하며 “한국이 제조업 강국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재송 회장은 유압 관련 고유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후공정 세정·도금장비, 디스플레이 본딩 가공 분야 등을 개척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은 반세기 경력의 숙련기술인이다. 그가 납품을 앞두고 최종 테스트 단계에 있는 장비 사이에 섰다.
“최근 IT가 스타트업 열풍을 주도하지만, 한국은 원래 기술제조업 강국입니다. 지금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기술 강소기업이 많습니다. 오늘 만나는 회장님은 바로 한국 스타트업·중견기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분이죠.”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은 제이스텍 충남 아산 공장으로 가는 길에 이렇게 말했다. 박 회장은 “그가 던지는 ‘쓴소리’ 덕분에 연구개발이나 신사업이 봉착한 문제가 풀린 적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정재송(61) 제이스텍 회장은 박 회장에겐 문제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촉’을 가진, ‘탁하면 척’ 하고 솔루션을 주는 인물이었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해부터 코스닥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한국 코스닥기업을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코스닥업계에서 신망도 두터워 이변이 없다면 올해도 코스닥협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정 회장이 이끄는 제이스텍은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 회사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곳이다. 제이스텍이 없다면 반도체 가격은 지금보다 더 비싸졌을 수도 있고, 스마트폰 터치도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 회장은 1995년 젯텍을 설립하고, 워터젯 기술을 응용한 ‘부채꼴 워터젯(Fan Type Water Jet) 디플래싱 머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기존 반도체 세척 방식을 바꿔놓았다.

여기에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디스플레이에 레이저로 PCB를 본딩(접합), 커팅(절삭)하는 기술도 세계적이다. ‘본딩’ 자체가 별것 아닌 공정 같지만,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만 해도 회로를 인식하고, 영상이 나오며, 지문을 인식하는 모든 부품을 패널에 합치는 과정이다. 접합제 자체에도 전기신호가 오갈 수 있는 재질이 쓰인다. 밀착한 상태가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이상 벌어지거나, 먼지가 하나라도 들어가면 불량일 만큼 정밀함이 생명이다. 애플·삼성디스플레이·BOE·HKC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제이스텍에 관련 장비를 발주한다. 최근엔 OLED 디스플레이 자동화 검사장비도 개발해 기존 공정 과정의 판을 또 한 번 뒤흔들 예정이다. 박 회장이 ‘제이스텍’을 한국의 진정한 ‘히든 챔피언’이라며 추켜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18일 오전 10시 30분 충남 아산에 있는 제이스텍 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정 회장은 박 회장에게 “3월부터 미국 출장이 잡혀 있어 일정을 급하게 잡았다”며 “대신 오늘 아산사업장을 돌며 제이스텍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며 웃었다. 다음은 두 회장이 사업장 곳곳을 돌며 나눈 대화다.

서울에서 좀 멀지만, 저도 평상시 회장님 공장에 오고 싶었습니다. 제가 바쁜 일정을 쪼개 공장을 찾는 마음을 잘 아시죠.

제이스텍을 제대로 보여드리려면 공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기업인, CEO로 불리기보단 기술인으로 불리고자 한다는 말을 되뇌었던 것도 이 때문이지요. 공장은 제 삶이 걸어온 길 그 자체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장비, 시설 모두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사업장 내부에 마련한 협력업체만을 위한 휴게실, 회의실, 대기실 등은 다 수많은 기술업체와 교류하며 쌓은 경험에서 비롯된 시도죠. 본관 옆 옥상부터 차례로 둘러보시죠.

감사합니다. 공장 내부 곳곳을 둘러볼 수 있겠네요. 옥상에 웬 풋살장, 농구대, 골프연습장인가요?

직원들의 체력단련을 위해서입니다. 만드는 데 돈이 꽤 들었습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 업체를 소개하면서 체력단련 시설부터 보여주냐고 의아해하실지 모르지만, 직원이 건강하지 않은 기업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옥상뿐만 아니라 사업장 곳곳에 헬스장·샤워실·휴게실·수면실 등을 마련한 이유입니다. 기술 하나를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것 모두 사람이 하지 않습니까.

100% 공감합니다. 저도 이 정도 시설까진 갖추지 않았지만, 돌아가면 심각하게 고민해야겠습니다. 아침마다 수영하면서 디스크까지 호전됐기에 체력단련의 중요성에 누구보다 공감합니다.

네, 특히 공장은 저를 포함한 기술인 수백 명이 일하는 곳이어서 하나하나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본관 홀도 높고 넓게 만들어 카페로 꾸몄습니다. 아침 10시 30분부터 15분, 오후 3시 30분부터 15분 하루에 두 번 휴식 시간도 정했습니다. 회장이 헬스장을 쓰거나 복도를 다닌다고 해서 어려워하는 직원도 없습니다. 그냥 늘 이곳을 오가는 사람이죠.

정말 그렇네요. 아까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울리던 멜로디가 휴식 시간을 알리는 소리군요. 그리고 정말 복도를 오가는 직원들도 회장님을 어색해하지 않던데요.


▎정재송 회장은 장비가 작동하는 원리부터 어떤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을 꼼꼼히 설명했다.
아마 다 같은 식구처럼 느껴서일 겁니다. 식당에서 밥 먹는 메뉴까지 보고를 받습니다. 우리 모두 기술자란 공감대도 한몫하지 않았을까요. 기술인으로 산 지 벌써 45년이 넘었는데 왜 모르겠습니까. 평가할 때는 상급자도 하급자의 평가를 받게 했습니다. 윗사람한테만 잘 보이고 하급자를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조직을 망치는 사람입니다. 위아래를 떠나 여기서 일하는 모든 이는 단순한 종업원이 아니라 모두 기술인입니다.

궁금하네요. 이곳에서 삼성, 애플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장비를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몇 년 전쯤 애플 물량 탓에 생산시설이 부족하니 공간이라도 내어줄 기업을 찾는다며 공문을 돌리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 그때요. 정말 엄청났죠. 2016년 애플이 플렉서블 OLED 패널을 차세대 아이폰에 채택하자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OLED 패널에 투자가 폭증했습니다. 두 개 층을 뚫어놓은 이 공간에서 조립 중인 OLED 본딩 장비가 가득 찼죠. 흡사 반도체 제조 시설과 비슷하게 보이는데 장비를 시험 가동해보려면 수술실보다 깨끗한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근데 주문이 밀리다 보니 다른 사업장 클린룸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죠. 그래서 전국 관련 기업에 공문을 돌렸습니다. 공간 좀 내어달라고. 당연히 다 친한 사이고, 함께 성장하는 업계 분들이라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군요. 이곳에 들어오기 전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먼지를 씻어낸 이유가 있었군요. 이 넓은 곳이 꽉 찼었다니 놀랍네요. 근데 패널이 좀 큰데요?

네, 맞습니다. 정확히 보셨네요. 애플 얘기를 꺼냈지만, 이곳은 65인치 TV용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공정에 투입될 장비를 최종 검수하는 곳입니다. TV 패널도 처음엔 LCD, LED였다가 이제는 OLED가 대세입니다. 패널에는 각종 회로와 기능, 회로 보드 등이 함께 접착됩니다. 본드로 그냥 붙이면 된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이젠 레이저로 해버리죠. 접착제도 전기신호가 흐르는 재질입니다. 요즘 나오는 TV나 스마트폰에 베젤이 점점 없어지면서 버튼 기능도 패널에 내장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대단하시군요. 스마트폰을 꺼내 직접 설명해주시니 이해하기 쉽네요. TV도 스마트폰도 정교한 기술이 들어가 있군요. 우리 회사 공장 설비도 출입이 상당히 엄격한데 이곳은 더합니다.

고객사가 먼지 하나도 용납하질 않습니다. 그 꼼꼼함이 그들을 세계 일류 반열에 올리지 않았겠습니까. 작은 먼지도 오류나 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분명합니다. 그들의 요구가 단지 까다롭다고 보지 않는 이유입니다. 완벽을 기하고, 기술의 정교함을 더해가는 그들의 요구가 제이스텍을 자극하죠. 고객사지만 협력사이기도 합니다. 당장 신기술이 필요한 장비 설계가 필요하면 실험실을 내줍니다. 연구 개발비만큼이나 많은 자금이 들어가지만, 고객사의 신뢰를 얻으며 함께 갈 일종의 투자라고 봅니다.

그래도 회장님께서 하실 일이 더 많을 텐데, 이런 공정 과정이나 장비 검수를 직접 하시나요?

물론 전부는 못 하죠(웃음). 하지만 지금도 신기술 개발과 신제품 설계에는 직접 관여합니다. 저는 제도기를 가지고 도면에 그리며 장비를 만들었던 세대 사람입니다. 이때 필요한 수치가 있다면 모두 외워서 그렸죠. 장비 설계 중 수치 하나만 틀려도 최종 제품을 그냥 버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로 3D 설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비의 대형화·정밀화를 꾀할 수 있게 됐죠. 장비 부품에는 각기 다른 협력사나 글로벌 기술사 제품이 들어갑니다. 장비 전체를 조망하며 그리는 역할엔 무조건 개입합니다.

그는 정말 기술인이었다. 장비 하나를 설명하며 도면을 보는 눈빛이 매서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성공 스토리 대부분이 기술을 익히고 배우고 개발한 사연이었다. 정 회장이 기술인의 삶에 발을 들인 건 벌써 반세기에 가깝다. 가난한 시골 출신인 정 회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기숙사와 장학금을 제공해주는 부산기계공고 진학을 결심했고, 이때 기계조립 기술을 접했다. 고2 때 이미 기계가공조립기능사와 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자격증을 한 번에 땄다. 졸업 후 1979년 창원 산업단지가 생길 무렵 첫 삽을 뜬 동명중공업(현재 두산모트롤)에 들어갔다. 그리고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온 기술자문역 눈에 띄어 산업연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유압 조립과 실험 전문가로 성장했다. 이후 대우조선공업에 스카우트돼 조선 유압 기술과 석유시추선 유압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입사 2년 만에 기술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갈증을 느꼈다.


▎정재송 회장과 박혜린 회장은 수년간 코스닥협회를 오가며 기술 기업 선후배로 인연을 맺고 있다. 두 사람은 공장 옥상에 있는 풋살장을 둘러봤다.
저 또한 타이어 수입업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기계에서 유압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회장님이 유압 기술 전문가인 줄은 잘 몰랐습니다. 대기업에 스카우트돼 2년 만에 팀장으로 승진하셨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사건 하나가 있었죠. 아직도 기억납니다. 대우조선공업에 일하는데 한 도크에서 자동차 수송선박을 만들고 있었어요. 시운전 중에 차를 싣는 뒷문이 도크에 떨어져 파손된 겁니다. 납기가 지연됐고, 하루 뱃값의 0.3%씩 패널티가 쌓였죠. 유압 문제였지만, 몇 주가 흐른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유압으로 문을 닫는 회로 설계는 일본 기업 몫이었죠. 누구도 회로를 탓할 엄두를 못 냈죠. 하지만 검사해보니 회로 설계가 문제였습니다. 텔렉스로 일본 기업에 조목조목 따졌고, 나중에 대우조선이 물어야 했던 패널티도 일본 기업이 다 물었습니다. 당시 사장도 제 능력을 알아봤죠.

대우조선의 주축이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워터젯 개발이 웬 말입니까?

한 번씩 발동이 걸리는 게 문제입니다.(웃음) 대기업에서 뭔가 매몰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난데없이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죠. 친한 선배와 위터젯 장비회사를 차렸고, 정책지원금도 받아 기술개발에 몰입했습니다. 물로 쇠를 자르는 기술인 ‘워터젯’은 초고압의 물을 바늘구멍만 한 노즐을 통해 초음속으로 분사하는 장비였습니다. 지금은 자동차 대시보드를 자를 때 다들 쓰는 방식이지만, 예전엔 사람 손으로 잘라 구멍을 냈습니다. 워터젯 기술이 대박이라 믿었습니다. 미국대사관 내 도서관을 드나들며 외국 기업에 팩스로 자문을 구하고 원리부터 제품까지 하나하나다 개발에 성공했죠.

성공 가도를 달리셨겠군요.

제품을 내놓자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방송에 출연해 강소기업의 대명사가 됐죠.(웃음) 하지만 이 기계의 생산성이 너무 뛰어나 기업들이 기계 한 대만 샀습니다. 2억원짜리 기계를 정말 죽어라 만들었는데 1년에 고작 10대를 팔았습니다. 그러다 자동차 부품 절단보다 난이도가 다소 낮은 반도체 세척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고 장비를 다시 개발했습니다.

장비를 반도체 업종에 맞게 고친 후 주문이 쏟아졌겠네요.

그럴 리가요.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잘 아시겠지만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문이 쏟아지는 일은 없잖아요.(웃음) 반도체 업체들이 이미 쓰고 있는 장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1억원짜리 장비 한 대를 5000만원에 납품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모르고 공장장에게 지시했더니 스테인리스가 아닌 일반 스틸로 만든 겁니다. 물을 사용하는 장비이기에 한 달만 써도 녹이 슬고 난리가 났겠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는 고객사 몰래(?) 스테인리스로 새로 만든 장비로 교체해줬죠. 그때부터 그 기업 담당자가 깜짝 놀라 구매와 장비개발부서에 손수 공문을 작성해 우리 장비의 우수성을 알렸고, 팩스가 망가질 정도로 주문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삼성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부채꼴 모양으로 고압 수(水)를 분사해 반도체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 회장님 작품이네요.

삼성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 기업에서 주문이 밀려들었죠. 디플래싱 머신은 그렇게 세계 반도체 공정 표준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때 번 돈으로 공장 용지도 사고, 사세를 확장했죠. 그러다 또 발동(?)이 걸렸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특유의 압박감이 생겨났죠. 우연히 카이스트 최고경영자과정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여긴 진짜(?) 공부를 시키는 겁니다. 특히 인수합병(M&A) 분야가 흥미로웠죠. 2010년 디스플레이 본딩 장비 기술을 가진 AST를 인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아까 설명하신 디스플레이 패널 본딩 기술은 그때부터 본격화된 셈이네요. 요새 다른 발동은 안 걸리세요?

새로운 발동이 걸렸습니다. 제이스텍이 보유한, 스마트폰과 애플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쓰이는 디스플레이 가공 기술, 표면을 다듬고 접착하는 기술은 지금까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샌 OLED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에 눈을 돌리고 있죠. 지난해 공시도 했지만, 세세한 내용을 밝히긴 민감한 사안입니다. 대략 설명하면 20년 이상 자동검사 분야의 영상처리를 개발한 경험으로 관련 솔루션을 만드는 매크론이란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죠. 일부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 중 OLED 디스플레이를 사람의 눈으로 검사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충격이었죠. 당연히 생산성이 떨이지고, 불량률도 높았죠. 그런데 기계가 판독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몇 분이 걸릴 검수가 순식간에 끝나는 겁니다. 불량률도 0에 가까워지겠죠. 이게 생산수율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정 회장님의 또 다른 발동이 기대되네요. 정말 기업인으로서 절감하지만, 끊임없이 회의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신사업과 신기술 개발은 언제나 직접 챙겨야 한다는 점에 100% 공감합니다. 코스닥협회 주역 중 한 분으로서 이런 점을 항상 강조하시잖아요.

박 회장님도 기술 기업을 운영하셔서 아마 느끼셨을 겁니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라고 영원하란 법은 없습니다. 시장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지속하는 과정을 거치는 자에게 ‘대박’이란 기회를 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100% 운은 없었죠. 업계를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기술을 끊임없이 갖춰가면 아마 불황에도 우려를 느끼지 못할 거라 확신합니다. 제이스텍이 강하다는 건 한국 디스플레이·반도체 관련 업계가 탄탄하다는 증거입니다. 촘촘히 들어선 업계가 이루는 기술생태계는 막강하죠.

말씀하신 대로 한국이 제조업 강국임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이 IT에만 편중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이스텍같은 탄탄한 기업이 많은데도요.

최고라고 내세울 수 있는 단 하나의 기술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한국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기업이면 그런 철학과 의지가 있어야죠. 물론 힘든 과정입니다. 과거 제가 겪었던 과정을 그대로 겪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IT도 IT지만, 기술 배우는 일도 점차 첨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몇 년만 종사해도 업계에선 구하기 힘든 전문가로 올라섭니다. 기술인에게 잘 갈고닦은 기술 하나는 자신감을 지켜주는 토대가 됩니다. 제가 이순(耳順)을 넘어선 나이에도 항상 변화를 생각하고, 미리 움직여야 이 자릴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이유입니다. 마곡지구에 스타트업을 무료로 입주시킬 사업장도 짓고 있습니다. 기술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모든 방법을 마련해 도울 예정입니다. 한국은 지금도 제조업 강국이고, 앞으로도 독일 못지않은 제조업 강국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박혜린은…신용카드·전자화폐시스템 업체 바이오스마트, 스마트전력계량플랫폼 기업 옴니시스템, 라미화장품 등 10개 회사의 매출 총합은 3000억원을 넘었다. 2018년 5월 출판사 시공사를 인수했다. ‘영업이익의 10%를 무조건 기술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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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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