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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김영덕 아미 에우제니 회장 

스켈레톤 시계로 제2의 승부수 

오승일 기자
럭셔리 시계 브랜드 아미 에우제니가 1세대 모델에 이어 2세대 신제품을 출시했다. 국내 최초의 스켈레톤 모델로 시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아미 에우제니 김영덕 회장을 만나 출시 배경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스켈레톤 신모델로 국내 고급 시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영덕 회장. / 사진:아미 에우제니 제공
국내 시계 산업 부흥을 모토로 2012년 설립된 아미 에우제니가 스켈레톤 디자인으로 재해석된 2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AE TN002’로 명명된 이 제품에는 기존 모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와 기능들이 추가됐다. 세라믹과 티타늄, 카본 파이버 소재로 제작된 45㎜ 케이스, 슈퍼 루미노바가 적용된 인덱스와 핸즈, 매뉴얼 오토와인딩 AE 3002-B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특징이다. 지난 2월 7일 서울 청담동 아미 에우제니 부티크에서 만난 김영덕(49) 회장은 “7년 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우리만의 색깔이 담긴 시계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며 “그 첫 결실을 이루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미 에우제니가 오랜만에 신제품을 선보였다. 소감이 어떤가?

시계를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지 어느덧 7년째다. 1세대 모델이 나오고 첫 공식 행사를 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도 이제 시계 무브먼트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자부심이 컸다. 그 이후 우리만의 색깔이 담긴 시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노력해왔고, 그 첫 번째 성과가 바로 이번 스켈레톤 모델이다.

제작 기간은 얼마나 되나?

2017년 하반기에 콘셉트를 확정하고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재설계를 시작했으니 1년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해외 브랜드와 비교해봐도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 제대로 된 매뉴얼 하나 없이 열악한 인프라와 시스템 속에서 이만큼 성과를 내준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그 기간에 힘든 점은 없었나?

사실 처음에는 쉽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1세대 모델(TN001)에 들어간 3001번 무브먼트를 시스루로 다시 만드는 작업인지라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스켈레톤으로 변경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똑같은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게 문제였다. 나를 비롯해 개발팀 모두가 당황스러웠다. 설계를 수백 번이나 변경하고 또 변경했다. 마침내 무브먼트를 스켈레톤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베이스나 브리지의 강도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로 인해 구조물이 비틀리거나 처지면서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런 오류들을 모두 해결했고 안정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번 모델을 위해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부품에 스켈레톤 콘셉트를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것이 날짜판이다. 스켈레톤 콘셉트에 맞추기 위해 수작업으로 일일이 깎아서 만들었다. 스트랩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소재를 접목했고, 착용감을 개선하기 위해 표면 마감에 더욱 신경 썼다. 무엇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컬러다. 베젤 컬러를 블랙, 화이트, 그린, 레드, 블루 등 5가지로 적용하고, 거기에 맞게 날짜판이나 스트랩도 변경할 예정이다.

신제품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개발 속도나 완성도 면에서 놀라는 눈치다. 특히 해외에서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기회가 된다면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시계 박람회에도 참여하고 싶다. 조만간 100% 우리 손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투르비옹 무브먼트를 선보여 해외 전문가들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

이번 신제품을 어떻게 알려나갈 계획인가?

지금까지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홍보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현재 MBC 예능 프로그램 [킬빌]에 PPL을 하고 있다. 아울러 SNS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머지않아 투르비옹 무브먼트가 완성되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2세대 신모델로 해외서도 호평


▎티타늄 케이스,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특징인 AE TN002. / 사진:아미 에우제니 제공
김 회장은 최근 주얼리 브랜드 일레란느를 론칭하고 플래그십 스토어와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다. 국내 최초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아미 에우제니의 외연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서울 청담동 부티크에서는 메이드 인 서울, 메이드 인 이태리의 주얼리 컬렉션 외에 개인별 니즈에 따른 오더메이드 제품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일레란느는 어떤 브랜드인가?

한마디로 아미 에우제니의 자매 브랜드라고 보면 된다. 국내외 17개 주얼리 브랜드를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큐빅부터 골드, 다이아몬드까지 제품 레인지가 방대하다. 일레란느(ille lan)는 ‘당신의 여유로운 시간’이란 의미다. 브랜드명에 걸맞게 ‘휴식’이라는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췄다.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자체 개발한 티도 맛볼 수 있다. 향후 주얼리를 넘어 가죽제품, 신발 등으로 카테고리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시계·주얼리 외에도 새롭게 시작한 비즈니스가 있다고 들었다.

최근 보네스트(BONEST)라는 냉난방 기능이 들어 있는 의자 브랜드를 출시했다. 브랜드명은 ‘행복(BON)’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와 ‘최고(BEST)’라는 의미의 영어를 조합해 만들었다. 아미에우제니의 모기업인 화인은 반도체 제조설비 히터 부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거기서 독자 개발한 발열통풍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개개인의 온도차를 극복하고 쾌적한 휴식과 여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서울 청담동 헤어숍 두 곳에 제품이 들어가 있는데 반응이 괜찮다. 의자와 소파를 시작으로 매트리스나 침대, 노인용·애완용 가구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올해 시계 시장을 전망해달라.

정확한 수치는 5~6월쯤에 자료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최근 전 세계 시계 시장의 성장세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하지만 한국 시장만큼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안타까운 점은 해외 브랜드에 맞설 국내 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체 규모의 99%를 해외에서 다 가져가는 실정이다. 하루빨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기술력을 갖춰서 해외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싶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처음 시계 제작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우리만의 아이덴티티와 디자인을 담아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향후 우리의 방향은 무브먼트 콘셉트라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아미 에우제니만의 특색이 담긴 무브먼트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우리의 올해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주로 스터디하는 자세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좀 더 창의적인 시계를 개발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아미 에우제니의 미래 비전을 밝혀달라.

시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무작정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 솔직히 쉽지 않은 길이었다. 돈만 좇으려 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덧 시계는 내게 자식 같은 존재가 됐다. 말썽 부리고 속 썩일 때는 정말 밉다가도 가끔 예쁜 짓을 하면 한없이 사랑스러운 아이처럼 말이다. 돌아보면 해외에서의 따가운 눈초리, 국내 마니아들의 혹평과 무시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 것 같다. 국내 시계 산업을 다시 개척한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노력으로 시계 산업을 지탱할 인프라가 튼튼하게 만들어지고 제2, 제3의 아미 에우제니가 계속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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