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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빠진 기업 ‘베스트 뮤지엄'(4)] 태진인터내셔날-플랫폼 L 

건축물부터 명품 같은 공간 

박지현 기자

▎명품관을 떠올리게 하는 플랫폼엘 외관. Photo Yeonje Kim
삭막한 강남구 논현동 관세청 사거리. 홀로 자태를 뽐내는 건축물이 있다. 바로크 양식으로 디자인한 이곳은 아름다운 곡선과 기하학적 패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해 루이까또즈의 시그니처 퀼팅 패턴인 길게 뻗은 마름모 모양을 건물을 감싸는 형태로 표현했다. 태진인터내셔널과 루이까또즈가 함께 설립한 태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플랫폼-L(이하 플랫폼엘) 컨템퍼러리 아트센터다.

2016년 설립된 이 복합문화공간은 사실 건축물부터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2173.6㎡ 면적에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로 세웠다. 건축사무소 조호의 이정훈 건축가가 설계했다. 건물 외부의 겹친 마름모 형태는 루이까또즈(루이 14세)가 정립한 기하학에서 시작했다. 과거 절대왕정을 상징했던 모티브를 건물의 삼면이 도로에 접한 지형적 조건에 맞춰 재해석했다. 기하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한국 전통 창호에 사용되는 접합 방식을 썼다.


▎카러 마르턴스 작품 ‘해변의 색깔’이 설치됐던 링크야드. / 플랫폼 L 제공
10여 년간 루이까또즈의 문화 마케팅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한 태진인터내셔날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2015년 태진문화 재단을 설립했고, 2년간 건립 과정을 거쳐 플랫폼엘을 완공했다. 플랫폼엘은 다양한 장르를 실험적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문화 공간을 창출하고자 했다. 전용준 태진인터내셔날 회장은 개관 당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패션기업으로 예술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예술을 만드는 사람과 향유하는 사람 모두를 위해 열린 학습과 탐구의 공간, 교류와 협력의 플랫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 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후원활동을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 ‘슈발리에’를 받기도 했다.

플랫폼엘 건물이 각광을 받은 건 대지에 비해 높은 활용도 덕분이기도 하다. 강남 한복판은 다른 상업지구에 비해 용적률이 낮아 공간 활용이 매우 제한돼 있었다. 기능은 복합적이지만 심플하게 엮었다. 루이까또즈 가죽 제품도 만날 수 있는 아트숍과 고급 레스토랑까지 문화공간으로 손색 없이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 시각예술을 포함해 퍼포먼스, 영상, 공연 등 다양한 장르로 매체를 담아낼 수 있게 전시 공간을 나눴고, 라이브홀을 지하에 별도로 만들었다.


▎전시 공간 내부는 설치작품들의 여백도 고려해 넓게 마련했다. / 플랫폼 L 제공
라이브홀은 168개 수납식 객석과 무빙월 시스템으로 공간을 활용했다. 서양의 중정 또는 한국의 전통 마당과 닮은 1층 링크야드는 ‘열린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야외 오페라 하우스로 250인치 스크린을 활용한 상영회, 와인 리셉션도 연다. 타공 패널엔 루이 14세 궁정화가가 그렸던 17세기 베르사이유 하늘을 맵핑했다. 이정훈 건축가는 “루이 14세가 본 베르사이유 하늘을 서울 하늘에 투영시켜 공간과 시간의 통시적 감성을 루이까또즈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건물 자체만으로도 한적한 명품 전시관을 둘러본 기분이다. 서울에서 손꼽힐 만큼 번잡한 거리에서 오아시스 같은 랜드마크로 부상 중이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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