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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빠진 기업 ‘베스트 뮤지엄'(10)] 포스코그룹-포스코미술관·스틸갤러리 

철강기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박지현 기자

▎포스코센터에 있는 스틸갤러리 1층. / 사진:포스코미술관 제공
지난해 4월 포스코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포스코센터를 새로 단장했다. 사시(社是)도 ‘제철보국’에 ‘문화보국’을 더해 하나 늘렸다. 서점, 카페, 푸드코트, 미술관 등이 모두 탈바꿈했다. 유명 카페 브랜드 ‘테라로사’의 커피 향이 가득하고, 원통 수족관에는 형형색색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 정문에선 프랭크 스텔라의 ‘꽃이 피는 구조물’이, 로비에선 백남준의 ‘철이철철 TV깔때기·TV나무’가 반긴다. ‘일하는 공간’을 확실히 넘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젠 ‘기업 메세나의 표본’이란 칭찬도 잇따른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포스코미술관을 필두로, 포스코 센터의 종합전시관 스틸갤러리도 달라졌다. 1995년 건립부터 함께하던 상설전시관은 브랜드 정체성을 첨단 예술과 접목하고, 철의 친근함에 체험 요소를 더해 업그레이드했다.

지루함에서 벗어나고자 첨단 시설과 다양한 시도로 전시 작품을 ‘놀이형’으로 바꿨다. 철강 생산공정과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포스코 차세대 최첨단 철강제품인 기가스틸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바닥에선 터치하면 반응하는 꽃잎, 물고기 등의 이미지들이 쫓아다녀 시선을 끈다.

만화적 기법을 이용한 인터랙티브월은 생활 속 철을 찾아 손으로 터치하고 체험할 수 있다. 자동차, 초고층 건물, 다리, 풍력발전기, 선박, 모니터, 프린터, TV, 피아노, 주방기구, 엘리베이터, 수도 배관 등을 볼 수 있다. 2층 전시관은 일종의 쇼룸과 같다. 포스코의 첨단 철강제품을 소개한다. 포스코 고유 모델의 전기차 차체, 새시, 배터리팩이 전시돼 있다. 철 조각들이 360도 회전하는 ‘키네틱아트(Kinetic Art)’ 예술 작품은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약 200개 금속 조각이 돌고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한다. 철강을 이용한 제품이 주위 반원 디스플레이에 영상과 함께 나타나도록 연출했다. 개관 이후 관람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문화활동은 수십 년간 이어져왔다. 1995년 포스코갤러리를 개관했고 1998년 포스코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이제는 제조 방식을 예술로 승화해 브랜드 마케팅으로 내세우는 기업의 그루터기로 자리 잡았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예술은 새로운 경영이념과 비전을 확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며 “포스코미술관은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가족친화적이고 창의적인 직장문화도 함께 조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표 B2B 철강기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포스코미술관 전시 전경(2018년, 해외작가 2인전). / 사진:포스코미술관 제공



▎포스코 스틸갤러리 2층에 전시한 차체 내부. / 사진:포스코미술관 제공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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