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예술에 빠진 기업 ‘베스트 뮤지엄'(11)] 대림그룹-대림미술관·디뮤지엄 

작지만 강하다, 줄 서는 미술관의 비결 

박지현 기자

▎실제 주택을 개조해 2015년 문을 연 디뮤지엄. [I draw_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전경.
규모는 사립 갤러리 수준으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연간 관람 인원은 46만 명을 넘을 정도로 ‘줄 서는 미술관’이다. 어떤 전시엔 주말에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했고, 발길을 돌리는 관람객도 생겨났다. 2018년 누적 관람객 100만 명 이상을 달성하며 10년 전 대비 관람객이 75배 증가했다. 이른바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주로 20~30대 젊은 층이 대다수다.

관람객을 빨아들인 건 고도의 마케팅 전략 덕분이다. 대림미술관은 2011년 국내 최초로 내부 사진 촬영을 허용해 SNS 활동에 적극적인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했다. 전시 공간은 어떻게 찍어도 관람객과 미술품이 최상의 작품으로 나오게 한다. 전시마다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유다.

최초·최다 기록도 이어간다. 대림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무료 오디오가이드를 제공했다. 2014년엔 국내 미술관 최초로 인스타그램 채널을 오픈했고, 뮤지엄 파티도 개최했다. 앱 유저는 약 94만 명으로 국내 미술관 중 최다다. SNS 구독자는 26만 명, 블로그 포스팅 수도 15만 개로 사립 미술관 중 가장 많다. 각종 이벤트와 프로그램 기획도 활발히 했다. 1일 7회 이상 도슨트 투어를 제공하고, 2004년부터 콘서트와 체험형 워크숍으로 연 100회 이상 강연을 열었다.

1996년 대림문화재단이 세운 대림미술관은 한국 최초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림미술관이 전신이다. 2002년 지금의 간판으로 바꿔 달고 종로구 통의동 주택가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은 실제로 1967년부터 거주했던 한 가족의 보금자리였다. 2015년에는 한남동 독서당로에 디뮤지엄을 개관했다. 재단 설립 20주년을 기념해서다. 2431㎡ 규모로 기둥이 없는 공간 설계로 매번 제각각으로 변모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대림미술관에서 선보여온 다양한 콘텐트를 확장된 공간에서 수준 높은 감성으로 제시하는 ‘진화된’ 버전이다. 앞선 2012년엔 용산구 한남동에 ‘구슬모아당구장’도 열었다. 외진 골목에 있는 당구장을 개조한 이 공간은 국내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전시 공간이다. 실험정신 가득한 작가들의 주옥 같은 작품들이 이곳에서 빛을 본다.

대림문화재단의 비전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전시다. 그래서 모든 기획은 ‘미술관에선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은 전시, 관람객을 배려하는 서비스, 쉬운 이해로 이끌어주는 교육·문화 프로그램까지 삼박자의 균형을 놓지 않은 게 주효했다.

2월 14일부터 디뮤지엄에서는 작품 350여 점을 옴니버스 구성으로 준비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를, 2월 23일 구슬모아당구장에선 [굿즈모아마트 : GOODS IS GOOD]을 개최한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마트’를 콘셉트로 청과, 수산, 정육, 냉동식품 등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두 전시는 모두 하반기까지 이어진다. 캔버스를 떠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신진작가들을 지원하는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열린 전시.



▎공연이나 콘서트를 구성한 체험 프로그램은 연 100회 이상 열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903호 (2019.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