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조지선의 ‘셀럽 심리학’ 

인생 습관을 만드는 미니 행동 

건강, 관계,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생 습관이 필요하다. 제한된 내 에너지를 얼마나 중요한 일에 쓰고 있는지 파악하고, 중요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작심삼일로 인한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꿀팁을 소개한다.

“올해는 운동을 꼭 해야 하는데 좋은 방법 없어요? 매번 작심삼일이야.” 대화 상대가 이런 조언을 구할 때면, 대충 대답하고 딴 얘기를 하곤 했다. 결국 내 입만 아프다. 그가 내 말을 듣고 갑자기 운동할 리 만무하다. 더 큰 이유는 나도 성공한 적이 없다는 거다.

운동과 다이어트. 책 읽기와 영어 공부. 연초에 ‘올해 목표’로 이름을 올렸다가 스르르 존재도 없이 사라지는 과업들이다.

그러다 1월 1일만 되면 ‘컴백’하는 오뚝이 목표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 세다. 버리려고 해도 잘 안 된다. 둘째, 중요하지만 전혀 급할 게 없다. 늘 내일부터 해도 된다. ‘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절대 하지 않는 일’은 이런 일이다.

달라질 수 있을까? 두 가지 작업이 필요하다. 첫째, 제한된 내 에너지를 얼마나 중요한 일에 쓰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인생 과업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둘째, 중요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습관 들이기


우리가 꼬박꼬박 잘하는 일은 ‘급한 일’이다. 사람들은 일의 중요성보다 긴급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중요한 일을 제쳐두고 급한 일에 몰두한다. 이것이 명백하게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일 때도 그렇다. 존스 홉킨스 대학 경영학자 멩 주의 연구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이 걸려 있는 중요한 일을 마다하고 급한 일을 쳐내느라 바빴다.

멩 주는 이를 ‘단순 긴급성 효과(Mere Urgency Effect)’라고 불렀다. “시간에 쫓겨서 핵심적인 질문을 빼먹는 것이다. 이 일이 왜 중요한지,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바쁘다고 느낄수록 이런 경향이 더 짙어진다. 시간 압박에 예민해져서 일의 목적을 못 보고 과제 완료에만 급급한 것이다.”

“내게는 두 종류의 일이 있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급한 일은 대체로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일은 대체로 급하지 않다.” 이 멋진 말을 한 사람은 전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다. 아이젠하워 매트릭스(Eisenhower Matrix)를 사용해서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분석해보자.


①번은 중요하고 급한 일이다. 이런 일은 다들 집중해서 잘한다. ②번은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인데, 우리는 이런 일에 매달린다. ②번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 ‘내 일’이 아니라 ‘부하직원의 일’이다. ‘김 대리로 불리는 부장님’을 떠올리면 된다. 사소한 일에 참견하느라 큰 그림을 못 본다. “내가 확인을 안 하면 여기저기 사고가 터져.”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둘째, 내가 주도하는 ‘능동적인 일(Active Work)’이 아닌 타인의 요청에 대응하는 ‘반응적인 일(Reactive Work)’이다. 정신이 또렷한 오전 알짜배기 시간을 주로 이런 일에 써버린다. 출근해서 연 메일함엔 각종 요망 사항이 쌓여 있다. 다른 사람이 재촉하는 일은 늘 ‘급한 일’이 된다. 별별 요청에 즉각 응대해야 프로답게 일한 느낌이 든다면 이는 ‘전문가다움에 대한 착각’이다. 내가 한 일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잡일, ②번이다. 내 일인지, 지금 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최소화해야 한다. 가능하면 오후 4시로 미룬다. 머리도 멍하고 기력도 떨어지는, 잡일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프로는 ‘반응적인 일’에 황금시간대를 내주지 않는다.

③번은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로, 과감한 제거가 정답이다.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는 일이다. 혹시 몰라서 갖가지 정보를 다 수집하고 혹시나 요만큼이라도 더 나은 물건을 사려고 인터넷을 샅샅이 뒤진다. ‘과다 정보로 인한 생각 마비(Analysis Paralysis)’로 인해 결정 장애가 오기도 한다. 시간 가성비 제로의 인생인데 성실해서 더 애처롭다.

둘째, 핸드폰 끼고 뒹굴기와 같은 ‘시간 죽이기’다. 이러고 나면 머리도 마음도 아프다. 필자는 최근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의 스캔들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홈스(테라노스의 전 CEO. 몇 방울의 피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멍하게 이어보느라 몇 시간을 썼다.

긴 호흡으로 공들여야 할 인생 과업은 ④번이다. 진짜 프로가 에너지를 집중하는 일이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배우고 성취하고 사랑하고 돌보며 나답게 인생을 즐기는 일이다. 바쁘게 살다가도 “뭣이 중헌디?”라고 묻게 되는 순간, 내 마음을 울리는 주제는 대부분 ④번이다. 크게 세 가지다. 건강, 관계, 성장.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가? 나는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가?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 잠시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를 정리해보자. ①번은 늘 잘해왔다. ②번은 제발 대충 하자. ③번은 제거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④번은? 강적이다. 여기가 인생의 승부처다. 습관을 만들지 못하면 백전백패다.

연초 세운 계획이 봄이 되기도 전에 물 건너가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꿀팁을 소개한다. 스탠포드대학 심리학자 B.J 포그가 제안한 ‘미니 습관(Tiny Habit)’이다. 아주 미세해서 헛웃음마저 나오는 왜소한 습관이다.

그러나 과욕을 버리고 ‘미니 행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책을 펴서 한 문장만 읽는다. 스쿼트도 한 개만 한다. 영어 표현도 한 개만 말한다. 치실질도 치아 한 개만 한다. 미니 행동은 다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절대로 노력이 들어가면 안 된다. 30초 이내에 끝낼 수 있어야 한다. 정서적, 신체적 고통이 따르면 안 된다. 하루에 한 번 이상 해야 한다.

이 미니 행동을 하루 중 언제 하면 좋을까? 진정한 꿀팁은 바로 이 질문에 있다. 포그에 따르면 습관 형성은 나무를 가꾸는 일과 같다. 미니 행동은 ‘씨앗’이다. 씨앗을 좋은 흙에 심어야 나무가 잘 자라듯이, 미니 행동도 ‘좋은 곳’에 심어야 습관으로 자란다. ‘좋은 곳’이란 내가 이미 매일 하는 행동이다. 이것을 ‘트리거(Trigger) 행동’이라고 부른다. 나는 매일 손을 씻고 물을 마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의자에 앉는다. 예를 들면 ‘스쿼트 두 개의 미니 행동’을 ‘손 씻기라는 트리거 행동’에 심는 것이다.

필자는 요즈음 매일 스쿼트를 60회 정도 하는데 이는 기적이다. 처음엔 손을 씻은 후 2회씩 했고 지금은 8회로 늘렸다. 보는 눈이 있어 부담스러울 땐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는 스쿼트를 한다. 아주 바쁠 땐 한 번만 한다. 포인트는 ‘연속성’이다.

세 가지 미니 습관을 한꺼번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투자하는 시간은 몇 분이 채 되지 않지만 내가 하루를 장악하는 느낌이 든다. 필자의 행동 레시피는 이렇다. “1. 아침 기상 후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하고 소리 내어 말한다.” “2. 손을 씻은 후 스쿼트를 8개 한다.” “3. 의자에 앉은 후 깊고 긴 호흡을 세 번 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미니 습관의 연쇄효과(Cascade Effect)는 결코 작지 않다. 운동 약속을 밥 먹듯이 미루곤 했는데 이제는 다르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니까. ‘좋은 하루’라고 말했더니 실제로 ‘좋은 하루’를 만들고자 한다. 차 안에서도 깊은 호흡을 하며 잠깐 휴식한다.

연초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는 나의 의지박약과 무능력 때문이 아니다. 굳은 결심을 유지하지 않으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동기(Motivation)는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파도처럼 높고 낮음을 반복한다. 내 동기 수준이 최저점을 찍을 때도 인생 과업을 놓지 않으려면 미니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미니 습관이 작은 나무로 자라면 내 의지도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이 작은 행동이 커다란 나무를 닮은 인생 습관이 될 미래가 곧 올 것이다. 오늘도 손을 씻은 후 스쿼트를 8개 했다.

- 조지선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전문연구원(심리학 박사)

※ 조지선 전문연구원은…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타임워너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 인간행동과 사회적 뇌,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있다.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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