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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발판 삼아야 할 ‘가업승계’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어떤 기업이든 흥망성쇠의 기로에 선다. 특히 가업승계를 앞둔 기업일수록 쇠퇴기에 접어든 경우가 많고, 경영권 손바뀜도 필요한 곳이 많다. 가업승계는 단순히 부의 이전이 아니라 기업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다. 문제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기업 중 30년 이상 된 기업의 수는 전체 기업의 약 2% 정도다. 이 기업들은 우리나라 전체 매출액의 39%를 차지하며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창업해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상 성숙기에 접어든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대부분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어 만약 이 시기에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쇠퇴기로 접어들게 된다.

기업의 라이프사이클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창업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를 맞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기업이 성숙기에 이르면 대부분의 창업자가 60~70대에 접어들게 된다. 그렇다 보니 창업 초기 청년 시절만큼 왕성하게 활동하기 어렵다. 기업이 가장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서는 현재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이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업 혁신에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면 자연스럽게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성숙기에서 쇠퇴기에 이르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수익이 정체되거나 감소되어 유동성에 영향을 받아 신규투자가 어려워진다. 둘째, 원맨 경영이 주를 이룬다. 즉, 회사에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없고, 기업경영은 경영자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그래서 결국 경영자는 우유부단한 태도와 행동기피를 보이다가 기업을 매도하거나 붕괴를 맞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어떤 기업은 제2의 성장을 꾀한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얘기다. 어떤 기업이 쇠퇴기를 맞고, 제2의 성장기를 맞을까?

대부분의 기업은 성숙기의 A지점을 전후해서 세대교체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때 창업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바람을 갖는다. 자녀들이 맡아서 욕심부리지 않고 a와 같이 현 상태를 잘 유지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 경우 창업자의 바람처럼 기업의 미래가 a와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업이 혁신이나 변화에 실패하면 시간문제일 뿐 머지않아 쇠락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잘 준비한다면 b처럼 재성장할 수 있다. 재도약을 하려면 기업은 이미 성장기 때부터 새로운 제품 개발, 자회사 인수, 해외 시장 진출 등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장수기업의 성공 비결 역시 이것이다. 환경 변화에 발맞춰 계속 변신한 기업만이 쇠퇴하지 않고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정신’ 계승


기업이 도태하지 않고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자의 기업가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가정신’이란 새로운 사업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기꺼이 부담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뚜렷한 의지를 말한다. 이는 어떤 한 시점에서 기업가의 각오나 의지가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전 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기업가정신은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가 강조한 것으로, 기업가는 훌륭한 내일을 창조하기 위해 오늘의 안정된 상태를 의도적이고 주체적으로 파괴하는 혁신가(Innovator)이며 창조적인 파괴자(Creative destroyer)라고 정의했다.

그는 혁신가가 갖추어야 할 요소로 ▲신제품 개발 ▲새로운 생산방법 도입 ▲신시장 개척 ▲새로운 원료나 부품 공급 ▲새로운 조직 형성 ▲노동생산성 향상 등을 꼽았다. 즉, 제품, 기술, 시장, 원료, 조직 등 5가지 부문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기업이 창업해서 수십 년간 성장하며 생존을 이어간다는 것은 창업자에게 기업가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만일 다음 세대에게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이 계승되고 기업 내부에도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다면, 기업은 시장에서 무서운 힘을 갖고 다시 한번 재성장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창업자가 자신의 세대에 아무리 좋은 기업을 만들어 놓았어도 기업가정신이 후계자에게 계승되지 않고 조직 내에서도 사라진다면 기업은 얼마 가지 못한다.

재도약하는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전문적 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강하지만 유연한 기업문화도 갖추고 있다. 전문적인 관리시스템이란 오너 중심의 비체계적인 업무 관행을 체계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즉,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토대로 전략적인 계획과 목표를 수립하고, CEO에 의한 원맨경영조직을 개선해서 업무분산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인사와 보상 시스템을 적용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열정과 창의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기업이 대를 이어 성공하려면, 사장의 지시와 명령으로 임직원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이 창의적으로 연구하고, 지혜를 짜내도록 창업자 세대가 앞장서서 내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결국, 승계 시기와 맞물린 기업의 성숙기를 어떻게 대처 하느냐에 따라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쇠퇴기를 맞고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창업자가 직접 후계자에게 위험을 떠넘기지 않는 전문적인 경영 체질을 만들어서 물려주어야 한다.

201906호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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