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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집닥 대표 

인테리어와 IT , ‘사람’으로 엮는 창업가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집닥은 스타트업계 거물로 성장했다. 수백억원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고, 기업가치 수천억원에 달하는 ‘유니콘’이란 평가도 듣는다. 하지만 박성민 대표는 스타트업이 맞닥뜨린다는 ‘5~6년 차 위기’를 걱정한다. 그와 그를 믿는 ‘사람’은 서비스 ‘본질 지키기’에 사활을 걸었다.

▎박성민 집닥 대표는 고졸 출신으로 공사현장 경력만 20년 차다. 소위 ‘노가다’라고 불리는 일뿐 아니라 시행분양, 시행사까지 차렸다가 모두 망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학원에 다녔고, 건설 현장을 다니면서도 손에서 컴퓨터 언어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애착이 강했다. / 사진 : 집닥
‘누적 시공거래액 2200억원 돌파’, ‘누적 파트너 업체 1800여 개’, ‘총 견적 건수 15만여 건’

2015년 7월 창업한 인테리어 비교견적 플랫폼 ‘집닥’이 거둔 성과다. 집닥은 현재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영∙호남, 대전 등을 커버할 수 있는 영업망을 갖추고 창업 4년 만에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카카오, 알토스벤처스, 캡스톤 등 국내 최고 벤처캐피털들이 50억원 이상 투자했고, 지난해 말 130억원을 추가로 받아 지금까지 2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그렇게 마련한 성장 발판으로 최근엔 집 내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현재 다른 벤처기업과 프랜차이즈, 부동산리서치 회사, 은행권과도 업무제휴를 맺었다. 건축 중개 플랫폼인 ‘집닥 건축’ 등도 선보였다. 최근엔 비즈니스 센터 운영사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프리미엄 독서실 작심과도 손잡고 상업 인테리어 시장에서도 기업 간 거래(B2B)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엔 서비스 고도화도 집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애피어의 마케팅 솔루션 아이쿠아(AIQUA)를 도입해 고객 선호도와 관심사를 분석하고, 앱과 홈페이지 등에서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 콘텐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글로벌 기업 P&G, 에스티 로더 등 1000여 개 글로벌 브랜드와 에이전시도 마케팅 자동화와 서비스 혁신을 위해 애피어와 손잡을 정도다. 업계에서 기업가치 수천억원대로 알려진 집닥의 성장비결이 뭔지 물었다.

“비결이요? 차별화 전략 말씀하시는거죠? 그런 건 없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으니 수없이 들은 질문입니다. 창업 초창기부터 한동안 A/S 3년, 에스크로, 집닥 맨(인테리어 현장관리자) 서비스 등이 차별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보니 고객들이 집닥을 계속해서 찾아주는 건 같이 일하는 직원과 우리 고객이 있어서란 걸 깨달았죠. 결국 사람이 브랜드를 지키고, 만들어가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다시 1위 비결을 꼽으라 해도 ‘사람’을 얘기할 겁니다.”

지난 6월 18일 서울 강남구 집닥 본사에서 만난 박성민(43) 대표가 이렇게 답했다. 사실 그의 이력은 매우 독특하다. 고졸 출신으로 막노동에서부터 시작해 건설회사, 시행분양 대행사, 시행사 등을 하다가 7차례나 망했다. 30대 초반 그 앞에 놓인 건 빚 100억원 뿐이었다. 자살 시도도 세 차례나 했다. 그러다 살길 찾아 올라온 서울, 한 대기업의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만났고, 그를 눈여겨본 강사가 손에 쥐여준 1000만원이 지금의 집닥을 있게 한 사업자금이었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여러 차례 실패해도 성공 길에 올라선 박 대표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1000만원으로 집닥 창업을 결심한 이유가 있었나?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박성민 대표는 직원을 뽑을 때도 ‘인성’을 먼저 본다. 그는 “일은 좀 못해도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면 되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며 “개인기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인재를 원한다”고 말했다. / 사진 : 집닥
19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달려온 길이 그랬다. 소위 ‘노가다’부터 시작했고, 시행사 일도 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하면서 여기저기를 다녔다. 땀이 비 오는 듯한 날씨에 도배지를 들고 이 집 저 집을 돌기도 했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지금은 망했지만, 덕분에 IT 회사도 운영해봤다. 요즘 따지고 보니 인테리어와 IT를 결합하려고 그 모든 경험을 해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000만원을 투자금으로 받을 때도 살아온 과정이 큰 힘이 됐다. 투자자들도 내가 어떤 사업을 할지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얘기에 더 공감을 한다. 집닥은 내가 살아온 길, 그 자체다.

인테리어 중개 서비스 분야에서 업계 1위가 됐다.

사실 우리가 이 분야에 처음도 아니고, 엄청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인테리어 업계가 워낙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관행이 만연해 있었다. 기존 업체들도 이런 장벽을 넘지 못하고 단순 중개서비스에 그쳤다. 표준가격은커녕 자재 가격도 업체마다 달랐다. 하자보수 공사를 직접 한 경험도 있었던 터라 현장 상황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공사하는 업자 입장에선 일감이 끊이질 않으면 좋겠고, 집을 고치는 고객 입장에선 합리적인 가격에 맡기고 싶어 한다. 난 공정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서로 합의할 수 있게 돕는 일종의 다리다. 그 둘을 잇는 역할에 충실했고, 집중하다 보니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이 따라왔다.

차츰 경쟁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환영한다.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면 인테리어 시공상 일어날 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보상하는 꼼꼼한 시공계약서, 시공 관리를 전담하는 집닥 맨 등이 골자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간단하지 않나. 어떤 업체도 따라 할 수 있다. ‘집꾸미기’, ‘오늘의집’, ‘인스테리어’ 모두 훌륭한 콘텐트로 서비스하는 곳이다. 이들과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길도 언제든 열려 있다. 무엇보다 우리같이 서비스하는 업체가 많이 나타나서 그간 불합리했던 인테리어 업계 생태계가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테리어 업체와 충돌은 없었나?

없었다. 인테리어 업체는 어느 정도 집행할 마케팅비를 산정한다. 일단 존재를 알려야 공사를 딸 수 있다. 공사를 못 따도 써야 하는 고정비인 셈이다. 얼마 전 우리 서비스를 반신반의하던 한 인테리어 업체가 생각난다. 수개월간 광고전단, 지역신문 광고, 인터넷 포털 광고 등 상당한 액수를 마케팅비로 썼지만, 공사를 딸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업체가 수차례 상담 끝에 집닥에 이름을 올리자 3건의 공사 수주를 따낼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은 책임을 다해 공사하면 된다. 서로 나쁠 게 없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인공지능 기업 애피어와 손잡았다고 들었다. 다른 전략도 소개해달라.

소비자는 저렴하게, 과정이 원활하고 깨끗하고, 퀄리티가 보장된 인테리어를 원한다. 집닥이 이 모든 걸 현실화한 건 아니다. 부족한 게 많다. 더 최적의 시공업체를 연결하고, 더 저렴하면서도 원활하게, 또 더 퀄리티 있게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은 모두 강구하고 있다. 사실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고도화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집닥, 집과 닥터(의사)의 합성어다.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고민 해결사를 자처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험난한 환경 속에서 창업할 기회를 얻은 것도 항상 고객들이 가진 고민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항상 ‘사람’, ‘사람’을 되뇐다. 1000만원 투자한 분, 또 나를 믿고 인테리어를 맡겨준 분들, 집닥에 합류한 직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또 이들의 힘이 필요하다. 현재 월 거래액이 140억원 정도다. 앞으로 1000억원 기록을 달성할 때까지 이들과 함께 달릴 생각이다.

201907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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