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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보다 더 ‘핫’한 프롭테크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기존 부동산과 IT 업계의 판도가 바뀔 거란 예측이 나온다. 바로 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인 프롭테크 기업들이 두 업계를 잇고 있어서다. 벌써 전 세계 4000여 개에 달하는 기업은 ‘땅’과 비롯된 ‘공간’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있고, 한국 스타트업도 대거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9월 손정의 사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미국 프롭테크 스타트업 오픈도어에 4억 달러를 투자했다. 100조원 규모의 이 펀드는 오픈도어뿐만 아니라 건설 분야 카데라, 공유오피스 위워크, 주택보험 분야 레모네이드, 호텔 분야 오요에도 투자했다. 사진은 비전펀드의 주요 투자처를 설명하는 손정의 사장.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孫正義) 사장도 반했다. 지난해 9월 손 사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창업 4년 차를 맞는 ‘오픈도어’란 기업에 4억 달러(약 4500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이 기업의 가치는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오픈도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자기가 건물을 사서 수리한 뒤 되파는 일이며, 미국 최대 주택 공급업체인 레나가 투자했다.

사업 방식은 이렇다.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이 사이트에 들어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한다. 그러면 오픈도어가 자체 소프트웨어로 감정해 가격을 제시한다. 고객이 이를 받아들이면 곧바로 매매가 이뤄진다. 부동산 매매에 많게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미국에서 이 모든 과정을 90일 안으로 줄여버렸다. 집을 판 돈으로 새 집을 사야 한다면 오픈도어 사이트에서 맘에 드는 집을 골라 다시 구매하면 끝이다.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는 “오픈도어의 핵심 기술은 집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는 시스템(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전문가 50명의 평가 결합)과 주택을 산 고객에게 대출·보험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플랫폼 설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를 못 믿겠다면 회사에 고용된 공인중개사 100명이 상담에 나선다.

물론 손 사장이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 자체는 언제나 화제다. 하지만 이 회사가 미국의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으로 꼽힌 점도 분명 한몫했다. 프롭테크(PropTech)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단어다. 요즘 이 단어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화두다. 공교롭게도 손 사장이 투자한 카테라(건설), 위워크(공유 오피스), 레모네이드(주택보험)와 오요(호텔) 등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과도 묘하게 어우러진다. 엄밀히 말하면 손 사장이 투자한 위 기업들은 모두 프롭테크 기업이다.

프롭테크는 기본적으로 구사하던 단순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서비스를 지양한다. 최근 서비스 고도화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박성민 집닥 대표는 “감정·매매·융자·건물관리·보험 등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는 동시에 이 분야들이 서로 섞이기 시작했다”며 “서비스 고도화에는 인공지능∙딥러닝∙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까지 달라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 오픈도어 같은 서비스가 한국에서 나타나긴 어렵다. 한국에선 부동산 보유세가 낮고, 취득세·양도세가 높아 도입이 쉽지 않다. 게다가 국회에 계류 중인 데이터 규제법도 언제 통과될지 모르기에 정부가 완전히 공개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말고 개인거래 데이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척박한 현실에서도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첫 서비스를 개시한 부동산 임대 관리 플랫폼 ‘직방’을 시작으로 ‘다방’이 뒤를 따랐다. 신생 프롭테크 기업도 속속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우주’와 ‘코티에이블’, 부동산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집닥’과 ‘인스테리어’,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랩플러스’, 부동산 플랫폼을 운영하는 ‘슈가힐’·‘복덕판’·‘스테이즈’, 3D 공간 데이터 정보 플랫폼 ‘스페이스워크’와 ‘어반베이스’,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밸류맵’·‘부동산지인’·‘디스코’ 등이 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지난 6월까지 회원사만 80여 개를 넘어섰다. 국내 최초로 프롭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이 모여 만든 이 단체는 회원사 관계자들이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하고 협업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도 이들을 거드는 모양새다. 대대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산재된 정보를 한데 모아 시차가 생기는 문제 등을 개선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1일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는 부동산 실거래 정보를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시스템 간 차이 없이 연간 약 2000만 명에게 같은 실거래 정보 제공이 가능해진다. 업계도 “프롭테크 분야에서 신규 사업모델 발굴 등 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반겼다.

국토교통부는 한 발 더 나아가 프롭테크 육성에 직접 뛰어들 예정이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기획단장은 지난 5월 22일 한국프롭테크포럼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도시형 뉴딜사업을 시작한 지 3년째다. 이젠 차로 프롭테크와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6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도시재생 펀드에서 하반기 투자 집행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장밋빛 기대감만 있는 건 아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 실장은 “최근 오픈도어 투자 이슈가 화제인데 미국 건설 시공 쪽 스타트업은 노동 생산성을 관리해주는 프로큐어(PROCORE) 등 미국에서 3개 정도가 나왔을 뿐이고, 스마트시티나 스마트빌딩 등도 구글(사이드워크랩스)이나 지멘스, 미쓰이 부동산 같은 IT기업과 전통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데이터규제완화법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일부 서비스만 정보통신화하거나 신규 온라인 서비스 개설 정도로 그친다면 근본적 목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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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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