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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DNA 담은 애터미 신사옥 

“놀다가 지치면 그때 일하세요” 

애터미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공주시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름하여 ‘애터미 파크’. 오피스 건물에 파크를 붙인 이유는 사옥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놀다 지쳐서 일하게 만들자’는 콘셉트다. 박한길 회장의 철학이 녹아든 곳으로, 이 또한 새로운 실험이다.

▎애터미 파크는 건물 중앙을 뻥 뚫고 유리로 외벽을 세워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였다.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미끄럼틀이 이색적이다. 애터미 파크의 다양한 휴식 공간.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벽면 공간, 직원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과 로비층 건물 안쪽에 자리한 수영장. / 사진:애터미
글로벌 IT기업뿐 아니라 한국에도 혁신 오피스 열풍이 뜨겁다. 협업을 지향하며 벽을 없애고 도서관이나 카페를 연상케 하는 장소도 속속 등장한다. 창의적인 공간을 늘려 특유의 기업문화를 만들고자 함이다. 애터미가 지난 4월 입주한 공주 신사옥 ‘애터미 파크’는 언덕 위 대지 2만6430㎡(8000평)에 넓게 자리한 연면적 1만4413㎡(4360평)의 5층 건물로 흰색 외장과 회색 벽돌, 시원한 유리창으로 세련미를 풍긴다.

박한길 애터미 회장은 사옥을 ‘잘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을 그냥 놀게 놔두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가 보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렇게 찾은 일을 할지 여부도 전적으로 직원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놀이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애터미 파크는 글로벌 IT기업 구글 본사를 떠올리게 한다. 혁신 DNA로 불리는 ‘구글러’들의 근무 환경은 놀이터와 일터의 경계를 허물었다. 테마파크를 연상케 하는 파격적인 공간은 이들에겐 자연스런 일상이다. 애터미 파크도 일터와 놀이터의 중간 형태를 갖추고 있다.

애터미 파크에 들어서면 우선 건물 안에 가득한 자연광이 반긴다. 1층부터 3층까지 중앙을 아트리움 형태로 만들어 층마다 자연광이 닿도록 했다. 애터미 관계자는 “유리와 단열벽체 두께를 조정해 자연채광을 극대화하면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애터미 본사인 만큼 이곳을 찾는 사업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웅장한 느낌을 주도록 설계했다.


▎애터미 파크에는 다양한 형태의 회의실이 있다. 회의 역시 놀이를 지향한다. 박스형으로 묶은 회의실, 캠핑을 테마로 한 공간, 변기 모양 의자를 설치한 생각하는 회의실. / 사진:애터미
로비층은 지역사회와 기업, 임직원 사이에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든 점이 특징이다. 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는 ‘히즈빈스 커피’ 등 편의시설이 입점해 있고, 안쪽에는 수영장까지 갖추었다. 박 회장은 당초 수영장을 더 크게 만들고자 했으나 임직원들의 반대로 규모를 양보했다고 한다. 3층에서 2층으로 연결된 미끄럼틀도 박 회장의 아이디어다. 이 역시 건물 전체를 미끄럼틀로 연결하려고 했지만 주위 만류로 접었다.

이 밖에도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운동할 수 있는 헬스장과 요가시설도 갖췄다. 임직원들이 머리 손질이나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는 작은 미용실 ‘공주 싸롱’도 설치했다. 고무공을 가득 넣은 볼풀(Ball pool)룸, 키 낮은 농구대를 구비한 슬램덩크룸도 눈에 띈다. 모두 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장치다.

3층부터 5층까지는 애터미 직원의 복지 공간과 사무 공간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여느 사무실과는 완전 다르다. 애터미 파크는 일반 책상을 모아둔 사무 공간보다 회의실, 대형 커뮤니티 테이블, 카페 등 공용 공간이 훨씬 넓다. 업무 공간은 임직원들이 자유롭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자유좌석제를 실시하고 있다. 애터미 관계자는 “자유좌석제에 찬반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타 부서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면서 정보 공유가 원활해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개인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유리로 파티션을 한 집중업무실에서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받으며 업무를 볼 수 있다.

공주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 기대


▎세련미를 뿜어내는 폰 부스, 숲속 분위기를 만든 그네 회의실, 여직원을 위한 미용실 공주 싸롱.
무엇보다 애터미 파크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이색적인 회의 공간이다. 그네형 의자로 꾸민 ‘그네 회의실’, 캠핑을 온 듯 캠핑 의자에 앉아 회의할 수 있는 공간, 변기 모양 의자로 구성된 ‘생각하는 회의실’ 등 다양한 환경을 조성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애터미는 신사옥이 글로벌 진출의 베이스캠프이자 전 세계 500만 회원의 보금자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주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역할하리라는 기대가 크다. 공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애터미 신사옥에서 회원 대상의 행사가 많이 열릴 것으로 본다”며 “연간 10만 명이 방문해 1박 2일 기준 1인당 10만원가량을 지역 내에서 소비한다면 약 100억원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애터미 본사를 구석구석 돌아보는 동안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거나 농구장에서 땀을 흘리는 직원을 보지는 못했다. 근무시간이기 때문에, 분위기 형성이 안 되어서 등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박 회장이 ‘놀이터 같은 오피스 공간’ 콘셉트를 강력하게 추진한 데는 ‘눈치보지 말자’는 의미가 깔렸을 것이다. 애터미 파크의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는 직원들, 슬램덩크룸에서 덩크슛을 하고 있는 모습이 늘수록 박 회장의 실험은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다.

- 공주=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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