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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선의 ‘리더 습관’(5) 

리더가 챙겨야 할 두 개의 시계 

잠에서 깬 지 17~19시간이 되는 시점(6시에 일어났다면 밤 11시~ 새벽 1시)에 혈중알코올농도 0.05% 상태와 비슷해진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습관이 있다면 면허정지 수준으로 인지적 기능이 손상된 상태다. 적게 자고도 별문제 없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제대로 휴식해야 성과도 올라갑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쳤는가?

“잠을 반납하고 일해도 생존이 불투명한 마당에, 한가하게 글이나 쓰는 자들의 ‘뇌 맑은 소리’ 좀 보소.”

“그걸 몰라서 안 쉬나? 나도 쉬고 싶다고요!”

“식상하게 또 워라밸 얘기를 하려는 건가?”

필자의 주변 사람들은 휴식 이야기를 꺼내면 대체로 이런 반응을 보인다. 한국인의 DNA는 ‘휴식’이라는 단어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나 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열심히 사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수면 부족은 리더십 수행에 장애

휴식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첫째는 쉼의 목적에 대한 오해다. 누구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휴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휴식은 ‘성공’의 필수 요건이기도 하다. 성과를 내려면 쉬어야 한다. 둘째는 쉬는 방법에 대한 오해다. 따로 시간을 내야 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일터에서 짧고 진하게 쉬는 습관이다.

“성공은 휴식과 화해할 때, 비로소 찾아옵니다.” 성공한 사람 중에 누가 예상 밖으로 이런 말을 한다면 딱 감이 온다. 워커홀릭처럼 일한다는 소리를 훈장처럼 여기고 산 이 양반, 건강 문제로 된통 혼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삶을 즐기려고 했는데 허무하고 억울했을 것이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런 신념을 얻은 게 아닐까?

『일만 하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쉬고 집중적으로 일하는 법』의 저자 알렉스 수정 김 방(Alex Soojung-Kim Pang)이 엄청난 성과를 낸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봤다. 그가 발견한 숨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휴식에 대해 엄격하고 진지했으며, 효율적으로 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공통점은 그들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인생에서 큰일을 겪은 후 의도적 휴식의 개념을 받아들였다.

허핑턴포스트 설립자인 아리아나 허핑턴도 그랬다. 미친 듯이 일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허핑턴은 2007년 사무실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얼굴을 크게 다쳤다. 정밀검사 후 의사는 이런 처방을 내렸다. “아리아나, 좀 더 주무세요.”

회사를 떠난 후 허핑턴이 집중한 일은 휴식 플랫폼인 ‘스라이브 글로벌(Thrive Global)’을 만드는 것이었다. 홈페이지 대문에 큼지막하게 이런 구호가 걸려 있다. “인간 잠재력의 열쇠를 찾는 미션을 수행 중입니다.” 잘 쉬라는 소리. 고막에 피가 나도록 들어서 결국 쉽게 흘려듣는 말이 돼버렸다. 그래도 허핑턴이 전달하는 진심 어린 조언에 집중해보자.

메시지는 간결하다. 휴식해야 행복하고 ‘성공’한다. 그는 2016년에 『수면 혁명』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우리는 집단 환상에 빠져 있어요. 워커홀릭 같은 생활이 성공한 사람의 상징이라는 착각, 잠을 줄이는 것이 성공을 위해 치러야 하는 당연한 대가라는 환상이죠. 5시간만 자고도 7시간 잔 것만큼 일할 수 있다? 엄청난 오해입니다. 우리가 수집한 막대한 과학적 증거는 ‘숙면이 행복과 성공의 필수 요건’이라고 한목소리를 냅니다.”

어떻게 휴식해야 할까? 딱 두 가지 개념만 기억하면 된다.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과 울트라디언 리듬(ultradian rhythm)이다. 우리 몸에 내장된 시계 두 개다. 용어가 어렵지만 이 두 단어를 외우면 휴식 습관의 정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뿐만 아니라 ‘있어빌리티’(‘있다’와 능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 ‘어빌리티(ability)’를 결합한 신조어로,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를 확보하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시계인 서캐디언 리듬의 주기는 24시간이다. 이 시계의 명령에 따라 잘 자고 잘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시,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등 세 유전학자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생체시계의 원리를 파헤쳐 2017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단세포부터 인간까지 모든 생명의 유전자에는 이 시계가 있다. 세포 안에서 매일 정교하게 작동하면서 다양한 생체리듬을 만들어낸다. 일상의 주관자인 셈이다. 자고 일어나는 것, 체온이 오르고 내리는 것, 호르몬 분비, 다양한 대사작용 등에 이르기까지 생리학적 기능을 통제한다. 정서 상태와 인지적 능력, 행동이 24시간 주기가 만들어내는 리듬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서캐디언 시계의 가이드라인을 존중하며 살고 있는가? 우선 수면 시간만 점검해보자. 수면 전문가인 제프리 더머와 데이비드 딘지스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서 수행하는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을 망가뜨린다.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창의적 사고와 추론, 실행력과 자제력, 인지적 유연성에 손상을 입힌다. 리더십 발휘에 특히 필요한 고차원적 과정이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다른 뇌 영역에 비해 전전두엽이 수면 결핍의 악영향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잠을 잘 못 자면 기본적인 지각과 운동 능력도 낮아지지만 집행 기능이 입는 손상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술 취한 상태와 다를 바 없다. 심리학자 앤 윌리엄슨과 앤 마리 페이어에 따르면 잠에서 깬 지 17~19시간이 되는 시점(6시에 일어났다면 밤 11시~ 새벽 1시)에 혈중알코올농도 0.05% 상태와 비슷해진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습관이 있다면 면허 정지 수준으로 인지적 기능이 손상된 상태에서 음주 업무를 지속할 것인지 고민해볼 만하다. 적게 자고도 별문제 없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생체리듬의 법칙을 존중하며 산다면 더 큰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90분 활동-20분 휴식’ 사이클 가동해야

수면에 관한 한 천편일률적이고 보편적인 정답이 존재한다. 문화와 인종, 성별과 직업을 막론하고 누구나 적어도 7시간은 자야 한다. 말랑말랑한 뇌로 스마트하게 일하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가장 효과적인 휴식은 며칠 동안의 휴가가 아니라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가능하다.

두 번째 시계는 울트라디언 리듬이다. 90분-20분 주기 리듬인데 서캐디언 리듬의 사촌 격이다. 생리학자 나다니엘 클리트먼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잠잘 때도, 깨어 있을 때도 90분 주기로 달라진다. 이것을 기본 휴식 활동 사이클(basic rest activity cycle)이라고 부른다.

낮에는 90분 활동과 20분 쉼으로 이뤄진 사이클이 작동한다. 90분간 집중하고 나면 총명함이 떨어지는 20분이 찾아온다. 밤에는 반대다. 뇌 활동이 차분해지는 비렘수면(non-REM sleep) 단계가 90분 정도 지속되고 활동적인 렘수면(REM sleep) 단계가 20분가량 유지된다. 최적의 상태로 일하려면 울트라디언 리듬에 따라 형성되는 에너지의 고점과 한계를 타고 자연스럽게 항해해야 한다. 3시간짜리 공연 중간에 20분가량 인터미션이 주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황홀한 공연도 2시간 이상을 꼼짝하지 않고 보는 것은 고문이다.

나는 90분 사이클이 제시하는 생명의 법칙을 존중하고 있는가? 나의 하루에는 의도적인 휴식이 몇 번 존재하는가? 성공을 부르는 중요한 습관 중 하나는 계속 일하지 않는 것이다. 20분 휴식이 아니어도 괜찮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10분 산책이나 5분 명상 호흡도 충분히 의미 있는 휴식 행위다. 쉬고 싶어도 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5분만 작정하고 쉬어보자.

이런 글을 쓸 때 불편해지곤 한다. 과연 이렇게 조언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자각 때문이다. 아직도 잠시 경계를 늦추면 슬그머니 컴백하는 오랜 습관들과 씨름 중이다. 하나는 작업할 때 의자와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밤늦게 잠든 까닭에 수면 결핍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자고 잠시 눈을 감고 쉬는 습관을 갖는 것.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두 생체시계를 존중하는 것이 조직의 성공과 나의 행복에 필수 요건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산 하루는 다른 하루와 구분된다. 그 느낌을 맛보면 ‘막 살던’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 오늘 짧고 진하게 휴식해보자. 10분이면 시작으로 훌륭하다.

※ 조지선 전문연구원은…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타임워너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 인간행동과 사회적 뇌,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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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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