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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선의 ‘리더 습관’(7) 

습관 형성 시간은 평균 66일, 올해도 100일이나 남았다 

늦은 오후가 되도록 하루를 헛되이 보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오늘은 망했네. 내일부터 잘하자” 혹은 “남은 몇 시간을 성공적으로 보내자”다. 그러나 무결심과 결심의 성공률은 4% vs 46%. 무려 11배나 차이가 난다.

가을이다. 이제 1년 중 4분의 1만 남았다. 나는 지난 9개월 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는가. 연초에 내가 했던 결심은 안녕들 하신가?

“연초의 결심을 얼마나 잘 지키셨나요?” 한 해가 저물 무렵이면 이런 종류의 조사가 시작된다. 매해 결과는 국경과 세대를 넘어 닮은 모습이다. 누가 새해 결심을 더 빨리 포기했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인가. “뭔가를 결심한 사람들 중 25%가 일주일 이내에 포기한답니다. 한 달이 지나면 절반 이상이 포기하죠.” 결론은 늘 새해 결심의 허망함, 작심삼일의 승리다.

그중에서도 몇 해 전에 나왔던 “연초의 굳은 결심, 그 처참한 끝은?” 식의 제목을 달아놓은 기사가 떠오른다. “전 세계에서 새해 결심을 한 사람들 중 8%만 성공한다.” SBRI(The Statistic Brain Research Institute)라는 조사업체가 발표한 내용으로 알려진 이 암담한 결과는 주요 언론사들을 통해 널리 퍼졌다.

사람들은 새해 결심의 실패 소식에 익숙하다. 8%라는 충격적인 숫자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결심과 실패의 반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결심은 그저 희망 사항의 표현일 뿐이지.” 슬그머니 찾아온 안도감을 즐기는 건지도 모른다. 적어도 필자는 그랬다. “92%가 실패한다니, 나만 요 모양 요 꼴은 아닌가 보군.”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드라마 같은 반전이 펼쳐졌다. SBRI 보고서는 스크랜튼대학의 심리학자 존 노크로스 연구팀이 2002년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했다. 그런데 8% 성공 확률에 대한 언급은 이 논문 어디에도 없었다. 8%의 근거로 제시한 다른 조사도 출처가 분명하지 않았다.

논문 저자인 노크로스는 매우 다른 결론을 제시했다. “새해 결심의 파워를 무시하지 마세요. 결심은 조금 더 존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주로 체중 조절, 금연, 운동 등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건강 문제에 집중하는데 많은 사람이 성공을 경험합니다.”

새해 결심 목록 만든 사람 중 절반 이상은 유지

노크로스는 새해 결심을 주제로 많은 연구를 수행한 학자다. 작심삼일의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그가 연구를 통해 알아낸 새해 결심 성공률은 6개월 시점에서 40~46%였다. 변화를 바라지만 어떤 변화를 시도할 것인지 결심하지 않은 사람들이 같은 시점에 4% 성공률을 보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심하면 결심하지 않을 때보다 성공 확률이 11배나 높아진다.

지난해 말에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 폴(Marist Poll)이 미국인 107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바에 따르면 새해 결심 목록을 만든 사람들 중 68%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결심을 지키면서 한 해를 보냈다고 응답했다. 이 통계치는 설문을 시작한 1995년 이후 한 차례도 5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세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 새해 결심은 본디 실패할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니다. 꽤 많은 사람이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는 데 성공한다. 둘째, 결심하는 사람은 조롱 대상이 아니다. 결심하는 것은 중대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원하는 바를 손에 쥘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심을 실행으로 전환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8% 성공률, 이 숫자를 많은 이가 퍼 날랐던 이유는 해마다 실패를 거듭한 개인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결심의 힘을 호의적으로 평가한 노크로스의 연구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해가 바뀌는 비장한 시점에 변화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사람들 중 33%는 2주 이내에 각오를 포기한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면 절반 이상이 결심을 놔버린다.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성공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차서 자기 변화를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 심리학자 재닛 폴리비는 이 현상에 ‘헛된 희망 증후군(false hope syndrome)’이란 이름을 붙였다. ‘쉽게 변할 거야. 빨리 변할 거야. 크게 달라질 거야’ 같은 비현실적인 기대가 결심 초기에 강력하게 작용한다. 변화를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큰 결심일수록 보상감이 크다. 내가 통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 미래에 누리게 될 혜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이전 실패에 대한 기억은 끼어들 틈이 없다. 무리한 계획은 압박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실행을 미루다가 새해 결심을 잊고 살게 된다.

늦은 오후가 되도록 하루를 헛되이 보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오늘은 망했네. 내일부터 잘하자” 혹은 “남은 몇 시간을 성공적으로 보내자”다. 무결심과 결심의 성공률은 4% vs 46%.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올해가 끝나려면 100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 가장 중요한 100일이다. 끝이 좋으면 좋은 거다. 근거 없는 위로처럼 들리지만 꽤 과학적인 진술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에 따르면 사건에 대한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중간에 있었던 일들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 발생한 일이다.

가을은 결심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9월의 결심은 비현실적 낙관과 실현 가능한 목표를 구분할 줄 안다. 1월의 결심이 19살 청춘의 팔랑이는 기대라면 9월의 결심은 성숙한 어른의 묵직한 성찰이다. 그리고 아직 겨울이 아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결심해야 하는가? 쉽게 빨리 변하지 않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전진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 이것이 헛된 희망 증후군의 반대 지점에 있는 행동이다. 즉, 습관이다. 1월의 결심 리스트를 9월의 경험 렌즈를 통해 수정한다면 어떤 항목들을 올릴 것인가?

한 번의 행동이 습관으로 ‘골든 푸시업’

잘 듣는 리더 되기? 애자일(agile) 조직 만들기? 그런데 알라딘을 왕자로 만드는 램프의 요정 지니조차 이런 소원을 들어주려면 몇 가지 기초 질문을 해야 한다. “주인님, 잘 듣기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모호한 목표를 관찰할 수 있는 행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리더 되기’를 ‘점심 식사 후, 팀원 1명과 10분 대화하기’로, ‘애자일 조직 만들기’를 ‘출근할 때, 오늘 위임할 일 한 가지 정하기’로 바꿀 수 있다. 비전은 거대하게 행동은 소박하고 구체적으로!

심리학자 필리파 랠리 연구팀의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작고 구체적인 행동 목표를 설정하고 84일 동안 매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규칙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습관 금과옥조다. 1. 행동을 리마인드해줄 단서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2. 그 단서가 매일 한 번은 제시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점심 식사’는 ‘10분 대화’ 행동을 리마인드해주는 단서로 하루에 한 번 제시된다.

이 연구가 제시하는 바를 곱씹으며 2019년의 남은 날들을 보낸다면 뿌듯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 습관은 단서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인데, 오늘부터 일관성 있는 맥락에서 원하는 행동을 반복하면 자동성이 언덕의 오르막 곡선을 그리며 증가한다. 그러다 자동성이 더는 증가하지 않는, 오르막이 끝나고 평원이 나타나는 습관 탄생의 순간이 온다.

연구자들이 수학적 모델링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습관 형성에 필요한 시간은 18~254일로 천차만별이다. 평균 66일이다. 연말까지 자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습관이 제법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내가 선택한 행동이 강적이라 습관 만들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자동성은 오늘도 오르고 있다. 아, 그리고 한두 번 빼먹는 것으로 습관이 치명타를 입는 것은 아니다.

“모든 변화는 팔굽혀펴기 한 번에서 시작됐다.” 베스트셀러 『습관의 재발견』 저자 스티븐 기즈는 30분짜리 운동이 에베레스트 등반처럼 느껴지던 어느 날, 팔굽혀펴기를 한 번 했다. 포기하기엔 뻘쭘한 한 번의 행동. 그는 이것을 ‘골든 푸시업(golden push-up)’이라고 불렀다. 그의 인생이 이 한 번의 푸시업으로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번의 행동이 갖는 힘은 위대하다. 반복될 수만 있다면. 오늘 한 번의 행동을 시작하면 가을 결심이 ‘결실’로 이어진다. 이 책을 덮기 전에 나의 골든 푸시업을 찾아보면 어떨까?

※ 조지선 전문연구원은…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타임워너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 인간행동과 사회적 뇌,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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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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