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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12)]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 

“K팝, K드라마 이을 K크리에이터 시대 만든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소수의 방송국이 주도하던 미디어 산업이 유튜브의 빠른 성장세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구글에 몸담으며 유튜브라는 강력한 플랫폼에 주목한 이필성(34)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는 퇴사 후 창업 4년 만에 매출 600억원을 달성했다.

▎샌드박스 소속 게임 스트리머 ‘풍월량’ 캐릭터로 만든 쿠션을 들고 있다. 팬들을 대상으로 제작된 이 쿠션은 판매 시작 7분 만에 2000개가 모두 소진되어 3차 예약 판매까지 진행했던 인기 제품이다. 풍월량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41만여 명이다.
Z세대들이 만드는 콘텐트의 힘은 강력했다. 지난해 유명 개그맨 유병재가 YG엔터테인먼트를 나와 연예인 최초로 샌드박스에 합류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구독자 250만여 명을 자랑하는 ‘초통령’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와 대학 동기인 이필성 대표가 함께 설립한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콘텐트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방송인 김구라와 아들 ‘MC그리’ 부자도 샌드박스와 손잡고 유튜브 채널 ‘그리구라’를 론칭했다.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 350여 팀과 직원 220여 명이 만드는 유튜브 콘텐트 창작소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9세로 ‘GEN Z’들이 주도한다. 100여 개 MCN 기업 중에 샌드박스가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묻고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가 답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대한민국 최초의 MCN 회사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기획사이자 디지털 콘텐트 제작사라고 볼 수 있는데, 어떤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구글에 몸 담고 있을 땐 특별히 창업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구글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기도 했고, 콘텐트 비즈니스라는 게 투입 대비 산출을 예측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도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니 이게 한순간 달아올랐다가 사라질 현상이 아닐 것 같더라. 당시 도티의 카카오톡 아이디가 공개된 적이 있어서 하루에 몇백 통씩 카톡을 받았는데, 단순히 도티의 콘텐트를 좋아하는 걸 넘어 도티를 연예인처럼, 캐릭터처럼 애정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에서의 경험이 창업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구글은 플랫폼 회사다. 구글 웹사이트부터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까지 온갖 콘텐트를 다 검색하고 소비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다. 플랫폼 기업에서 일을 하다 보니 플랫폼 안에서 유통되는 콘텐트 비즈니스나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플랫폼과 콘텐트는 서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2010년부터 많은 사람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상대적으로 콘텐트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졌다. 지켜보니 콘텐트가 플랫폼 못지않게 중요하고 주목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좋은 콘텐트들을 가진 회사들이 나타나더라. 넷마블, 데블시스터즈, 선데이토즈, 쿠팡, 직방 등을 보며 꼭 플랫폼 사업만 가치를 인정받는 건 아니겠구나 싶었다. 좋은 콘텐트로도 충분히 사업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구글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를 발견하지 못했을 거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의 일하는 방식은 어땠나.

구글은 확장성(scalability)을 중요시하는 회사다.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 인구가 다 쓸 수 있는 걸 만든다. 그 정도 임팩트가 없으면 시작도 안 한다. 반대로 그 스케일에 얽매여서 하지 못하는 일도 많다. 그래서 스케일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콘텐트는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거다. 결과적으로 스케일이 생길 순 있겠지만, 생산 과정이 스케일 할 순 없다.

구글의 일하는 방식을 샌드박스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면.

좋은 인재를 데려오고 계속 성장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에서 많이 배웠다. 구글은 좋은 사람들이 좋은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동기부여가 되면서 충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탁월한 노하우가 있다. 우리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낸다. 회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글의 인사 제도를 참고하긴 했지만 우리와는 업의 본질이 다르다. 구글은 소수의 개발자가 창의적인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사업을 확장하는 회사라면, 우리는 한 명 한 명이 콘텐트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공동체가 중요한 회사다. 큰 틀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편안한 환경에서 집중해서 일하고 결과를 낸다는 구글의 인사 철학을 참고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도입했나.

제도적인 면에서는 구글의 OKR(Objective Key Results)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통 매니지먼트 기법이 톱다운 방식이라면 OKR은 목표와 결과 중심으로 전 구성원의 일을 정의하고, 분기별로 목표 설정을 수정한다. 또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데려올 수 있도록 한 것도 구글에서 배운 채용 제도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소개해서 합격하면 100만원을 사례금으로 지급하는 제도 덕분에 창업 초기부터 좋은 사람을 많이 데려올 수 있었다.

잘못하면 정치적인 파벌이 생기거나 실력은 별로 없는데 친분 때문에 데리고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철저한 채용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샌드박스에는 자매도 있고, 남매도 있고, 커플도 함께 일하고 있다. 누굴 데려와도 채용 시스템이 철저하기 때문에 떨어질 사람은 떨어진다.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성, 운영원칙의 명확함, 철저한 평가보상 시스템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보통 창업 초기에는 빨리 사람을 채용하는 데 급급해서 원칙에 소홀할 수 있는데 누구나 납득할 만한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많이 투자한 것 같다.

내 역량이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GEN-Z들이 많이 일하는 곳이다 보니 회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다. 그래서 불필요해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경영하려고 한다. 구성원들이 리더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수긍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넷플릭스 경영진이 “과도한 투명성이 효율성을 만든다”고 했던 말을 인상 깊게 들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보안 이슈도 있지만, 수많은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효율성을 갖고 온다는 거다. 그래서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다 공유하기로 했다. 벌거벗은 듯한 느낌도 들지만 리더가 모든 걸 공유하면 그만큼 구성원들의 신뢰는 높아진다. 공동체의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준다.

5년 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정답이 없는 비즈니스를 한다. 방법론도 없고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 보니 리더의 통찰력, 리더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중요하다. 여러 불확실성을 안고 있지만, 이 사람을 믿고 따르면 어느 정도 평균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2015년 샌드박스가 생겼을 당시에는 크리에이터와 콘텐트 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황무지에서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나간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애로 사항이 많았을 것 같은데.

불확실성에 대해 조직 전체가 갖고 있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참 어려웠다. 스타 크리에이터가 갑자기 그만둘 수도 있고, 콘텐트를 선택하는 대중의 취향이 변할 수도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안전한 영역으로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강점은 불확실성에 용기 있게 맞서는 데서 나온다. 불확실성을 잘 통제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만의 차별성이 나오는 거라 생각한다.


▎지난 1월 10일 강남구 테헤란로 위워크 15층에 입주해 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 본사에서 만난 이필성 대표와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왼쪽).
크리에이터와 디지털 콘텐트의 잠재력이 지금처럼 커질 거라 예측했나.

우리 사업이 커지려면 10대에 그치지 않고 20~40대까지 유튜브 콘텐트를 소비해야 하는데 그런 시대가 과연 올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확신은 없었지만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각했다. 지금 초등학생들이 어른이 되면 세대가 바뀌면서 기회를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거라 봤다. 기성세대는 소비 패턴을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10대와 함께 회사도 성장해나가겠다는 게 우리의 방향성이었다. 10년 동안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때가 오길 기디리자고 생각했다. 운 좋게도 그 시기가 좀 빨리 왔다. 지금의 유튜브 열풍이 빨라도 2025년 정도에 올 줄 알았다. 10대뿐 아니라 20~50대까지 유튜브 콘텐트에 매력을 느낄지 몰랐다. 낚시, DIY, 홈베이킹 등 개인의 다양한 관심사를 기존 방송사들이 충족해주지 못했고, 세부 관심사들을 타깃으로 한 콘텐트들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준비해놨더니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 투자를 받았던 다른 MCN 회사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는데, 샌드박스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잘 극복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결국 회사는 사람이 운영하는 거라 근본적인 기틀을 잘 다지는 게 회사 성장의 동력이 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아주 새로운 걸 했다고 볼 순 없지만 사업을 하면 할수록 일하는 방식과 경영 철학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느낀다.

샌드박스가 추구하는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창의성(Creativity)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우리 회사의 본질이다.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창의력은 아주 특별한 재능이다. 이걸 잘 발굴해 콘텐트로 녹여내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역량을 갖춘 회사가 되는 것이 업의 핵심을 갖추는 거라 생각한다.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좋은 콘텐트를 만들 수 있게 돕는 것, 즉 크리에이터의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창의력을 잘 다루는 것도 능력이다. 구성원 전체가 고객 중심 사고를 해야 한다는 아마존의 철학처럼, 우리도 구성원 모두가 크리에이터의 재능을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한국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업계는 지금 얼마나 성장해 있다고 보는가.

디지털 콘텐트 시장 자체는 초기 단계다. 아직 한국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트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표도 없다. 내가 세운 가설은 사람들이 갈수록 디지털 콘텐트를 더 많이 소비할 거라는 점이다. TV 시청자들이 점점 디지털로 넘어올 거다. 광고나 커머스 시장도 갈수록 디지털로 옮겨올 것이다. 2019년이 이러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분기점이었다. 10대 중심의 유튜브 콘텐트 소비 트렌드가 20대를 넘어 중장년층까지 확대됐다. 올해부터는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해 발표한 초등학생들의 희망직업 3위는 크리에이터로, 지난해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까.

그동안 TV라는 제한된 플랫폼 안에서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던 범대중적인 콘텐트를 100만 명, 1000만 명이 소비했다면, 이젠 5000명만 위해 만들어진 콘텐트를 취향에 맞게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세분화된 취향을 만족시키는 콘텐트는 몸집이 작은 크리에이터들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앞으로는 유튜브에서도 1000만 명, 2000만 명을 상대로 한 범대중적인 콘텐트가 많이 나타날 거다. 그리고 이런 콘텐트들마저도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꽤나 중요해질 거다. 좋은 콘텐트의 원천은 창의력이다. 촬영 기술이 뛰어나고 출연자가 멋있다고 해서 좋은 콘텐트가 나오는 건 아니다. 왜 사람들이 TV보다 펭수 유튜브 채널을 더 많이 보겠나. 또 창의력은 젊을수록 유리한데 젊은 사람들이 TV가 아니라 유튜브로 모이고 있다.

그 가운데 샌드박스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 또는 선도해나가고자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유튜브를 제일 잘하는 회사가 되는 거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인터넷처럼 새로운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낼수록 더 많은 지위와 의미가 부여될 거다. ‘유튜브에서 ~ 한다’는 게 큰 비즈니스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검색했을 때 어떤 콘텐트가 나오는 회사인가에 따라 금융, 패션 등 산업군을 막론하고 중요해지고 있다. 샌드박스는 브랜드 파트너들이 유튜브에서 뭔가를 하고자 할 때 파트너가 되어주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기존 매체가 점점 더 디지털로 넘어올 것이고, 전체 시장에서 굉장히 영향력 있는 회사가 될 것 같다. 원하는 인재상이 궁금하다.

다면적 사고능력을 가진 사람.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바라볼 때 처음 느낀 단면이 아니라 그 뒷면, 옆면, 모든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본다. 다면적인 사고능력을 갖춰야 궁극적으로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면만 보는 사람은 갈등이 생기면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채용 기준이 꽤나 높은 것 같은데.

사람은 근본적으로 안정감을 원하고, 내가 안정적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조직에서는 성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정감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통과해 샌드박스에 들어온 구성원들에겐 관대한 편이다. 실수를 하고, 당장 역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믿고 기다린다. 샌드박스 이직률은 2~3% 정도다.

2019년 목표 매출액을 100억원 초과 달성했다. 어떻게 달성했는지와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이 산업이 갖고 있는 잠재력에 비하면 아직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광고 시장은 여전히 TV가 중심이라 디지털 콘텐트 시장은 광고 단가가 훨씬 낮다. 커머스도 홈쇼핑이나 오프라인 쪽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제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과정에 있다. 같은 트래픽으로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게 되면 질적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궁극적으로는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다양성, 여가, 개인의 취향,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그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매출액 600억원 중에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이 300억원 정도다. 나머지 150억원은 광고주들로부터, 나머지 150억은 굿즈 등 지식재산(IP)에서 발생했다.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나.

해외 크리에이터들과 계약해 함께 콘텐트들 만드는 건 후순위다. 우리 비즈니스는 시스템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크리에이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 기반을 두면서 인도네시아 크리에이터를 깊이 있게 이해하긴 힘들다. 그래서 시스템을 갖춰 해외에 진출하는 건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올해 집중할 것은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콘텐트가 해외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그런데 내수용 콘텐트라도 해외 유저들이 찾아와서 보는 경우가 정말 많다. 현재 전체 트래픽 중 4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예전에는 K드라마, K팝처럼 K크리에이터가 가능할까 확신이 없었는데,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 사람들은 크리에이터로서도 세계적으로 사랑받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인 특유의 끼와 집요함뿐만 아니라 뭐 하나 잘됐을 때 다 같이 우르르 몰려 열심히 경쟁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전국적으로 유튜브 열풍이 부는 곳이 없다. 이런 열성이 뛰어난 콘텐트를 만드는 원천이 되는 것 같다.

2018년 팀 배틀코믹스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을 인수해 샌드박스 게이밍으로 팀명을 변경했다. e스포츠 게임단 인수를 통해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나.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많고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그 열기가 엄청난데,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게임은 10대들에게 가장 지배적인 문화다. 이들이 앞으로 5년 뒤, 10년 뒤에 어른이 되면 지금보다도 훨씬 대중적인 문화가 될 거다. 그래서 게임을 보는 문화를 우리가 주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보는 사람들이 샌드박스 구단을 좋아하고 응원하면 다른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도 많을 거다. 샌드박스 내에서 게임 콘텐트를 보고 즐기는 문화를 잘 키우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크리에이터들이 사고를 치거나 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있을 것 같은데.

연예계 기획사들과는 속성이 조금 다르다. 그들은 소수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우리는 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만드는 산업이다 보니 한 명이 고꾸라진다고 무너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크리에이터들의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매니지먼트 리스크는 존재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자정작용이 잘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방송과 달리 유튜브는 영상을 올리자마자 0.1초 만에 피드백이 올라오는 곳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또 유튜브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채널 자체를 열 수 없다. 가이드라인을 어기면서까지 문제를 일으키면 영구 퇴출된다는 큰 벌이 있기 때문에 자정작용이 잘 되고 있는 플랫폼이라 생각한다. 크리에이터들의 사생활까지 관리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그럼에도 TV에 비춰지는 모습이 한정적인 연예인이나 방송인들과 비교하면, 크리에이터는 콘텐트에 성격이나 생각, 가치관이 더 잘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거를 수 있다.

포브스의 주 독자층은 CEO들인데 추천하고 싶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있다면.

슈카월드를 추천한다. 애널리스트이자 트레이더 출신 40대 유튜버인데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대한 ‘썰’을 재밌게 푼다. ‘쿠팡이 적자임에도 계속 투자를 받는 이유’ 등 30~40대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트를 만든다.

이필성 대표 약력
- 1986년생
- 2005년 부산국제고등학교 졸업
- 2011년 연세대학교 졸업
- 2012년 구글 애드센스 코디네이터
- 2015년 구글 전략 파트너 매니저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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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호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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