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조지선의 ‘리더 습관’(13) 

딴생각과 행복의 상관관계 

인간은 딴생각을 하며 현재를 벗어난다. 과거를 돌아보며 개선점을 찾고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행복은 현재에 집중할 때 찾아온다. 딴생각에 매몰되지 않는지, 현재를 지향하는 시간 관점을 갖고 있는지 챙길 필요가 있다.

일 잘하기로 소문난 지인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집중력이 흐려졌는지, 일하다 말고 자꾸 딴생각을 해요. 어떤 사건이나 사람이 불쑥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전보다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 그런지 요즘 마음이 복잡하네요.” 부하 직원들에게 성실함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그도 수시로 침범하는 딴생각을 피해 갈 수 없나 보다.

딴생각이 많다는 건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누리지도 못한다는 이야기다.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딴생각을 많이 할까? 어떤 일을 할 때 딴생각을 가장 많이 할까? 일할 때는 다른 때보다 딴생각이 줄어들까? 딴생각을 할 때와 현재 일에 집중할 때, 언제 더 행복할까? 지금 여기, Here and Now! 행복하려면 현재에 집중하라! 이 조언은 타당할까?

일할 때 50% 이상이 딴생각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다음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매슈 킬링스워스(Matthew Killingsworth)와 다니엘 길버트(Daniel Gilbert)는 아이폰을 사용해서 대규모 실시간 자료를 모았다. 나이(18~88세)·직업(80개)·국적(80개)·교육·연봉·결혼 등 다양한 조건이 제각각인 사람들 1만5000명에게서 65만 개 이상의 행복 데이터를 모은 것이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사람들은 다음 질문에 답했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요? 혹시 딴생각하고 있었나요? 그렇다면 어떤 딴생각인가요?”

답변을 분석한 결과를 보고 많은 이가 한편으로 위로를 받았다.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적어도 30% 이상은 딴생각을 했다. 샤워나 양치질을 할 때 65%, 운전할 때는 62%, 책을 읽을 때는 43%, 대화할 때는 33%가 딴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일할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딴생각을 할까? 50%였다. 음악을 들을 때(55%)나 산책을 할 때(53%)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이 딴 곳에 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사장님들은 속상하겠지만 실은 딴생각에서 자유롭지 않기는 그들도 매한가지다.

집중하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보다 더 달갑지 않은 것은 딴생각이 행복을 방해한다는 소식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라! 방대한 조사에서 얻은 결론은 ‘지금 여기’에 머물라는 전문가들의 제안을 지지한다. 그래도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현재 하는 일이 짜증스러운 것이라면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킬링스워스는 테드 강연에서 운전을 예로 들었다. 운전은 즐거운 활동이 아니지만 딴생각을 할 때보다 운전에 집중할 때 더 행복하다.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딴생각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이 연구 결과 때문에 딴생각을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딴생각은 다른 말로 마음 방랑(mind wandering)이다. 과제에 집중하지 않고 생각이 과거로 미래로 돌아다니는 상태다. 전에 있었던 일이나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순기능이 있다. 미래의 자기 모습을 꿈꿀 수도 있고 과거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개선점을 찾을 수도 있다.

마음 방랑을 하면서 때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한다. “만약 시간을 돌려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달리 행동할 것인가?” 이 질문은 상당히 유용하다. 개선점을 찾아 수정해야 성장할 수 있고 문제 해결 능력도 높아진다. 마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오답 노트를 정리하듯, 우리는 머릿속에서 시간 여행을 하면서 과오를 리뷰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심리학에서는 이 활동을 자기 성찰(self-reflection)이라고 부른다.

문제가 되는 딴생각은 잘못된 일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자기 반추(self-rumination)다. 부정적인 상황이나 잘못된 행동을 계속 되새김질하는 상태다. 한번 소화해서 삼킨 일이면 기억 저편으로 보내야 하는데 마치 소가 된 것처럼 지난 일을 다시 끌어내서 곱씹는다. 반추의 절친은 우울증이다. 지난 일을 곱씹다 보면 우울해지고, 거꾸로 우울한 사람은 과거 사건을 계속 생각한다.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미래의 일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예상하면서 불안해지는 것이다.

집중할 때보다 딴생각을 할 때 불행한 이유는 대부분의 딴생각이 자기 성찰이 아닌, 자기 반추 혹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기 성찰은 훈련을 요구하지만 자기 반추나 걱정은 자동적으로 시작되고 멈추기도 쉽지 않다. 마음 방랑 끝에 얻는 것은 영감(inspiration)이 아니라 후회와 걱정이다. 인간의 뇌는 과거와 미래의 생각에 빠지기 쉽게 설계되어 있다.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과제를 주고 뇌 활동을 지켜봤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풀게 하면 뇌에서 계산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잠시 휴식하라는 지시를 하면 그 순간, 불을 켜는 뇌 영역이 있다. 이것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고 하는데 어떤 과제에도 집중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다. 흥미로운 점은 다시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DMN이 불을 끈다는 사실이다.

딴생각에 매몰되면 우울감·불안감 높아져

DMN에 불이 들어왔을 때, 즉 과제를 멈추고 쉴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할 일이 없다고 뇌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눈앞의 과제에서 손을 떼고 휴식하는 바로 그 순간에 ‘상시 대기 중’이던 DMN이란 녀석이 바로 치고 들어와 ‘딴생각’ 작업을 시작한다. 틈만 나면 딴생각을 하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마음 방랑은 인간의 숙명이다.

딴생각의 대상은 주로 ‘사람’이다. 특이한 뇌구조를 가진 자 말고는 누구나 코끼리나 거북이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 또는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다 지난 일에 대한 되새김질 또는 미래의 일에 대한 걱정이 시작된다. ‘아,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좀 더 신중한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내년엔 문제가 해결될까?”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DMN이 지나치게 열심히 일할 때 발생한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의 DMN은 자주 환하게 불을 켠다. 반추하면서 자기를 의심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반면, 행복감과 안정감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DMN은 자주 불을 밝히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집중한다. 그 최고봉엔 명상 수련가들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개념으로 명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훈련의 중점 중 하나가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다. 명상 수련가들의 DMN에는 환하게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일에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로, 미래로 여행을 다니는 딴생각을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를 지향하는 시간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챙길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일을 곱씹는 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때만 의미 있다. ‘미래에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달리 행동할 것인가?’ 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 일을 되짚는 행위는 쓸데없는 생고생이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말을 삼가야 하는 이유는 꼰대 딱지가 두렵기 때문이 아니다. 습관적으로 DMN 등불을 켜고 과거 시점에 닻을 내리고 사는 사람은 우울하다.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생각이 온통 미래에 가 있는 사람은 불안하다. 현재를 즐길 수 있는 틈이 없다. 이 심리적 경직성을 풀어내려면 시간 관점을 수정해야 한다. 과거의 회한과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자기를 분리하고 ‘Here and Now’에 초점을 둔 하루를 보낼 때 행복해진다. 행복은 성취로 이어진다. 나는 현재의 경험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과거와 미래로 방랑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유연하고 행복한 리더가 되는 첫걸음이다.

- 조지선 연세대 객원 교수,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연구소 전문연구원

※ 조지선 전문연구원은… 연세대 객원교수,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연구소 전문연구원이다.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을,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학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유튜브 [한입심리학]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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