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등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66명이 말하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적 개념들을 모았다. 전 세계 과학 및 기술 분야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모인 에지재단(Edge Foundation)이 펴낸 『This will make you smarter: New Scientific Concepts to Improve Your Thinking(당신을 현명하게 만드는 신과학개념)』은 200개 과학개념을 집약한 책이다. 이 중 당신의 인지능력을 높여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울 과학개념을 엄선해 연재한다.
1. 문화적 매력 | 댄 스퍼버(Dan Sperber)- 사회·인지과학자1967년 영국 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Meme)’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밈은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 밈 개념은 일반적인 퍼즐을 보여준다. 문화는 아이디어, 규범, 스토리, 요리법, 춤, 의식, 도구, 훈련 등이 계속해서 모방되고 재생산되는 것을 포함한다. 이들은 사회적 공간과 시간에 걸쳐 자기 유사성을 유지한다. 다양한 변형이 있지만 김치는 김치고, 삼바는 삼바다. ‘빨간 망토 아가씨’ 이야기는 수세기 동안 구전되면서 자기 유사성을 유지할 만큼 충실한 복제성을 띠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표류하다가 모래 속의 물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문화의 거시적 수준에서 이러한 안정성을 설명하는 확실한 방법은 개별적으로 전달될 때 미시적 수준의 충실성이 가정됐기 때문이다. 빨간 망토 아가씨가 늑대에게 먹히지 않고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강력한 문화적 매력(Cultural Attractor)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빨간 망토 아가씨가 늑대의 식사가 됐다면 사람들은 선택적으로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았거나 해피 엔딩으로 수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이야기가 문화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충실히 복제된 이유는 모든 버전의 변형이 사라지게 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왜 문화적 매력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 우리의 아이디어와 행동을 해석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에 우리의 의식, 신체, 환경적 편견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존 방식을 모방할 때, 재생산이 아니라 같은 방식의 새로운 버전을 택하는 것은 문화적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반올림 숫자는 문화적 매력이다. 더 기억하기 쉽고 더 상위 단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20번째 결혼기념일, 창간 100호, 백만 개 판매 달성 등을 우리는 기념한다. 하지만 가격에서는 9900원과 같이 반대의 문화적 매력이 존재한다. 특히, 기술과 유물의 확산에서 효율성은 강력한 문화적 매력 중 하나다. 기존 방식에 대한 충실한 복제를 넘어설 효율적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전통적 안정성에 따라 새롭게 제안한 상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
2. 인지 부하 | 니콜라스 G. 카(Nicholas G. Carr)- 『유토피아는 오싹하다(Utopia is Creepy)』 저자오늘 할 일을 생각했는데 짧은 유튜브 클립을 하나 보고 나면 잠시 동안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기억상실은 너무 자주 일어나 우리는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를 ‘주의산만(Absentmindedness)’이라고 일컫거나 나이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 작은 사건은 우리 인지능력의 근본적인 한계, 즉 작업 메모리(Working memory)의 작은 용량을 드러내는 것이다. 뇌과학자는 작업 메모리를 수시로 의식의 내용을 담는 단기 정보 저장소라고 설명한다. 하루 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든 인상과 생각을 대상으로 한다. 1950년대 프린스턴대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뇌가 최대 7개 정보만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뇌연구자들은 이것도 너무 많고 작업 메모리는 최대 3~4개만 동시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말한다.특정 순간 우리의 의식에 투입되는 정보의 양을 ‘인지 부하(Cognitive load)’라고 한다. 인지 부하가 작업 메모리를 초과하면 지적 능력이 타격을 받는다. 정보는 우리의 인지에 빠르게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장기기억으로 옮겨져 지적활동에 포함되기 전에 사라진다. 작업 메모리 과부하는 우리를 더욱 산만하게 만든다. 신경과학자 토켈 클링버그는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늘 기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런 집착을 잃으면 점점 더 산만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대사회에는 빠르고 방대한 디지털 정보로 인해 정보 조각이 산처럼 넘쳐난다. 그래서 인지 부하가 기억과 사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한다면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의 작업 메모리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지 알수록 정보 전달과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교육하거나 정보를 전달할 때 너무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전달하려 한다면, 상대방의 이해력이 떨어지고 학습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3. 제약조건 충족 | 스티븐 M. 코슬린(Stephen M. Kosslyn)- 케크대학원 미네르바스쿨 학장‘제약조건 충족(Constraint satisfaction)’ 개념은 인간의 추리와 의사결정 방식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다. ‘제약조건’은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며, ‘제약조건 충족’은 일부 제약조건을 제거하고 충족해가는 과정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많은 제약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방법은 몇 가지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강력한 제약조건이 여러 개일 경우 이를 충족할 방법은 거의 없다. 한 제약조건이 다른 제약조건과 충돌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어떤 이가 주유소가 멀고 주유비를 절약하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전기차를 살 돈이 없다. 모든 제약조건이 같은 중요도를 가진 것은 아니므로 가장 중요한 제약조건에 집중해야 만족스러운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사자가 생각한 최적의 해결책은 전기차였지만, 뛰어난 연비를 가진 하이브리드라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구속조건을 찾아가며 더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위의 경우에서 어떤 차를 살지 결정할 때 1) 예산 2) 주유소 가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은 두 가지 욕구 중 선택해 의사결정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집중하는 목적에 필요한 차량 크기, 워런티, 스타일, 브랜드 등을 고려한다. 연비 제약조건을 매우 충족한다면 스타일 등 다른 제약조건을 일부 포기함으로써 절충안을 찾아갈 수 있다. 사실 많은 창의성이 제약조건 충족의 사고 과정에서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일정한 속도여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의 혁신적 성과인 상대성이론을 설계할 수 있었다.
4. 누적 오류 | 재런 러니어(Jaron Lanier)- 컴퓨터과학자·음악가, 『누가 미래를 소유하는가(Who Owns The Future)』 저자TV 프로그램 [가족오락관]의 ‘고요 속의 외침’이란 게임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헤드폰이란 장애요소로 인해 최종 발표자까지의 메시지 전달이 어떻게 기괴한 방식으로 변형되는지를 볼 수 있다. 정보가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되면서 편향 또는 사람의 실수로 인해 메시지의 일부가 왜곡되기 쉽다.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면서 ‘누적 오류(Cumulative error)’가 발생한다. 재밌는 실험이 있다. 구글 번역기에서 ‘The edge of knowledge motivates intriguing online discussions(지식의 가장자리(연대)가 온라인 토론의 흥미를 유발한다)’이라는 영어 문장을 독일어, 히브리어, 중국어를 거쳐 다시 영어로 4단계로 번역했다. 그러자 ‘Online discussions in order to stimulate an attractive national knowledge(매력적 국가 지식을 자극하기 위한 온라인 토론)으로 의미가 왜곡됐다.정보가 나노초 단위로 전 세계로 확산되는 현시대에 이 개념은 매우 현실적인 위험을 경고한다. 정보기술을 통해 우리는 감춰졌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반면, 우리가 익숙한 것보다 더 강한 환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센서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연결돼 기후 데이터의 실시간 변화 패턴을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연속된 재설정의 사슬로 인해 원데이터가 가공될 수 있다. 이상적 정보에 대한 환상은 금융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금융상품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단계에 걸쳐 동기를 부여하고 최적화한 파생상품으로 변모한다. 금융상품은 ‘고요 속의 외침’ 게임처럼 메시지에 의존하는 수평적 전달이 아니라 신뢰할 수 없을 정도의 변형이 있는 일련의 수직적 전달이다. 우리가 ‘고요 속의 외침’ 게임에서 각자 자리를 잡으면 메시지의 전달 대상은 광고주, 정치위원회, 인터넷 블로거 등이 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경제가 발달할수록 정보를 모으는 자에게 큰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각각 이질적인 전달 단위 내에서는 이치에 맞는 소리일 수 있으나 전체 시스템적으로 볼 때는 비상식적인 메시지가 스며들 수 있다.
5. 초점착시 현상 |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프린스턴대 심리학과명예교수,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저자교육수준은 소득의 중요한 결정요소지만 많은 이가 생각하는 것만큼은 아니다. 모두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면 소득 불평등이 10% 이하로 낮아질 것이다. 보통 더 나은 소득을 위해 교육에 집중하지만 수입을 결정하는 무수한 다른 요소는 무시한다.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소득 차이는 크다. 또 소득이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많은 이가 생각하는 것만큼은 아니다. 같은 소득수준에서 삶의 만족도의 차이는 5% 미만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소득은 정서적 행복의 결정요인으로서 중요도가 크지 않다. 평균적으로 고소득자가 더 삶의 여유를 누리지만 그 차이는 대부분이 기대하는 바의 3분의 1 정도다. 부자와 빈곤층을 바라볼 때 당신의 사고는 불가피하게 그들의 소득을 중요시하는 상황에 집중한다. 그러나 행복은 수입보다 다른 요인에 더 많이 의존한다.마케터들은 ‘초점착시(Focusing Illusion)’ 현상을 이용한다. 특히 사람들이 ‘소유해야 한다’고 믿도록 유도할 때, 제품이 삶의 질에 미칠 차이를 크게 과장한다. 초점착시 기법은 특히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한 제품일 경우 더욱 극대화한다. 예를 들면 책보다는 자동차 가죽시트에 초점착시 현상이 효과를 보인다.정치인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이슈의 중요성을 과장할 때 마케터 못지않게 초점착시 현상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교복 착용이 교육효과를 크게 향상할 것”, “의료개혁은 삶의 질을 크게 향상할 것”이라고 믿게 만들 수 있다. 의료개혁은 분명 변화를 낳겠지만 실제로는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 미약할 수 있다.
6. 이중맹검법 |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진화생물학자,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저자사람들이 비이성적인 믿음을 따르는 이유는 비판적 사고훈련이나 근거로 제시하는 개인적 의견, 편견, 일화를 걸러 듣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이중맹검법(Double-Blind Control Experiment)’이다. 맹검법은 실험을 수행할 때 편향 작용을 막기 위해 실험이 끝날 때까지 실험자 또는 피험자에게 특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실험자와 피험자 모두에게 맹검이 적용되었을 경우 이중맹검법이라고 한다. 의학에서 진짜와 가짜 약을 피검자와 의사 모두에게 알리지 않고 실제 효과만 측정함으로써 의사의 권위 등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이중맹검법을 가르쳤다면 사람들의 인지능력은 크게 향상됐을 것이다. 특히 ▲일화를 일반화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표면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효과가 우연히 발생했을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주관적 편견을 제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이는 더 나아가 권위에 종속되지 않고 개인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익한 효과가 있다. ▲결과적 지속성이 없는 사이비, 돌팔이, 사기꾼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운다. ▲비판적이고 회의적 사고 습관을 일반적으로 학습해 단지 인지능력을 향상할 뿐 아니라 세상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7. 유효이론 | 리사 랜들(Lisa Randall)- 하버드대 물리학자, 『암흑 물질과 공룡(Dark Matter and the Dinosaurs)』 저자사람들은 깊고 근본적인 원리까지 파고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딱딱한 의자에 앉을 때는 그것이 우리를 지탱해줄 것이고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 생존에 필요한 산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잠깐 복잡한 과학이론으로 설명하자면) 궁극적으로 의자는 양자역학적 계산에 따라 양자와 중성자의 강한 힘의 역학으로 결합된 쿼크로 구성됐기 때문에 지탱해줄 수 있다. 20세기 후반까지 쿼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고 200년 전까지는 원자와 공기 중 산소 분자에 대해서도 몰랐다. 하지만 이것이 밝혀지기 전에도 의자에 앉고 호흡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이를 좀 더 풀어보면 우리는 실제 ‘유효이론(Effective Theory)’ 관점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는 실제로 관찰하고 상호작용을 해본 후 측정에 일치하는 설명을 찾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 유효이론은 어떤 일정한 크기 이상에서 충분히 잘 맞는 근사 이론이다. 관측 규모에서 중요한 변수들로 관측 결과를 형식화하는 이론이다. 유효이론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확장된다. 실제로 세상 모든 사안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넘쳐나는 모든 정보를 동시에 계속 인지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얼마나 입수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로드맵을 이용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주변의 모든 도로를 알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확실성이 높은 사안을 우리의 유효 영역에 넣도록 결정하는 과정은 실용적이고 가치가 있다. 일단 유효 영역에 들어온 사안은 그 너머에 더 근본적인 진실이 있을 수 있다. 더 풍부하고 포괄적인 이해 영역으로 이끄는 작업은 의외로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8. 집단 확장 | 마르셀 킨스본(Marcel Kinsbourne- 신경과의사 및 인지신경학자전 세계에 걸친 정보와 인구의 끊임없는 분산은 이 시대의 대표적 사회현상이다. 문화는 균질화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문화적 차이로 인해 서로 이해가 부족하다. 인종과 국적을 넘어서는 결혼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잠재적으로 두 가지 면에서 인지능력 향상에 긍정적이다. 신경학자들은 이를 ‘집단 확장(The Expanding In-Group)’과 ‘하이브리드 활력(hybrid vigor)’ 효과라고 일컫는다.개념적 집단 확장은 우호적이거나 서로를 지지하고 이타적인 행동의 범위를 확대한다. 자연 재난에 대한 해외 지원 자선활동이 과거보다 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차별적이고 국가적 편견에 의해 세워진 장벽은 점점 복잡해지는 교류로 퇴색하고 있다.또 다른 이점은 유전자다. 서로 유전적으로 다른 부모 사이의 결합으로 인한 ‘이종접합성 우위’는 하이브리드 활력 현상으로 이어진다. 유전자의 혼합은 육체적·정신적 발달 개선에서 이점이 있는 것으로 실험적으로 확립돼 있다. 이는 20세기 초반 이후 세대가 거듭할수록 지능지수가 높아진다는 플린효과(Flynneffect)에 충분히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대변동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있을 수 있다. 인류의 혼합으로 인한 사회적·인지적 혜택 외에 분명 단점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단점은 아직 밝혀진 것은 없으며 그것이 혜택을 감쇄할 정도로 비중이 있는 것인지도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집단이 확장되면서 얻는 사회적·인지적 이익은 이미 우리가 느끼고 있다.
9. 미지의 두려움 |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 노인 전문의, SENS재단 최고과학책임자, 『노화의 끝(Ending Aging)』 저자오늘날 과학자들이 직면한 중요한 도전 중 하나는 불확실성 관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대중은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이 더 잘 안다고 여긴다. 대부분이 부분적 지식만 있는 데 비해 전문가는 종합적 사고로 최선의 행동방침이 무엇인지를 짚어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행동방침을 연구실, 뉴스룸, 정책입안자의 사무실 등에서 잘 판단해야 한다.사실 전문가 중 일부만 일반인들과의 의사소통에 나서기 때문에 전문적 개념과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 물론 전문가들이 그들의 일을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기 위해 전문영역이 방해받아서는 안 되지만 이는 중요한 문제다. 비과학자들은 불확실성 관리에 대한 깊은 본능을 갖고 있는데, 이는 과학과 기술의 최적 전략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기술은 과학과 현실세계가 만나는 접점이며, 효과적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의사소통의 실패 사례는 너무나 많다. 신종플루, 조류독감, 유전자조작작물 등의 공개토론에서 과학자들이 쉽게 오류를 저지른다. 예를 들어 (세포) 핵 치환(nuclear transfer) 개념을 단지 복제(cloning)라고 표현해 주요 연구가 수년간 지연된 사례도 있다.첨단 기술에 대해 ‘위험 대비 편익 비율(risk benefit ratio)’을 산출하는 행위는 미래 삶의 양과 질에서 해로운 결과와 더불어 예상되는 편익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비 이성적인 두려움의 표출이다. 과학이 가진 내재적 위험을 평가하는 방법을 대중이 조금만 더 이해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바이오 의학 기술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진보가 가속화할 것이다.
10. 고정행동유형 | 아이린 페퍼버그(Irene Pepperberg)- 하버드대 연구원 및 강사‘고정행동유형(Fixed-Action Patterns)’ 개념은 초기엔 오스카 하인로스 윤리학자, 콘래드 로렌츠 과학자가 ‘본능적 반응(예측 가능한 행동 유형의 연속)’으로 정의했다. 이 개념은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인간 행동을 연구하고 변화시키는 은유적 수단으로 상당히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어떠한 민감성은 선천적이지만 다양한 행동유형으로 발전하는 구체적인 것은 생물이 그 주변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어떤 피드백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인간에게는 단순히 자극(S)에 대한 반응(R)을 조절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영향요소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정행동유형을 파악할 때 중요한 것은 주요 인자다. 인간으로서 종종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특히 행동의 반응을 변화시킬 욕구나 필요가 있는지, 우리의 고정행동유형을 자극할 것으로 보이는 관련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고정행동유형은 기대되는 것보다 더 내재된 본능인지, 실제 오랜 시간 학습된 반응인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한 판가름은 사람들의 사회적 상호작용부터 업무에서의 빠른 의사결정까지 우리 삶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인과 상대방의 고정행동유형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면 우리는 인지 처리 능력을 가진 인간으로서 우리의 행동유형을 다시 생각해보고 개선할 수 있다.
11. 인지의 겸손 | 게리 마커스(Gary Marcus)- 『인간 마음의 무계획적 진화(The Haphazard Evolution of the Human Mind)』 저자햄릿은 인간이 이성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지심리학의 40년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매우 유한적이다. 따라서 인지의 부족함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야(Cognitive humility) 추론 능력을 높일 수 있다.우리 뇌는 상황과 함께 정보를 저장하는 데 능숙하지만 검색에는 취약한 편이다. 즉, 앞선 경험을 통해 기억하는 정보와 다른 상황이 전개될 때, 검색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에서의 큰 어려움이 바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자신의 믿음과 모순되는 증거는 무시하지만 일치하는 증거는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 대해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서로 다른 믿음에 따라 다른 증거를 기억하거나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인지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의 인식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즉, 내 주장의 근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신념이 제시하는 근거를 인정하고 고려하도록 스스로를 훈련해야 한다.
※ ‘경영자의 뇌를 자극할 필수 과학 개념’은 각 개념을 소개한 사상가들의 글을 기반으로 한국 사회에 맞게 일부 각색했음.※ 에지(Edge)는··· 존 브로크만이 운영하는 에지(www.edge.com)는 1981년 설립한 리얼리티 클럽(Reality Club)에서 출발했다. 이 모임은 산업시대 이후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지식인들의 비공식적 모임으로 1997년 에지(Edge)로 이름을 변경했다.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사상가 회원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지고 기고를 모아 서적으로 편찬하고 있다. 『This will make you smarter: New Scientific Concepts to Improve Your Thinking』도 ‘어떤 과학 개념이 인지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져 166명의 기고를 모았다.-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