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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홍 한국IBM 사장의 제언 

‘찐’의 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이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기업시민’으로서 지향하는 철학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중시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송기홍 한국IBM 사장이 기고문을 보내왔다. - 편집자 주

▎송기홍 한국IBM 사장. / 사진:한국IBM
요즘 TV나 인터넷, 심지어 뉴스 기사에서도 ‘찐’이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진짜’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Z세대가 최근 즐겨 쓰는 유행어로, 현시대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진짜를 강조하기 위해 ‘찐’을 단어에 붙이는 현상은 그만큼 가짜 상품, 거짓 이미지, 보여주기식 쇼가 넘치는 세태를 방증한다. 가짜가 득세할수록 사람들은 진실에 목말라하고 본질적인 것을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CSR의 진정한 의미

기업은 이런 사회적 현상을 주시하고 진정성 있는 기업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뿐 아니라 기업 철학의 진정성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올 초 IBM과 전미유통협회가 Z세대부터 베이비붐 세대까지 28개국 소비자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를 비용이나 편의성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 중 70%는 환경을 보호하는 브랜드에 대해 35%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중 57%는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다면 평소 구매 습관까지 바꿀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에 진정성 있는 가치를 부가하는 것이 단순히 기업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기업이 진정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통해서다. 최근 CSR 패러다임이 전 세계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 있다. 성공적인 CSR을 위해 IBM은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기업의 비즈니스 주력 분야와 CSR은 서로 연계되어야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CSV(Creating Shared Valu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기업의 경쟁력과 사회의 번영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분석이나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하는 IT 기업은 박사 출신 고급 인력도 필요하지만 특정 기술과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런 인력 양성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방향은 단순히 컴퓨터나 현금 기부 또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교육 기회가 적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 등을 실시하고 이 중 상당수를 채용함으로써 교육, 고용 창출, 인재 확보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IBM이 설립한 P-테크(P-TECH)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P-테크는 고등학교와 전문대학교 과정을 통합한 공교육 혁신 모델로, 산업계, 교육계, 정부가 힘을 합쳐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다. 현재 P-테크 프로그램은 주요 교육계 및 산업계 파트너와 협력해 한국을 비롯한 24개국 200개 이상의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또 지난해부터 대두되고 있는 경영 화두 중 하나는 ‘경험경제’다. 소비자는 이제 더는 ‘평균 집단’을 위해 설계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을 개인화한, 사용자 중심의 경험을 원한다. CSR에서도 다르지 않다. 가령, 기업이 지역사회에 기술 교육을 제공한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교육 대상자가 바라는 수준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IBM이 진행하고 있는 CSR 프로젝트의 사례로, ‘암 지침 탐색기(Cancer Guidelines Navigator)’라는 시스템이 있다. 아프리카 지역의 종양 전문의는 업무 부담이 높고 부족한 자원에 시달린다. 암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암 지침 탐색기’는 종양 전문의들이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고, 서방 국가와 동일한 약물을 이용할 수 없는 제약 조건을 고려해 설계되었다.

마지막으로 CSR은 여러 이해관계자가 공동 기획 및 협업을 했을 때 더 많은 시너지가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부와 각급 학교들, 산업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이 없었다면 한국 최초의 P-테크 학교인 서울 뉴칼라스쿨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IBM은 업계에서의 경쟁 여부를 떠나 각 산업 파트너와 협력하며 P-테크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암 지침 탐색기도 마찬가지다. 미국암학회, 아프리카암연합, 클린턴의료재단(CHAI), 국가종합암네트워크와 협력했기에 가능했다.

이제 더는 긍정적인 기업 브랜딩이나 평판을 위해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를 하는 것은 진짜 CSR로 간주할 수 없는 시대다. 전 세계 고객은 만족스러운 소비와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의 제품을 원한다. 이런 기업이 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CSR을 계획할 때 비즈니스 연계, 사용자 중심, 이해관계자와 공동 기획 및 협업을 우선 순위에 두는 기업은 분명 다른 기업보다 앞선 출발점에서 ‘찐’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005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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