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캐딜락 XT6가 국내에 상륙했다. 3열 대형 SUV가 주는 압도적인 중후함과 캐딜락 브랜드가 주는 개성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정부관계자나 미래의 전사 이미지와 함께한다.
▎사진:캐딜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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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은 오래전부터 고급차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유럽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가격 대비 성능이 빛났다. 캐딜락을 소유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독특한 아메리칸 스타일을 영위하는 동시에 비단길을 미끄러져 나가는 듯한 승차감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솔직히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캐딜락의 강력한 개성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말하자면 송곳니가 뽑힌 캐딜락이 나오고 있다. 파괴적 디자인이 주는 희열은 사라졌지만 대신 새로운 장점을 장착하고 매력을 이어가고 있다.마치 들소 같은 캐딜락 XT6를 몰고 서울에서 강원도 동해시까지 왕복 500㎞를 달려봤다. XT6의 규모에 걸맞게 장거리를 운전하며 승차감, 가속력, 편의장치, 퀄리티의 디테일을 깊숙이 경험하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캐딜락 XT6는 최첨단 편의시설을 갖춘 미국식 고급 호텔이다. 전통이 주는 특권을 누리면서도 편안하고 아늑한 객실인 것이다.
XT6는 엄밀히 말하면 캐딜락에서는 중형에 속하는 크로스 오버 SUV다. 하지만 외관 크기는 유럽산 대형 SUV와 차이가 없다. XT6는 전장 5050×전폭 1965×전고 1750㎜로 BMW ‘X7’의 전장 5165×전폭 2000×전고 1835㎜와 비슷하다. 그러나 가격은 XT6 8347만원, BMW X7은 1억2000만원 이상이다. 무려 3000만~4000만원 차이다. 3열 시트의 넓은 공간을 이용하려면 이제까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아니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XT6는 6~7명까지 여유 있게 태울 수 있으면서도 운전하는 감각으로는 같은 플랫폼인 2열 5인승 XT5와 다를 바 없다.
▎사진:캐딜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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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차일수록 가속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특히 XT6는 3.6리터 V6유닛 엔진이 매우 날카로운 가속을 보이지만 전혀 감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속도계를 보면 상당한 고속의 영역인데 솔직히 몰랐다. 그래서 과속단속 카메라를 정말 조심해야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모든 시승에서 꼭 해보는 오르막길에서 엑셀 끝까지 밟기를 할 때 ‘우~웅’ 하며 빠르게 올라가는 속도를 보면서도 몸이 느끼는 가속감은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정말 없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덩치가 주는 안정감이라고 결론짓겠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일 때 스티어링의 무게는 훨씬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이 느낌을 좋아한다.
한편, 안전·편의 장치는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횡단보도, 차선이탈, 보행자 등을 차체의 센서가 감지하고 운전석 진동으로 알려줘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또 나이트비전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주변 보행자나 동물을 실루엣과 노란색 삼각형으로 위치를 알려준다. 룸미러가 거울이 아니라 후방설치 카메라의 영상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주차 시, 차선 이동 시 상당히 편리했다. 트렁크를 열면 보이는 버튼을 누르면 2열과 3열은 자동으로 접혀 짐 실을 때 왔다 갔다 하며 젖히는 수고를 덜어준다. 그리고 3열 뒷좌석 시트의 착석 위치가 점점 높아지는 ‘극장식’ 좌석, 고급 가죽시트와 14개 보스 스피커 등이 캐딜락이라는 럭셔리 호텔 룸을 구성하는 요소다.-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