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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귀족 

 

13년 전, 돈도 못 버는 보청기 배터리 제조업체를 인수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한 사람, 미카엘 토이너는 예외였다. 오스트리아의 ‘미스터 300%’는 투자금 4000만 달러로 19억 달러 부를 일궜다(고마워요, 애플!). 이제 토이너는 모방자들을 물리쳐야 한다.
바이에른 지방의 중세 도시 뇌르틀링겐 외곽, 회색 벽으로 둘러싸인 한 회의실에서 오스트리아 억만장자 미카엘 토이너가 작은 배터리를 만지작거렸다. 동전 크기만 한 이 기기에는 놀라운 기술력이 담겨 있다. 불과 1㎝ 정도 되는 크기지만 10배는 더 큰 가정용 배터리보다 100배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15분 만에 완전히 충전되어 5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과거 버전은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 때 사용한 카메라의 전원을 공급했다. 최신 제품은 애플의 인기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 프로에 들어간다.

이 배터리는 놀라운 재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연쇄 기업가이자 벤처 투자자인 토이너는 이 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업 파르타를 2007년 4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2년 6개월 전 토이너는 이 기업을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현재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28억 달러에 달한다. 코메르츠방크는 파르타가 프리미엄 무선 헤드폰 배터리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 중이라고 추정한다. 이 업계의 마진은 무려 40%나 된다.

에어팟 프로에 더해 삼성, 자브라, 소니와도 거래 계약을 체결해 파르타의 매출은 2019년 회계연도 기준 4000만 달러로 34% 증가했다. 여섯 아이의 아버지인 토이너는 56% 지분에 투자 성공이 더해지면서 처음으로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스트리아 언론은 토이너를 ‘미스터 300%’라고 부른다.

토이너는 “마이크로배터리 부문에서 우리는 명확한 시장 선두 업체가 되었으며 매년 50~60% 성장할 것”이라며 “10년 내에 모두가 귀에 꽂는 장치를 휴대전화와 함께 사용하게 될 것이다. 성장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토이너의 파르타는 1887년 설립된 독일의 거대 산업 콘체른인 파르타의 일부분이었다. 이 콘체른은 제약, 화학, 플라스틱, 배터리 등으로 쪼개졌다. BMW의 가장 강력한 주주로 알려진 억만장자 크반트 일가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회사 지분 대부분을 인수했다. 분사 후 거의 100년 뒤 도이체방크와 크반트의 후손들은 조각난 기업을 팔기 시작했다. 레이오백과 존슨 컨트롤즈가 배터리 부문의 지분 다수를 인수했으나 작은 마이크로 배터리 사업은 가장 마지막에야 팔렸다.

토이너는 “아무도 파르타를 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유일한 입찰자였다”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이었다. 애플 계약을 따내면서 상황이 나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1년 뒤 우리 회사의 작은 배터리 하나가 폭발했고, 애플과의 계약을 놓쳤다. 회사가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다. 우리가 이자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은행은 긴장했고 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배터리의 미래

애플 아이팟 나노의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파르타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에 투자한 6000만 달러를 고스란히 날려야 했다. 토이너와 파르타 CEO 헤르베르트 샤인은 동전 모양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전력을 다했다. 생산을 자동화해서 노동력이 저렴한 아시아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전력을 크게 높일 연구에 투자했다.

파르타에서 오랜 기간 이사를 지낸 스벤 크반트는 자신의 가족도 파르타 입찰을 고려했지만 토이너가 아니었더라면 이 작은 기업을 세계적인 선두 주자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벤은 “파르타는 본래 거대한 비즈니스 그룹의 일부였다”며 “사람들은 매출이나 신뢰도, 회사 성장 방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토이너가 그 모두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관광객에게 아이스크림을 팔던 행상인 토이너가 마이크로배터리라는 첨단 기술의 영역에서 실리콘밸리 계약으로 큰돈을 벌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300년 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이었던 1400실 규모의 쇤브룬 궁전은 오늘날 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다. 토이너의 기업가 경력은 여기서 시작됐다. 1991년 비엔나경제대학에서 법과 경영학을 공부하던 토이너는 궁전 내 광장에서 아이스크림 가판대를 운영하는 사업 허가를 취득했다.

토이너는 젊고 성미가 급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 가판대에서 얻은 수익으로 막 공산주의에서 벗어난 헝가리에 믹서기를 팔고, 비엔나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가구 판매 체인점을 운영하는 등 사업을 마구 일으켰다.

토이너는 “아이스크림은 마이크로배터리보다 마진이 높다. 그 사업이 내 기업가 인생의 초석이 되었다”며 “당시 나는 23~24세였기 때문에 아주 거친 시기였다. 아이스크림으로 번 돈에 은행 대출까지 끌어다 썼다.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다”고 말했다.

법학과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토이너는 기업을 팔고 비엔나에 벤처캐피털 펀드를 설립했다. 비엔나의 온라인 도박 포털 브윈을 설립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고 2000년에 상장하여 기업가치 2억4200만 달러로 평가받았다.

브윈을 포함한 여러 사업을 토이너와 함께하고 토이너의 결혼식 때 들러리를 섰던 만프레드 보드너는 “토이너에게 돈은 모차르트의 음악과 같다”며 “돈을 아주 좋아하고 돈 버는 데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토이너는 공공주택을 염가에 구매하는 거래로 납세자들을 속이고 4300만 달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토이너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마이크로배터리 사업에도 그늘은 있다. 삼성을 비롯한 파르타 고객들이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이브 에너지와 MIC파워에서 배터리를 조달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이 동요하고 있다. 파르타는 지난 2월 텍사스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응수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기술 관련 소송으로 이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코메르츠방크의 애널리스트인 스테판 클렙은 “독일 기업은 아시아 경쟁사의 잠재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안타깝게도 파르타도 그런 듯하다”라고 말했다.

바르부르크 리서치의 로베르트 얀 반 데어 호르스트는 파르타의 높은 수익성이 경쟁으로 낮아지겠지만 로봇에 집중 투자하여 ‘메이드 인 저머니’ 배터리를 바이에른 지역 공장에서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데어 호르스트는 낡은 보청기 사업에서는 “고작 10명만 채용해서 14억 개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파르타의 마이크로배터리 사업도 그와 비슷한 효율을 보인다.

미래가 어떻든 토이너는 자신의 기술이 파르타를 선두 주자로 남게 해 줄것이라고 굳게 믿는 듯하다. 토이너는 “우리 품질이 더 뛰어나므로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애플과 삼성은 이어폰에 많은 돈을 쓴다. 이어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는 5유로 정도 하지만 8개월 뒤에 작동하지 않는다면 큰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By the Numbers - 짭짤한 아이스크림

오스트리아 기업인 미카엘 토이너는 가구점, 나이트클럽부터 온라인 도박 사이트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인 끝에 소형 배터리 사업으로 대박을 쳤다. 하지만 토이너의 최대 사업은 바로 아이스크림 가판대였다. 놀라울 것 없다. 가격을 보시라!

매장(지역) - 슈거 팩토리(뉴욕 타임스퀘어), 브라비시모(산티아고), 글레이시즈 글레이즈드(파리), 무셀린(예루살렘), 고마야 구키(도쿄)

인기 메뉴(가격) - 클래식 아이스크림 샌드위치(8.95달러), 둘체 데 레체 선대(6달러), 블렉 슈가 섹스 매직 2스쿱(4.9달러), 사프론 아이스크림 2스쿱(4.2달러), 솔티드 세사미 2스쿱(5.1달러)

※ HOW TO PLAY IT - 좋든 싫든 애플의 하얀 에어팟은 우리 일상에 자리

잡으며 파르타 같은 부품 공급업체 생태계를 활성화했다. 이런 경향을 가장 잘 이용하는 방법은 차세대 저전력 무선 통신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상장기업 퀄컴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중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퀄컴의 최신 칩 디자인은 액티브 노이즈캔슬링과 미러링을 통합한다. 무선 이어폰은 이를 활용해 몰입감 있는 음향과 더 안정적인 연결로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음성 제어를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퀄컴은 2019년 243억 달러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7.3% 성장했다. 지난 4월에는 애플과 협약을 맺고 무선 기술을 공급한다. 68달러인 퀄컴의 주식은 가치가 높다.

- 존 D. 마크먼은 마크먼 캐피털 인사이트의 사장이자 패스트 포워드 인베스팅의 편집자다.

※ FINAL THOUGHT - “기 회는 항상 강력하다. 낚싯대를 늘 드리우고 있으라. 물고기는 가장 없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낚인다.” 오비디우스

- LAIN MART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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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호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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