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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의 은퇴를 막은 스타트업 

 

스트리밍 서비스가 넘쳐나는 세상, 은퇴를 앞둔 억만장자 기업가 멕 휘트먼을 잡은 건 제프리 카젠버그의 전화 한 통이었다. 모바일 동영상 스타트업을 함께 창업하자는 그의 제안에 투자금 18억 달러를 모은 둘은 작업에 돌입했다. 코로나19로 미국이 봉쇄된 가운데 집에 갇힌 소비자들은 이들이 시작한 동영상 서비스 ‘퀴비’를 재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2017년 11월, 멕 휘트먼은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CEO 은퇴를 공식화했다. 그러자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디즈니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제프리 카젠버그였다. 디즈니에서 휘트먼은 전략기획을 담당했고, 카젠버그는 영화 스튜디오 총괄이었다.

카젠버그는 비행기를 타고 실리콘밸리로 와서 팰로앨토에 있는 레스토랑 ‘노부’에서 휘트먼을 만났다. 저녁을 먹으며 그는 휴대전화로 보는 고품질의 엔터테인먼트 콘텐트에 대한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휘트먼이 원하는 필수 요소는 다 갖추고 있었다. 잠재적 서비스 시장은 엄청났고, 시대를 이끄는 트렌드와 맞아떨어졌으며, 차별화된 틈새 입지를 공략하고 있었다.

“결국엔 ‘그거 알아? 내 마음속에 또 다른 스타트업이 꿈틀대는 것 같아’라고 답해줬죠.” 휘트먼이 말했다. 그녀는 또 다른 선구적 기업가 피에르 오미디아와 함께 일하면서 엄청난 부(재산 규모 33억 달러)를 축적했다. 1998년 직원 30명, 매출 400만 달러의 이베이에 들어간 휘트먼은 10년 만에 회사를 직원 1만5000명, 매출 80억 달러의 거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카젠버그는 “우리는 유튜브와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 오직 이 두 가지로 만들어진 공간을 개척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 두 개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동산이 생겨났고, 그 부동산은 아침 7시부터 밤 7시까지 존재합니다…. 참 흥미롭죠.”

그로부터 2년 뒤, 퀴비(Quibi, ‘퀵(quick)’과 ‘바이트(bites)’의 혼성어)는 오리지널 드라마와 리얼리티 TV, 코미디, 뉴스 프로그램 등을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모든 동영상은 휴대전화 시청에 최적화한 10분 내외 길이로 제작됐다.

넷플릭스 대항마 될까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퀴비의 성공에 아주 회의적이다. 온갖 오락 콘텐트가 홍수를 이루고, 이 중 상당수가 무료로 제공되는데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고 사람들이 과연 지갑을 열까? 당대 가장 위대한 할리우드 선구자 배리 딜러는 퀴비를 보고 자신이 아끼는 후배(카젠버그는 1970년대 파라마운트에서 딜러의 부하직원으로 일했다)가 벌이는 “대담한 투기”라고 불렀다.

퀴비는 새롭게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한참 전인 1999년, 카젠버그는 비슷한 콘셉트의 서비스 ‘팝닷컴’을 선보인 적이 있다. 짧은 애니메이션과 라이브 액션 영화를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매끄럽게 재생되는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이 막 시작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팝닷컴은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전망이 불확실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데이비드 게펜, 브라이언 그레이저, 론 하워드, 폴 앨런 등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음에도 팝닷컴은 결국 1년도 안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카젠버그는 콘셉트를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 이 중에는 2018년 8월 알리바바와 디즈니, 소니 등 굴지의 기업에서 받은 10억 달러도 포함되어 있다. 운 좋게도 3월에는 추가 투자 라운드로 7억5000만 달러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미국이 마비되기 며칠 전이다. 휘트먼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환경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매일이 새롭습니다. 새로운 데이터와 새로운 이슈가 쏟아져 들어와요.” 다행히도 케빈 하트와 제니퍼 로페즈가 프로그램 촬영을 마쳤고, 스필버그의 영화 제작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콘텐트 저작권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캐시 플러스’ 조항을 보고 퀴비와 계약을 체결했다. 2년 뒤 퀴비에 올라온 ‘짧은 조각’들을 하나로 이어서 한 편의 영화로 배급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의도치 않은 미국 봉쇄는 퀴비에 완벽한 순간을 조성해줄 수 있다. 닐슨은 코로나19로 미디어 시청률이 무려 60%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람들은 분명 퀴비에도 시청할 동영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현재 4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서비스 홍보에 쏟아붓고 있으며, 3월 중순경에는 3개월 구독 무료라는 파격적 이벤트를 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으로 모든 신규 프로그램과 영화 촬영이 중단된 상태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콘텐트로 무장한 퀴비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작가 노조가 프로그램 제작을 100일간 중단했던 2008년 파업 사태 재발에 대비하기 위해 퀴비는 지난해 9월부터 프로그램을 차곡차곡 챙겨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퀴비는 4월 6일 50개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피 터너([왕좌의 게임])와 코리 호킨스([블랙클랜스맨])가 출연한 스릴러 생존극 [서바이브]처럼 손에 땀을 쥐는 장면에서 끝나는 영화를 기본으로, 리얼리티 쇼와 다큐멘터리 120편, 뉴스, 기상, 스포츠 콘텐트도 있다. 모두 합해서 퀴비는 서비스 개시 1년간 175개 프로그램에서 8500편에 달하는 짧은 동영상 클립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8억 달러를 투자한 사업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과연 이걸 유료로 구독할 사람이 있을까? 업계에서는 ‘제프리가 가는 곳에 투자하면 돼’ 같은 믿음이 있다.

“제프리는 살면서 두 번 정도 방망이를 크게 휘두른 적이 있습니다. 모두 홈런이었어요.” 할리우드 연예기획사의 한 고위 경영진이 말했다. “지난 30년간 제프리 카젠버그와 같은 방향으로 투자해왔다면, 이미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겁니다.”

- DAWN CHMIELEWSKI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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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호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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