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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설립자, 래리 엘리슨의 웰니스 연구소 

 

세계 최고 부자 5위에 오른 래리 엘리슨, 그가 하와이 라나이섬 전체를 웰니스 실험실로 바꾸는 과정을 조용히 진행 중이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 뛰어든 그는 데이터로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근처, 힘을 가진 자들의 놀이터 랜초 미라지(Rancho Mirage)로 갔다. 이곳에는 오라클 설립자 래리 엘리슨(75)이 자신을 위해 만든 안식처 중 하나가 있다. 녹림이 우거진 100만㎡(30만5000평) 부지 안으로 들어가니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속세와 떨어진 별세계로 들어간 느낌이었지만, 이날은 3월 12일 ‘검은 목요일’이었다. 미국 증시가 1987년 대폭락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시장에 패닉을 일으켰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발 항공기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NBA 시즌은 연기됐고, 디즈니랜드는 문을 닫았으며, ‘국민 아빠’ 톰 행크스가 코로나19에 걸렸다. 이 모든 이변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어나는 중이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이곳도 홍수처럼 밀려드는 코로나19 공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엘리슨도 오라클의 주가가 하루 만에 11% 폭락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분위기를 맞추려는 듯 때마침 폭우도 퍼부었다. “지난주요?” 엘리슨이 말했다. 그는 팬 45만 명이 몰려들 테니스 대회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이제는 대회도 물 건너간 이야기가 됐다. “1년이 지난 느낌이군요.”

엘리슨은 데이터 수집으로 590억 달러 재산을 축적해 세계 5위 부자가 된 사람이다. 그의 저택은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만반의 조치를 끝낸 후였다. 그의 영지로 들어가는 게이트 바깥쪽에서 고용인들이 비접촉 온도계를 들고 방문객의 체온을 쟀다. 정상 체온을 확인받고 들어간 입구 안쪽에는 이젠 구하기 힘들어진 퓨렐 손세정제가 커피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우리는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18홀 개인 골프장 옆에 자리한 테니스장으로 갔다. 클레이코트와 하드코트를 모두 갖춘 곳이었다. 인터뷰 중에도 검은 방수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여러 번 나타나 창틀을 물걸레로 닦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하와이섬 전체를 연구소로

엘리슨은 오라클에도 비슷한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두 시간 전 있었던 오라클 분기별 수익결산 컨퍼런스 콜을 통해서다. 2014년 오라클 CEO에서 퇴임한 그는 최고 기술책임자(CSO)로 남아 있다. 이름만 있는 명예직이 아니다. “내가 만나본 최고의 엔지니어”라고 막역한 친구 일론 머스크는 말했다. “기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전문 분야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더라도 아주 빨리 따라잡는다”는 것이 머스크의 설명이다. 수익결산 콜은 사프라 캐츠 CEO와 함께 진행했다. 둘은 증권가의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보고했고, 엘리슨은 오라클이 진행 중인 자율 운영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인간의 작업이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인간이 저지르는 오류도 없습니다.”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오라클 주가는 반등을 시작했다.

암흑의 시간이 시작되자 엘리슨은 더 넓은 세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난 8년간 그는 하와이 라나이섬에 5억 달러 넘게 투자해 섬 전체를 데이터 기반 건강 웰니스 연구소로 변모시켰다. 엘리슨은 “우리가 판매하려는 상품은 바로 웰니스”라고 말했다. 미가공 데이터 바이트 처리를 통해 건강으로 가는 비결을 찾을 수 있다고 암시하는 듯했다. 적어도 그는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웰니스 연구기업의 이름은 일본어로 선생님을 뜻하는 ‘센세’로 정했다. 엘리슨에 따르면, 센세의 선생님은(짐작했듯이) 데이터다.

친환경 에너지로 돌아가는 데이터 중심 건강 유토피아를 만들어 글로벌 프로토타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라나이섬과 센세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와 미국에 실시간으로 극적인 전환을 촉발했다. 며칠 후 엘리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누가 먼저 대화를 요청했는지는 양쪽 다 밝히지 않았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그의 팀이 확인해준 정보는 다음과 같다. 지난 2월 트럼프가 엘리슨의 랜초 미라지 저택에서 후원금 행사를 열면서 트럼프와 엘리슨은 공식적으로 엮이게 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색이 없던 오라클에서 직원들이 항의하며 파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확실히 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줬을 뿐입니다. 저는 그 자리에 가지도 않았어요.” 트럼프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적은 결코 없지만,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지원할 것이라고 엘리슨은 말했다. “한 번에 한 명만 나오는 대통령이잖아요. 그를 악마로 보지 않습니다.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해줄 것이고, 그가 잘해내길 바랍니다.”

아직 백신이 없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서 전 세계 의료진은 말라리아 치료제부터 에볼라 치료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까지 다양한 약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엘리슨은 트럼프에게 치료제 효능과 결과에 대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생성·교환하는 정보처리센터가 필요한지 물었지만, 트럼프는 아니라고 답했다. (백악관은 엘리슨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논평을 거절했다.)

“래리가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사와 환자가 정보를 입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암 전문의인 데이비드 아구스(David Agus)가 말했다. 아구스는 캘리포니아 남부 대학 로렌스 J. 엘리슨 전환의료연구소 대표이자 센세 공동창업자다. “대통령은 ‘얼마냐?’고 물었고, 래리는 ‘무료’라고 답했습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엘리슨은 아구스와 식약청, 국립보건원을 비롯한 연방기구에 오라클 엔지니어들(인원수는 비공개)을 파견해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케이스를 모은 데이터베이스 작업에 착수했다.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되면 의료진은 약물로 치료한 모든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오라클이 구축한 웹사이트에 등록할 수 있다. 그럼 시스템에서 해당 의료진 및 환자에게 증상의 변화를 확인하는 이메일을 보내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도입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개발팀은 법적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일단 그 단계만 넘으면 당장이라도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엘리슨이 걸어온 길

‘엘리슨 사단’에 속한 후배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마크 베니오프다. 오라클 중역이었던 그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를 창업했다. 베니오프는 엘리슨이 “지난 39년간 미국의 여러 전임 대통령에게 국가 운영의 전략적 방향에 대해 자문을 제공했음”을 알기 때문에 그가 이런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엘리슨과 마찬가지로 하와이 광팬인 베니오프는 엘리슨이 선견지명으로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의 진행 방향을 알고 싶다면 서쪽으로 눈을 돌려 하와이 라나이섬을 살펴보라는 조언을 남겼다.

엘리슨은 라나이섬이나 랜초 미라지와 정반대에 있다 해도 무리가 아닌 브롱크스에서 태어났다. 싱글맘이었던 어머니는 그를 결국 시카고 이모 집에 맡겼다. 일리노이대학에 입학한 엘리슨은 이후 시카고대학으로 옮겼지만, 두 대학 모두 끝까지 다니지는 못했다. 권위에 대항하는 성격이 작용한 걸로 보인다. “하루는 라틴어 강사가 F를 주면서 ‘네 인생은 이제 망했다’고 하더군요.” 2006년 포브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엘리슨이 한 말이다. “그런 말은 믿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줬죠.”

그는 21살 때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로 이사를 갔다. 반체제 문화와 민권 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 중반이었다. 시에라네바다산맥에 푹 빠져든 그는 강 주변을 안내하는 가이드와 암벽 등반 강사로 일했다. 그가 라나이섬과 과일회사 돌(Dole)이 운영하는 파인애플 플랜테이션에 대해 전해들은 건 그 무렵이다. “돌 회사를 사려면 돈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찾아봤습니다. 계좌에 모셔둔 1200달러보다 훨씬 비싸더군요.” 엘리슨이 말했다. “그래도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라나이섬, 낙원을 가지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요.”

수중에 있던 1200달러를 늘리기 위해서 대학에서 짧게 프로그래밍을 배운 엘리슨은 일주일에 며칠 정도 시간을 내어 테크 기업에서 일을 했다. 그 후 11년간은 다양한 기술 스타트업에서 프로그래밍 일을 하며 사다리를 찬찬히 올라갔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하고 2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시작하고 1년 후인 1977년, 엘리슨은 동료 프로그래머 로버트 마이너, 에드워드 오츠와 함께 오라클을 창립했다. 회사 이름은 엘리슨이 진행했던 중앙정보국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명을 따서 지었다.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소프트웨어는 인사 데이터 및 재무제표에서 추출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기업이 저장·분석하는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1980년대 엘리슨은 공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으로 유명해졌고, 회사는 그의 성격을 닮아갔다. 그러나 1990년 오라클은 회계 부정이라는 시련을 맞이했다. 미완성 상품을 장부에 매출로 기록해서 수입을 부풀린 사실을 증권사들이 잡아낸 것이다. 회사의 시가총액은 37억 달러에서 7억 달러로 내려앉았고, 고객사와 은행들은 엘리슨 또한 자리에서 내려올 것을 요구했다. 엘리슨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그는 경쟁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소프트웨어 산업을 통합했고, 데이터베이스 관리 상품을 확장했다. 그렇게 그는 오라클을 되살렸다. 지금까지 오라클은 140건에 이르는 인수 계약을 진행했고, 이를 위해 쓴 돈만 800억 달러가 넘는다. 2005년 피플소프트(103억 달러)와 2008년 BEA 시스템즈(85억 달러) 등 대기업을 적대적으로 매수한 경우도 두 건이다. 경쟁사 시벨 시스템즈의 경우 오라클 직원 3000명을 투입하고 돈을 아낌없이 퍼부은 끝에 회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직접 경험한 토마스 시벨은 엘리슨을 두고 “무섭게 달려드는 경쟁자”라고 표현했다.

랜초 미라지 대저택의 규모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엘리슨은 여가를 즐길 때도 사업을 할 때처럼 치열하다. 2010년에는 명망 높은 요트대회 아메리카스 컵의 트로피를 거머쥐고 상금 1억 달러를 받아 가기도 했다. 그러다 2012년, 일생일대의 트로피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22살의 그를 꿈꾸게 만들었던 라나이섬이다. “클로드 모네가 방금 완성한 그림 한 점을 감탄하며 보고 있는데 그 작품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그것도 400달러라는 헐값에요.” 엘리슨이 말했다. “실제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죠.” 엘리슨은 쾌재를 부르며 3억 달러를 내놓았고, 새로운 유토피아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라나이섬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마우이섬에서 1시간 동안 페리를 타고 들어가거나 다른 하와이 섬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마넬레 항구와 라나이 공항은 엘리슨이 소유하지 않은 2% 부지에 있다. 식품과 기타 생활필수품을 섬에 공급하는 바지선을 위한 항구와 주민 3000명이 모여 사는 주거지역도 그 2% 안에 있다.

파도가 조각한 절벽, 현지 주민들이 오프로드 모험이나 사냥을 위해 들어가는 붉은 흙의 대자연, 남양산 나무가 늘어선 공공 포장도로와 그 길을 따라 이어진 플랜테이션 스타일의 마을 광장 등 라나이섬의 나머지 365㎢ 땅 은 모두 엘리슨의 것이다.

라나이섬 주민 대부분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엘리슨에게 급여를 받고 있다. “그 사람 이름이 돈 엘리슨이던가요.” 전기기술자 네이선 스팍스는 자신의 고용주 래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허세가 없고 실속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전기배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가 만들고 있는 여러 농장에 가봤습니다. 그렇게 많은 토마토를 본 건 처음이에요.”

엘리슨은 라나이섬을 건강과 웰니스, 지속가능성 구현을 위한 실험실로 바꾸고 있다. 실험이 끝나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체 작업을 보완할 피드백을 구해 반영한다. 엘리슨은 “라나이섬은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일종의 연구실”이라고 말했다.

2018년 친한 친구 아구스와 함께 센세를 공동 창업한 엘리슨은 라나이섬에서 세계의 3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식품 공급망과 영양, 화석연료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센세는 하루 이용요금이 3000달러에 달하는 스파센세 리트리트(Sensei Retreat)와 태양에너지 기반 수경재배 온실 센세 팜(Sensei Farm)을 운영하고 있다. 인공호흡기 부족과 실업 급증 등 불안한 헤드라인이 장악한 코로나 시대와는 맞지 않는 호강과 사치를 연상케하지만, 이들 스파와 농장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이 시대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로 영업을 임시 중단한 럭셔리 스파 센세 리트리트의 경우, (아리아나 허핑턴 같은 얼리어답터) 손님들이 방문하면 가장 먼저 ‘맞춤 건강 문진’을 받는다. 스파에 머무는 동안 신체적·정신적으로 이루어야 하는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다. 이를 기본으로 해서 직원들은 방문자의 수면 질과 영양·혈류 상태를 측정하고 관리한다.

그 옆에 자리한 센세 팜에는 온실 2개가 있다. 지금은 추가로 4개 온실을 공사 중이다. 1850㎡(560평) 정도 크기 온실은 기존 농장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 곳곳에 설치된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용수 사용과 송풍량 등 데이터를 수집해서 작물 유형별 최적의 경작 환경을 산출한다. 기존 농법보다 용수량을 90% 줄일 수 있는 이들 온실은 엘리슨이 사외이사로 있는 테슬라의 1600개 태양에너지 패널에서 전력을 얻는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에어룸 토마토와 껍질이 얇은 오이는 현재 센세 리트리트에 있는 노부 레스토랑에만 독점 공급되지만, 생산 규모를 늘려 6개 온실에서 이들 농산품을 생산하게 되면 생산량을 연간 45만3500kg까지 늘릴 수 있다. 엘리슨은 이곳에서 농사 환경을 조절하는 기술을 제대로 개발해서 전 세계 곳곳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엘리슨과 아구스는 질병과 인간의 필멸, 죽음에 대해 논의하다가 의기투합했다. 둘은 2006년 아구스가 엘리슨 조카의 전립선암을 치료하면서 처음 만났다. 같은 해 아구스가 스티브 잡스 주치의가 되면서 둘은 더욱 친해졌다. 아구스는 “래리는 스티브의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치료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죠”라고 말했다. 이후 엘리슨과 아구스는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의료 데이터와 약물개발 기업을 위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그러나 센세는 기존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다르다. 아구스는 “암 말고 다른 분야에서 함께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통합적 전략을 통해 나름의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엘리슨은 라나이섬의 발전소와 전력망 인수를 논의 중이다. 디젤 연료에 의존하는 라나이섬의 전력 배급 체계를 지속가능하고 자족적인 태양에너지 및 배터리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엘리슨의 농장들이 기존 전력망과 분리되어 100% 태양에너지만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 전환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테슬라의 머스크는 “정말 대단하다. 전 세계를 위한 소우주를 보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럭셔리 스파와 에어룸 토마토로 세계 최고 난도의 조직적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니, 고상한 척 허세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엘리슨의 데이터 기반 농장은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의 재단과 함께 진행한 동아프리카 농업 연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엘리슨은 “자선사업은 그 성격상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을 원한다면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다.” 어떤 기후 조건에서도 농작물을 생산하는 온실 시스템이 그의 목표다.

그는 “스톡홀름뿐 아니라 나이로비에서도 식량 생산이 가능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기술을 이용하면 두 곳 모두에서 해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과 경제적 요건에 맞춰 (온실 시스템을) 바꿔서 적용할 수 있죠.” 도시 중심에 농장을 두어 수확부터 식료품점 진열대까지 거리를 줄이면, 운송 배기가스를 줄이고 식품의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센세 브랜드를 내건 농산품을 전 세계 식료품점에서 판매하고자 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어느 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만 집중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야 투자금이 모이기 때문이죠.” 센세 팜의 몰리 스태넥 선임부사장이 말했다. “벤처투자사에 가서 ‘식량 시스템 전체를 혁신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미친놈이 들어왔구나’ 하는 눈빛을 던질 겁니다.” 스태넥은 소프트뱅크가 지원한 수경재배 스타트업 플렌티(Plenty)에서 일하다가 2018년 센세 팜에 합류했다. “데이비드, 래리와 한자리에 앉아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태양에너지 패널과 탄소 발자국뿐 아니라 한 국가의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리는 자급자족형 식량 시스템 완성에 대해 논의하죠. 이제 이런 대화를 시작할 때가 됐습니다.”

타이밍은 좋아 보인다. 3월 중순, 투자분석기관 제프리스는 고객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바이러스 전파에서 그나마 얻을 수 있는 긍정적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웰니스를 코로나19 수혜 종목으로 꼽았다. “지금만큼 개인 건강이 중요해진 때도 없습니다. …(해당 이슈는) 어느 때보다 크게 부각됐습니다.” 청정에너지의 중요성 또한 언급됐다. “운송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공업 생산도 감소했습니다. 굴뚝의 연기가 멈추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더 깨끗해진 환경이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는 예전 방식으로 운전·비행·생산할 수 없습니다.”

엘리슨이 주창한 코로나19 치료 데이터베이스는 정보가 절실히 필요한 보건 관료들이 원하는 만큼 빠른시일 내에 완성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대통령에 대해 근거 있는 우려가 시작됐다. 대선 전,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위험한 낭설을 전파했던 트럼프는 코로나 사태 이후 근거 없는 섣부른 해결책을 대중에게 전하며 과거의 ‘돌팔이 정치꾼’ 면모를 다시 보였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트럼프가 특정 정보를 이용해서 무작위 임상시험을 건너뛰려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구스는 “왜 반대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상황에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확실하고 중요한 과정이죠.” 그와 엘리슨은 임상시험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아구스는 “더불어 실제 상황에서 얻은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일하는 게 아닙니다.” 아구스가 덧붙였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거죠.”

그가 옳다면(공중보건을 생각하면 그가 옳아야 한다), 이번 실험은 엘리슨의 ‘정보를 통한 유토피아 건설’ 미션을 위한 또 하나의 데이터 세트를 제공해줄 것이다. 테니스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암과 노화 연구에 10억 달러를 기부할 만큼 건강을 중요시 여기는 엘리슨 입장에서 코로나19 치료 데이터베이스는 가장 궁극적인 사례연구가 될 것이다. 그는 “영생을 얻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닙니다. 60세가 됐다면, 건강한 60세로 삶을 즐기면서 일상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 거죠”라고 말했다. “40살에도 확 늙어버린 사람들을 압니다. 자신을 돌보지 않은 사람들이죠. 그래서 건강하지 않고 우울합니다.”

“그런 일들이 실제 많다”고 말한 엘리슨은 이렇게 말을 마쳤다. “그런데 꼭 그렇게 되란 법은 없습니다. 다른 길이 있다고 확신해요.”

- ANGEL AU-YEUNG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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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호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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