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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아 포항공과대학교 창의IT융합공학과 조교수 

3D 바이오프린팅, 맞춤형 인공장기 시대 열다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인공장기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유기물인 바이오잉크를 3D 프린팅처럼 층층이 쌓아 올려 인공장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3D 프린팅이 플라스틱 필라멘트를 사용한다면 3D 바이오프린팅은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한 바이오잉크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의생명공학연구원에서 만난 장진아 교수.
인공장기 개발을 향한 연구자들의 노력은 2000년대 3D 프린팅 기술을 만나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2013년 미국 바이오프린팅 업체인 오가노보(Organovo)가 인공 간을 제작했고, 2016년 중국 레보텍이 원숭이의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인공혈관 제작에 성공했으며, 같은 해 국내에서도 포항공과대학교(POSTECH)가 세계 최초로 인공 근육을 제작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영국 뉴캐슬대가 인공각막을 선보였다.

뇌, 심장, 간, 안구, 혈관과 같은 생체조직을 완벽하게 만들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이 밖에 신체 부위를 3D 프린터로 인쇄하는 건 이미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보편화된 분야는 인공뼈 이식이다. 2014년 포항공과대학교와 서울성모병원 연구진은 태어날 때부터 코와 콧구멍이 없던 몽골 소년에게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코를 만들어 수술에 성공했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2015년 인조합금 두개골을 만들어 환자에게 이식했으며, 2017년 구강암 환자의 턱뼈 재건수술에 성공했다. 3D 프린팅 기술로 티타늄 재질의 아래턱뼈를 만들 수 있었다.

포스텍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 분야의 리더다.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가 국내에선 미개척 분야였던 3D 바이오프린팅 시장의 기반을 닦았고, 장진아 교수 등 후배 연구자들이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2014년 3D 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들 수 있는 바이오잉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인공각막과 피부, 근육, 혈관, 심장근육 재생 패치를 차례로 개발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같은 혁신성을 인정받아 로이터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100대 대학 순위에서 지난해 아시아 대학 중 최고 순위인 1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대(26위), 서울대(29위), 한국과학기술원(KAIST, 34위), 중국 칭화대(41위)를 크게 따돌린 순위다. 포브스코리아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장진아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를 만나 인공장기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장기를 3D로 찍어내려면 수만 개 세포로 이뤄진 잉크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바이오잉크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10년 전 3D 프린터로 출력한 세포가 과연 스스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3D 프린터로 뽑아낸 세포들이 가장 잘 기능할 수 있는 소재와 형태 등을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세포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은 원래 살던 환경일 것이라는 추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세포외기질로 바이오잉크를 만들어 세포와 섞어 프린팅했더니 콜라겐을 이용한 인공 조직보다 세포분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심근경색 부위를 개선하는 바이오잉크 심장패치를 개발했다. 새로운 심근경색 치료제 개발이 목표라고 하셨는데,

심근경색은 심혈관이 막히거나 심장근육 전체나 일부가 손상되어 심장이 괴사하는 병이다. 현재는 줄기세포 치료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정교하게 심근경색 부위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요청이 있었다. 줄기세포 치료법은 정맥이나 심장 부근에 주사를 놓는데 이렇게 전달할 수 있는 세포의 양이 제한적이다. 심장패치를 사용하면 훨씬 더 많은 세포를 아픈 부위에 직접 붙여 심근세포의 생존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사람 심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일까.

쥐 같은 소동물 실험에서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하는 데 3년 정도 걸렸고, 심장에서 유래한 세포외기질 바이오잉크를 만드는 데 3년, 현재는 대동물인 돼지로 4년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돼지를 심근경색에 걸리도록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돼지 실험에서도 유의미한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되면 임상시험으로 넘어간다. 실제 환자에게 이식되기까지는 3~4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

간, 피부, 각막 등은 심장보다 근시일 내에 이식이 가능할 거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

현재 인공각막과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인 기관을 교체하는 제품들은 임상1상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에 5년 이내에 이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은 공기가 지나갈 수 있는 관을 잘 유지해주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능이 단순하다. 또 이미 전문기관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은 모델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장기보다 빨리 이식할 수 있을 것이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더해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까지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적 요인이 기술 개발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지.

그렇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화학물질에 의한 호흡기 독성에 대중적 관심이 커졌고, 지금은 바이러스의 이동통로로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 연구실도 이와 관련해 몸 밖에서 호흡기의 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실험용 생체 조직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토끼 실험을 진행했다. 이 방식은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생리학적으로도 토끼와 사람 사이에 간극이 너무 크다. 그래서 인체를 똑같이 모사한 체외 조직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람 기관의 체외 조직 모델은 어떻게 생겼나.

육안으로는 그냥 플라스틱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잘라서 내부를 보면 우리 호흡기와 동일한 구조로 프린팅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일 위층에는 먼지를 걸러내는 섬모가 달린 세포가 있고, 그 아래 혈관이 있는 구조다.

의료계에서 다양한 기술 개발을 의뢰할 것 같다. 진행 중인 다른 연구가 있다면 알려달라.


식도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구조를 만들면 좋겠다는 요청이 들어와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식도를 재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식도가 없거나, 짧거나 얇게 태어난 신생아가 많은데 식도를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위나 장을 일부분 잘라내어 식도로 사용하고 있다. 소아 식도 크기에 맞는 관의 구조를 만들어서 음식물이 새지 않고 잘 지나가는지 토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시험이 끝나고 실제 인체에 이식되기까지는 5년 정도 내다보고 있다.

인공 관을 만드는 소재는 무엇인가.

플라스틱, 상피세포, 근육세포, 바이오잉크 등 4가지가 들어간다. 플라스틱으로 틀을 만들고 안쪽에는 상피세포를, 바깥쪽에는 근육세포를 그려준다. 바이오잉크는 3D 프린팅이 가능한 하이드로젤 소재와 세포로 구성된다. 세포는 본인의 세포일 수도 있고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타인의 줄기세포를 사용할 수도 있다. 바이오잉크에 들어가는 소재는 조직에 따라 달라지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식도는 식도에서 유래한 소재를, 심장은 심장에서 유래한 소재를 쓴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목적이 시급하기 때문에 식약처와 꾸준히 논의하며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최종 목표는 인공장기 개발이다. 전 세계적으로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한 사례가 있나.

아직 없다. 바이오프린팅은 줄기세포와 생체 재료를 이용해 인체 기능을 강화하거나 복원하는 기술이다. 줄기세포로 인체 기능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보편화돼 가고 있고, 생체 재료를 사용하는 연구도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낸 조직이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한 사례는 아직 없다. 관련 규제도 아직 없어 이제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럼 현재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어떤 기술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물 이식은 가능하다. 인체의 경우, 엄지 손톱 한 개 정도 크기의 조직을 몸 밖에서 한 달 이상 (체내와 동일하게) 기능하도록 만드는 게 세계 최고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공장기 이식에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3D 바이오프린팅 전문기업 T&R바이오팹이 만든 3D 바이오프린터 3DX. 포스텍 연구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3D 바이오프린터 한 대의 가격은 약 2억원이다. T&R바이오팹은 포스텍에서 기계공학 석박사를 마친 뒤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윤원수 박사가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로부터 3D 바이오 프린팅 원천 기술을 이전받아 설립했다. / 사진:장진아 교수
인공장기는 단순히 신체 일부를 3D 바이오프린터로 똑같이 찍어내면 되는 게 아니다. 인공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들을 어떻게 체내 형태와 유사하게 배열할지, 배열한 세포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혈관을 어떻게 구성할지, 인공장기를 수많은 체내 신경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등 아주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차례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장애물들을 모두 해결하고 나서야 인공장기를 인쇄해 인체에 이식할 수 있을 텐데, 이걸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굉장히 부분적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인공장기 개발에 필수불가결한 기기가 3D 바이오 프린터다. 국내 3D 바이오프린터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나.

3D 바이오프린터를 만드는 데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포스텍에는 3D 바이오프린터 8대가 있다. 가격은 한 대에 2억원이다. 3D 바이오프린팅 전문기업인 T&R바이오팹 제품이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서 유일하게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8년 YTN 사이언스에서 방영된 [호모마키나: 인간과 기계의 미래, 우리의 선택은?]에서 3D 세포 프린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장진아 교수. / 사진:장진아 교수
병원에도 3D 바이오프린터가 구비되어 있나.

국내에서 3D 바이오프린터를 구비해놓은 병원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유일하다. 바이오프린팅 시설에서 찍어낸 인공장기를 바로 수술방에 가져가 이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

기업들과도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

바이오프린팅 기술 자체보다는 체내 조직과 똑같은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재료에 주목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인터파크 바이오융합연구소는 암을 모사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를 만든다. 암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대신 암 오가노이드에 처리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대기업에서도 조직공학제재 개발에 관심이 많다. 해외 바이오 관련 기업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포스텍과 세포회사인 넥셀, 바이오프린팅 기업인 에스팩트 바이오시스템즈(Aspect Biosystems)가 함께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임상실험에 돌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존슨앤존슨이나 글로벌 제약사들도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현재 구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이 엄지손톱 하나 정도의 크기라면 인공심장이 실제 사람의 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가 될까.

미래는 밝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학계에서는 10년 이내에 기술이 완성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긴 하지만 신체에 실제 적용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조직 전체를 떼어 이식해야 하는 심장이나 신장은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겠지만 일부를 떼어 이식할 수 있는 간, 피부, 각막 같은 조직은 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다.

[박스기사] 인공심장의 역사 - 완벽한 인공장기 개발을 향한 노력


▎세계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한 의사 크리스티안 바너드.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기술고문인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45년이 되면 인간이 죽지 않는 불멸의 세상이 도래한다”고 예측했다. 그는 2045년이 되면 각종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을 무한하게 연장할 수 있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가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멸의 시대를 열게 될 핵심 키워드는 인공장기다.

인간의 장기가 세계 최초로 타인에게 이식된 것은 196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다. 외과의사 크리스티안 바너드(Christiaan Barnard) 박사가 53세 환자의 병든 심장을 심장마비로 사망한 25세 젊은 여성의 심장으로 교체했다.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의식을 회복한 뒤 18일간 생존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람의 심장이 아닌 인공심장이 사람 몸에 이식된 것은 이로부터 25년 후다. 1982년 미국 유타대 로버트 자빅(Robert Jarvik) 박사가 세계 최초로 인공심장 이식에 성공했고, 이 환자는 112일간 생존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인공장기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공심장은 심장이식에 걸리는 시간을 메우거나, 심장이식이 불가능한 경우 심장을 영구적으로 대체하기 위해 사용된다. 1940년대 후반부터 비슷한 발명품이 있었지만, 2001년 미국의 아비오메드사가 세계 최초로 대체형 인공심장인 ‘아비오코(Abiocor)’를 이식하면서 인공심장 시대를 열었다.

뒤이어 2010년 미국 신카디아 시스템즈가 환자 3명에게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완전 인공심장 이식에 성공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캐나다 보건국(Health Canada), 유럽공동체 인증(CE)을 획득한 세계 유일의 인공심장 제조사인 신카디아 시스템즈의 인공심장은 실제 심장과 동일한 2개 심실과 4개 판막으로 제작된다. 분할 폴리우레탄 용액(SPUS)이라는 특수 플라스틱을 사용해 높은 수준의 피로저항성과 생체적합성을 갖췄다.

인공심장의 장점은 기증자의 혈액형이나 항체 수치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에게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구적으로 사용하기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한계가 남아 있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은 3세대 인공심장(LVAD·좌심실보조장치) 이식수술에 성공하며 말기 심부전증 환자를 살려냈다. 1세대 인공심장이 몸 바깥에 장착하는 형태였다면, 2세대 인공심장은 체내에 삽입하는 형태로 발전했고, 3세대 인공심장은 체외 배터리 크기를 최소화해 생활의 불편을 줄여나가고 있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세계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열쇠로 꼽힌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장기이식 대기자 및 기증자 추이’ 자료에 따르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 수는 2015년 1811명에서 2018년 2742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장기기증 뇌사자 수는 같은 기간 501명에서 449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이스라엘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인공심장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심장은 성인의 손톱만 한 크기로 세포와 혈관, 심실, 심방까지 갖췄다. 이 미니심장이 실제 인간의 심장과 동일한 크기로 완벽히 기능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공심장과 안구이식에는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망막, 각막 같은 조직 이식에서는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안과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인공 망막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이들에게 가슴 벅찬 희망을 안겨주었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었던 환자는 수술 이후 어느 정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됐다. 인공 망막 이식 수술은 눈 안에 시각 정보수신기와 백금 칩을 이식해 전기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 수술에 사용된 인공 망막 기기는 아르구스(Argus 2)로, 미국 의료기기 전문기업 세컨드 사이트(Second Sight)가 10년 이상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

포스텍과 경북대 의대 교수팀은 지난해 투명한 인공각막 개발에 성공했다. 실제 각막 조직과 같은 세포외기질과 줄기세포를 섞어 바이오잉크를 만들어 프린팅했다. 기존에는 각막이식을 하면 눈이 뿌옇게 보이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연구팀은 인공각막을 실제 각막처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각막 대체제로 상용화되면 5~6년씩 각막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전망이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joins.com·사진 신인섭 기자

202006호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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