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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K ARTISTS] 'JINKEI' 김학진(45) 

 


▎“소년이 무언가를 관찰하는 모습입니다. 대칭된 하나를 더 제작해 서로를 바라보도록 할 겁니다. 순수한 소년의 호기심과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제 꿈은 ‘레고 쌓는 노인’이 되는 겁니다.”
전업 브릭 아티스트 / 작품명: 소년의 소년의 소년 / 레고를 처음 접한 시기: 5살

레고를 활용한 건축 설계, 조형물 제작, 테마 전시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전업 브릭 아티스트다. 중동에서 일하던 아버지 덕에 레고 선물을 받고 빠져들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월급의 반을 레고를 사 모으는 데 쓰기도 했다. 건축학을 전공했다. 대표 작품 중 브릭 5만5000여 개를 사용해 제작한 방탄소년단 아트월(Art Wall)은 태국 쇼핑몰에 전시 중으로 현재는 ‘BTS 성지’가 됐다. 이외에도 7만여 개 브릭을 활용해 제작한 CJ E&M 상암센터 아트 월, 청와대에 전시한 백범 김구 등이 있다. 중학생인 아들은 함께 레고 작품을 만드는 좋은 파트너다. DNA를 물려받아 8살부터 단독 창작품을 출품했다. 전 세계에서 20작품을 뽑는 국제 콘테스트에서 국내 1위를 탈환했다. 청와대 영빈관 전시에 참여한 최연소 작업자였다. 레고의 매력은 “레고는 가족 간 행복한 이야기와 여행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레고 쌓는 노인’을 꿈꾸고 있다.


▎CJ E_M센터 아트월

▎'백범김구'
BTS 벽화 모자이크 태국에 설치하신 얘기 좀 해주세요.


▎BTS 아트월
태국에 신규 쇼핑몰을 만드는데 그 중 BTS 컬래버의 카페가 진행되었습니다. 관련하여 작품 의뢰가 들어와 작업하게 됐죠. 7명의 멤버를 중앙 벽면에 가득 채워 표현하는 작업이었고 높이가 2.9m에 길이가 6.6m 정도로 만들어졌습니다. 작품을 위한 사진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별도로 촬영해 보내왔습니다. 글로벌 팬심이 엄청난 BTS인만큼 집중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픽 툴로 작업하다가 특히 얼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작업으로 많은 수정을 했어요. 현장 상황 상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팬들이 정말 100%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당시 태국에서도 BTS는 가장 인기가 많았고 방콕에서의 공연도 잡혀 있어서 제 작품에 각자의 본인 사인도 하고 촬영도 하는 행사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태국 팬들이 전날부터 쇼핑몰 1층을 거의 채울 정도로 몰려왔고 그런 열기는 저에게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태국 팬들이 BTS 멤버들의 생일 파티를 항상 거기서 한다고 들었고 레전드가 된 지금은 아마도 BTS 성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코로나19로 해외에 가지 못하는 요즘 가끔씩 팬들로부터 한국에도 만들어달라고 제게 연락이 옵니다. 답변을 드리죠. 저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웃음)

벽화 모자이크는 색감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사실 모자이크화 해주는 그래픽 툴은 여럿입니다. 하지만 레고 브릭 컬러의 한계 속에서 조합을 했을 때에 기대와는 다르게 결과물의 톤앤매너가 상당히 틀어집니다. 결국 툴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참조만 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직접 컬러와 디테일을 계속 찾아가며 작품을 완성합니다.


가져오신 작품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년의 소년의 소년’이라는 제목의 최근 작품입니다. 소년이 유리벽 너머의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손을 대고 관찰하는 모습입니다. 아직은 반만 완성되었는데요. 대칭된 하나를 더 만들어서 서로를 바라보도록 놓이게 됩니다. 이 작품은 ‘호기심’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합니다. 쇼 윈도우 같은 유리창 너머를 유심히 바라보는 소년의 순수한 그것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편견 없이 바라보는 순간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본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니 자신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얇은 논리에만 급급했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나아가 비대면이 강조되며 온라인의 익명성에 더욱 숨어들어 서로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늘어가는 시대 상황에서 한번쯤 작품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주로 예술 작품들을 레고에 반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이 첫 작품이었나요.

제겐 모든 것이 작품입니다만 방향성의 전환점이 된 작품은 ‘나이브’와 ‘코뿔소’ 입니다. 4마리의 코끼리로 이루어진 ‘나이브’는 저의 내면으로부터 만들어진 이야기가 있는 작업이고 ‘코뿔소’는 외적인 사회 환경과 구조에 대한 생각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후로 레고 브릭을 창작의 재료로써 보다 넓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게 되었고 다양한 예술적 도전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뿔소'
본인을 레고 매니아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5살 때 처음 레고를 접했습니다. 당시 아버지 세대가 중동에서 일해서 외화벌이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저희 아버지 또한 다녀오시면서 어린 아들을 위한 선물로 레고를 사오셨어요. 많이 좋아해서 중학교 때까지 가지고 놀았습니다. 중3 이후로는 잊고 지내다가 대학교 3학년 때 건축설계 시간에 레고로 스터디 모형을 만들면서 다시 빠져들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한참 동안 월급의 반을 레고 사 모으는 데 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0여 년간 레고를 사고 만들고 창작하고 덴마크까지 날아가 해외 AFOL(레고 성인매니아)들과도 교류하며 지내왔습니다. 7년째 전업 브릭아티스트로 활동하며 평생의 일로 ‘레고 쌓는 노인’을 꿈꾸고 있으니 앞으로도 덕력은 더욱 올라갈 것 같네요.

아들도 레고를 창작한다고 들었습니다. 2017년에는 우승도 했는데, 당시 어떤 작품으로 상을 받았나요?

환경적인 영향도 있겠습니다만 아들 지완이도 어려서부터 레고를 좋아해 또래에 비해 잘 만졌어요. 오히려 특정 영역에 가둘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특별히 권하지 않았음에도 자기가 찾고 일상용품처럼 받아들이더군요. 7살에는 창작품을 전시하는 브릭 코리아 컨벤션에도 함께 참석하고 바로 8살 때부터 단독 창작품을 출품해 왔습니다. 2017년에는 레고 본사에서 어린이 대상으로 글로벌하게 진행한 콘테스트가 있었어요. 월드 1위 작품은 프렌즈 테마의 레고 제품으로 정식 출시까지 하는 대회였죠. 국내 응모자도 많았는데 그중 1위를 해서 전 세계 20개 작품 정도 꼽는 엔트리까지는 들어갔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국내 우승상으로 레고코리아에서 상패도 전달받고 가족 모두 나고야 레고 랜드에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우승 내용이 기사로도 나와서 친구들이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너 나오더라’며 신기해했다는 이야기를 아들로부터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 그림을 그리는 걸 더욱 즐기는 것 같아요.

부자가 평소에도 함께 작업하나요?

작품은 각자 만들지만 제가 여러 가지 요청을 아들에게 하고는 합니다. 지완이도 거의 10년째 레고를 하다 보니 부품의 종류나 활용법도 잘 알아서 제 입장에서도 편한 파트너가 되어 줍니다. 국내외 전시나 창작 워크숍 등을 진행할 때에도 동행하며 저를 아주 잘 보조해줍니다. 특히 작년 청와대 전시 할 때에는 중학생이 작업을 위해 영빈관에 입장한 것은 처음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네요.

레고가 부자 사이에 어떤 변화나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함께하는 긴밀한 관심사가 있다는 측면에서 아빠와 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겠네요. 레고는 어른들도 많이 즐기면서 원래 그런 속성이 있는데 저희는 그것이 더욱 강화된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로 작품에 대한 평가도 해줍니다. 지완이는 그렇지 않은데 저는 실제 아들의 조언으로 작품을 수정하기도 해요. 덴마크 전시 때에는 2주정도 둘만의 유럽 여행이 되고는 했어요.

레고의 매력에 대해 한마디로 말한다면.

레고를 즐기는 일은 당신과 가족 사이에 행복한 이야기와 여행을 만들어 줄 겁니다.


▎'귀'

▎'해리하다'

▎'다이브'

▎'코끼리'(왼쪽)와 'chair 17'
- 박지현·신윤애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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