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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돈 사이 

 

세상에 저렴한 항생제가 넘쳐 난다. 그런데 생명공학 억만장자 밥 더건은 왜 새로운 항생제를 만드는 걸까?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벌 생각일까?
밥 더건(bob duggan)은 저신이 설립한 암 치료 생명공학 업체 파마사이클릭스를 애드비에 매각하면서 은퇴할 수도 있었다. 당시 나이는 71세였고 자산은 30억 달러가 넘었다. 코스타리카에 있는 자택에서 녹색 눈의 새끼 재규어가 그려진 거대한 벽화를 감상하고, 해변에서 휴식과 서핑을 즐기고,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책을 읽으며 여생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76세가 된 더건은 은퇴를 거부했다. 더건은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은 모든 인간에게 내재돼 있다. 나이와 상관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더건은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서밋테라퓨틱스의 지분 60% 이상을 6300만 달러에 사들여 CEO가 됐다. 2003년 설립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매출을 올리지 못한 서밋은 흔하지만 치명적인 감염병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clostridium difficile) 감염증을 치료하는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대변을 통해 감염되며 보통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전파되는 질병이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 자체는 심한 설사를 유발하지만 잘못하면 장기 부전이나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매년 미국인 25만여 명이 이 병에 감염되고 1만3000명이 사망한다.

더건이 도전하기에 충분히 숭고한 분야지만 쉽지는 않다. 항생제가 20세기 최고의 성공작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1928년 페니실린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감염병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기대수명은 58세에 불과했다. 항생제가 그 모든 것을 바꿨다. 결핵부터 폐렴까지 온갖 질병의 치료제가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어제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거의 80세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오늘날 항생제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경제적 문제다. 이미 시장에 다양한 항생제가 나와 있지만 거의 전부가 저렴한 복제약이다. 예를 들어 1973년 출시된 아목시실린은 세계에서 가장 흔히 처방되는 항생제다. 수십 년 전에 특허가 만료되어 이제는 알약 하나당 1달러도 하지 않는 데다 효과는 뛰어나다. 신약 개발에 13억 달러 정도가 들어간다는 사실 때문에 이제는 그 누구도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비용을 쉽게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학적인 문제까지 더해진다. 박테리아는 빠르게 변이하고 진화한다. 즉, 특정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 종은 살아남아 확산된다는 것이다. 특정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를 치료하려면 다른 항생제를 처방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더라도 “의사는 아주 심각한 사례가 아닌 한, 이 항생제를 아껴서 박테리아에 면역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런던 소재 생명공학 중심 투자은행 RX시큐리티의 설립자 사미르 데바니가 말했다. 이어 데바니는 “즉, 상업적으로 새로운 항생제가 출시되면 사용되는 게 아니라 찬장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항생제 개발은 대형 제약업체에는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 됐다. 아직 항생제를 만들고 있는 중소기업은 재정난을 겪는다. 서밋과 유사한 기업인 아케이오겐(더건이 15%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과 멜린타 테라퓨틱스는 지난 18개월 동안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 20년 동안 승인된 새 항생제는 25가지밖에 되지 않으며, 대부분은 기존 약물의 파생 제품이다.

그럼에도 열성적인 사이언톨로지 신도 더건은 굴하지 않는다. 더건은 하위권 기업에 투자해서 업계 상위로 올려놓았던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더건은 20대 초반 UCLA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투자를 시작했다. 더건은 “처음에는 5000달러로 투자를 시작했고, 1년 반 만에 50만 달러가 생겼다”고 말했다. 더건이 초기에 투자한 기업 가운데 하나는 지피 스티처리라는 자수 키트를 제조하던 선셋 디자인이다. 이 기업은 1980년대 중반 1500만 달러로 영국 소비재 대기업 레킷벤키저 그룹에 인수됐다. 다음 투자는 빵집 체인과 이더넷 기업, 수술용 로봇을 디자인하는 기업 등이었다. 2008년 더건은 저가주 생명공학 기업 파마사이클릭스의 CEO가 됐다.

그러다가 마침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성공을 거머쥐었다. 파마사이클릭스의 약물인 임브루비카가 만성 림프성 백혈병(CLL)을 포함한 B세포 암의 획기적 치료제임이 밝혀진 것이다. CLL은 성인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백혈병 유형이다. 이 약물 덕분에 파마사이클릭스는 곧장 21억 달러로 앱비에 인수됐다.

파마사이클릭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밋의 운명도 한 가지 약물에 달렸다. 바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균을 치료하는 새 항생제 리디닐라졸이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복제약 밴코미신과 일대일로 테스트를 치르는 중이다. 최근 임상 2상 시험에서 라디닐라졸은 밴코미신보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균 치료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재발 방지 효능까지 보였다. 만약 라디닐라졸이 현재 약물보다 효과가 뛰어난 데다 예방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서밋이 입증할 수만 있다면 병원은 웃돈을 주고 이 약을 사 갈 것이다.

리서치 회사 니덤의 생명공학 애널리스트 앨런 카는 만약 성공하는 새 항생제가 하나 있다면 아마 리디닐라졸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균에는 상당한 시장 기회가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리디닐라졸은 주사제가 아니라 알약이기 때문에 가격은 더 높겠지만 병원 밖에서도 환자에게 처방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카는 “아마 수억 달러는 벌어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박을 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건에게는 이 모든 것이 아주 간단한 진리로 귀결된다.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데 어떻게 돈을 못 벌겠어요?”

※ By William Baldwin
신약 개발은 위험하다. 대다수 신규 치료제는 도중에 실패하며 정치인들은 성공적으로 개발된 소수 신약의 치솟는 가격을 억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덜 화려하게 돈을 버는 방법은 따로 있다. 제약회사가 필요로 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기타 계약 업무를 대행해주는 것이다. 시네오스헬스는 그런 방식으로 연간 45억 달러 매출을 올린다. 최근 두 곳의 사모펀드 투자자가 지분을 빼기로 결정했지만 수주 의뢰 건수는 늘고 있다. 내년 기업가치는 EBITA의 10배일 것으로 예상된다.

윌리엄 볼드윈은 포브스의 투자 전략 칼럼니스트다.

- LEAH ROSENBAUM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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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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