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원격근무 절대주의자 

 

깃랩의 CEO 시드 시브랜디는 사무실 하나 없이 약 30억 달러 가치에 달하는 개발자 도구 사업을 일궜다. 이제 그는 불완전한 원격근무를 실시 중인 기업들에게 경고를 보낸다.
시드 시브랜디는 재택근무의 위험을 잘 안다. 시브랜디는 샌프란시스코 고층 건물의 47층에 있는 자신의 작은 방에서 몇 년 동안 고생한 끝에 2018년 발병이 났다. 그래서 시브랜디는 줌에 사용하는 그린 스크린과 세 개 모니터 옆에 러닝머신 책상을 가져다 놓고 일했다.

그러나 깃랩의 CEO 시브랜디는 원격근무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원격근무를 하는지가 문제라고 말한다. 새로운 업무 현실을 완전히 받아들인 소수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원격근무를 잘못 시행하고 있다. 시브랜디는 원격근무를 극단적으로 받아들인다. 원격근무에 올인해야지만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원격근무를 수행하면 직원들 사이에 시간 대비 노동력에 따라 등급이 매겨질 것이고, 성과가 떨어지는 현장근무자와 경쟁하기를 꺼리는 우수 원격근무자를 내몰게 된다. 시브랜디는 “일부 기업들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지만, 내 생각에 아마 그런 기업은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깃랩의 방식은 이렇다. 코로나19 이전 직원들이 직접 만나는 유일한 시기는 회사의 연례 워크숍이었고, 그리스같이 활기차면서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장소에서 열렸다. 깃랩의 원격근무 문화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근간은 극단적인 투명성이다. 깃랩은 거의 모든 주제에 회사가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상세히 기술한 온라인 핸드북을 매년 공개 출간한다. 개별 직원의 급여는 공개되지 않지만 이번 분기 임원의 전략 목표, 모로코부터 세르비아까지 깃랩 직원이 거주하는 67개 국가에서 급여를 계산하는 정확한 공식 등이 낱낱이 적혀 있다. 언제 어떻게 시브랜디와 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과 시브랜디의 고양이 소식까지 섹션으로 담겨 있다. 출력하면 8700쪽에 달하는 이 핸드북에 없는 내용은 내부 구글 문서에 어지간하면 있다. 깃랩의 모든 회의는 최소 하나의 온라인 문서로 남아 있다.

시브랜디는 깃랩 직원들이 어디서든 원활하게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문서에 크게 의존한다. 직원들은 문서를 업데이트하고 메모를 남기거나 정보를 슬랙 채널과 영상 메시지로 공유한다. 해결된 결정이나 계획은 핸드북으로 통합되며 그 모든 과정이 추적된다. 시브랜디는 “매번 허가를 기다리거나 누군가의 결재를 받고서야 뭘 할 수 있다면 그건 문제”라고 말했다.

시브랜디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을 만들어냈다. 직원은 전 세계에 1300명이나 되지만 사무실 하나 없이 2019년 28억 달러 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매출을 올리고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에 더 많이 의존함에 따라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 관리, 보호할 수 있게 돕는 소프트웨어 도구 제품군에서 깃랩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워드프레스를 소유한 기업 오토매틱 등 팬데믹 이전부터 사무실 없이 사업을 해온 여러 기업 가운데서도 깃랩은 돋보였다. “우리는 시브랜디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다”고 클라우드 인프라 스타트업 해시코프의 CEO 데이브 맥재닛이 말했다. 원격으로만 근무하는 해시코프의 가치는 50억 달러다. 그러나 오늘날 시브랜디의 극단주의가 거대한 추종자 집단을 끌어모으고 있다. 원격 근무에 관한 깃랩의 무료 전자책 다운로드 수는 지난 3월 출간 이후 7만 건을 넘겼다. 각종 웹 세미나 관계자들이 깃랩 직원들을 초빙하려고 난리다.

깃랩의 자유로운 원격근무 풍조는 유럽에서 시작됐다. 시브랜디는 잠수함 회사에서 일하면서 온라인 앱 리뷰 스타트업의 운영을 돕고, 그와 동시에 네덜란드 법무부의 웹 프로젝트도 관리했다. 이때 자원봉사자 수백 명이 참여하는 깃랩이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됐음을 알게 됐다.

2012년 시브랜디는 깃랩을 제작한 드미트리 자포로제츠와 발레리 시조프에게 연락하여 깃랩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1년 뒤 자포로제츠는 공동 설립자 겸 CTO로 회사 설립에 참여했고, 현재는 선임 엔지니어를 맡고 있다. 시조프는 2014년 입사하여 선임 개발자로 일한다. 시브랜디는 소스코드의 변경 내역을 추적하는 인기 시스템 ‘깃’의 이름을 따서 회사 이름을 깃랩으로 지었다. 깃랩은 오픈소스 기술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관리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구독을 판매했다. 시브랜디, 자포로제츠, 시조프는 다른 여섯 명과 함께 2015년 초 캘리포니아에 임시로 모여서 명망 높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에 참여했다. 이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한 시간은 이때의 3개월이 전부다.

깃랩의 임직원 대다수는 이후 유럽으로 돌아갔다. 시브랜디는 스타트업 업계에 감명을 받고 자금 유치 절차를 눈으로 지켜본 끝에 남기로 결심했다. 깃랩은 지금까지 4억76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으며 대다수는 아직도 재무제표에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는 개발부터 보안에 이르기까지 10가지 앱 도구로 구성된 제품군을 판매한다. 사용자당 월 최대 99달러를 받으며 지난해에는 엔비디아, 지멘스, 나중에 투자에 참여한 골드만삭스 등 15만 고객으로부터 7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특히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 사업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추세라 더 많은 개발이 클라우드에서 이뤄지고 있고, 그 결과 사업도 번창 중이다. 그러나 요즘 고객들이 깃랩에 연락하는 이유는 소프트웨어 지원 때문이 아니라 깃랩의 사업 방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제휴사와의 접촉 가운데 10~15%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깃랩의 채널 제휴 담당 부사장인 미셸 우드워드 호지가 말했다.

원격근무가 온통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특히 지금은 더 그렇다. 시브랜디는 이동이 불가능한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이가 있는 직원은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깃랩은 금요일을 쉬는 날로 정하고 스테이케이션을 장려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시브랜디는 “아무 데서나 일하는 것이 아니라 팬데믹 시기에 집에서 일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지금은 평범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격근무를 확산하는 데는 아이러니가 하나 있다. 더 많은 기업이 깃랩을 따를수록 그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시브랜디는 “교외 지역에 사는 인재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 기업은 그런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경쟁을 벌일 것이고, 임금도 높아질 것”이라며 “내 생각에 이는 전 세계에도 좋은 일인 것 같다. 미래가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 How To Play It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의 물결에 올라타기에 아주 좋은 기업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깃랩의 경쟁사인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를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75억 달러로 지분을 전부 인수하면서 리눅스 커뮤니티 접근권도 얻었고, 이를 통해 자사의 개발자용 도구와 서비스를 선보이고 개발자 커뮤니티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길도 열었다. 2019년 6월 30일 자로 종료된 회계연도에는 깃허브가 들어간 마이크로소프트 지능형 클라우드 부서의 매출이 390억 달러, 영업이익이 13억9000만 달러로 각각 21%, 20.9%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은 2020년 28% 올랐지만 개발자들에게 도달하는 범위와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현재보다 41% 더 증가한 주당 29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존 D. 마크맨은 마크맨 캐피털 인사이트의 사장이자 패스트 포워드 인베스팅의 편집자다.

- ALEX KONRAD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11호 (2020.10.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