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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39인의 신년 에세이(8) 

 

문화예술계의 거름 | 정승우 재단법인 유중재단/유중아트센터 이사장


2011년 문화예술사업을 시작한 이래,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매우 잦은 편이었다. 전시 관련 미팅, 아트페어, 해외 경매 참석, 해외시장 발굴을 위한 현지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미팅 등이 많았다. 게다가 직함을 맡고 있는 여러 단체 방문만으로도 일주일 일정이 꽉 차기에 쉬는 시간은 그나마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비행기로 이동 중일 때 정도였다.

비전공자로서 다원예술을 추구하는 복합문화공간 사업을 시작한 까닭에 지난 9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설립 단계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미술과 음악을 한 공간에 공존하도록 하는 일에 힘썼다. 초기에는 주로 우수한 클래식 연주자들과 시각예술가들을 선발해 공연과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최근 내가 힘을 쏟고 있는 시각예술 분야의 경우 처음에는 단순한 창작 공간 제공으로 시작하여 전시 기회 제공으로 발전했고 이후 직접 예술 작품을 매입하는 단계를 거쳐 아트페어에 참가하기에 이르렀다.

대기업 산하 문화재단이나 아트센터와 비교하면 유중아트센터는 운영 주체와 참여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정신없이 바쁜 나의 일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크게 바뀌었다. 3월 이후 모든 해외 일정과 대부분의 공연과 전시 일정이 취소되면서, 지금까지의 사업 방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예술품의 국제거래에 대한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고,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고려대에서 ‘국내외 예술품 경매에서 주요 당사자의 법적 책임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법학박사를 취득한 뒤 해당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고려대 법학연구원 산하에 ‘문화예술법 정책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문화예술계는 지난해 전방위적인 비대면화(온라인화)로 그 패러다임이 강제 전환되는 경험을 했다. 어색하고 비효율적이며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왔던 것들이 일정 부분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걸음마 단계였던 온라인 경매, 온라인 전시, 실시간 공연 감상은 향후 우리 문화예술계를 뒤흔들 또 다른 화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21년은 이러한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문화정책이나 예술법 등 제도적 측면까지 목소리를 내고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고 우리 문화예술계의 거름과 윤활유 같은 역할을 맡아볼 작정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1월 1일은 12월 31일의 다음 날일 뿐인데도 많은 사람이 큰 기준이 바뀐 것처럼 새해 결심을 하고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어찌 보면 연속적인 날들 속에서 새롭게 리프레시하기에 좋은 명분을 제공하는 듯하다고도 느낀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때론 다음 날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기도 하고, 때론 큰 분기점으로 생각하며 결심을 되새김질하기도 한다.

요즘 세상은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느낀다. 세상의 변화가 사람들의 학습 속도나 흡수 속도를 넘어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뉴스와 정보가 쏟아지고 행태의 변화를 마주한다. 기업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기업을 둘러싼 일련의 환경 변화는 기업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을 점점 증폭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매일 풀 수 있는 숙제의 개수는 정해져 있는데, 개별 숙제들의 난도가 높아지는 느낌이랄까.

이럴 때일수록 전장을 좁혀서 생각하면 숙제가 좀 더 명확해진다. 매일 1% 복리 성장을 하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큰 과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먼 미래보다는 렌즈를 오늘과 내일의 차이로만 좁혀서 그 작은 차이에 집중하는 버릇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가들에게 필요한 마인드셋이 아닐까 싶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패스트캠퍼스(교육), 패스트파이브(부동산), 패스트벤처스(투자)업을 영위하고 있다. 각 회사들의 2020년은 모든 임직원의 노력 덕분에 많은 성취를 이뤘다. 패스트캠퍼스는 온라인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훌륭히 이뤄냈고, 패스트파이브는 서울 전역에 27개 지점을 갖췄으며, 패스트벤처스는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신선한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 즉, 단순히 매출과 이익을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한 과제를 잘 해결하고, 고객들의 니즈와 고통을 해소하고, 그 과정을 통해 회사의 성장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성장을 함께 꾀하는 균형잡힌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2021년도 2020년과 전혀 다르지 않다. 2021년 1월 1일은 2020년 12월 31일의 다음 날일 뿐이기에, 우리는 거대한 비전, 거창한 목표에 목매달지 않고 오늘 하루, 지금 이 시간에 집중하고자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복리로 쌓인다면, 꿈꿔왔던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 앞에 놓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오늘보다 내일 딱 한가지가 나아지고, 딱 1% 더 성장하는 것이다. 2021년에도 이러한 마음가짐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유지되길 바란다. 눈은 하늘을 바라보되, 두 발은 땅에 단단히 디딘채 오늘 우리 회사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의 문제, 그 해결방안에만 집중하겠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지난해 초, 마켓컬리에 2020년은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5년 차에 불과한 마켓컬리의 성장 속도에 유통업계가 많은 흥미를 보이던 때였고, 점점 커가는 새벽배송 시장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2020년은 마켓컬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기회라 판단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한 상태로 2020년을 맞이했다.

거기까지였다. 2020년에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사는 모든 분야, 모든 트렌드의 기준점을 바꿔버렸다. 이제는 마스크 없이 외출할 수 없는 세상이 됐고, 취미나 여가생활을 즐기기도 쉽지 않게 됐다. 특히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온라인 산업은 빠르게 규모를 키워나갔는데, 이는 마켓컬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보기만큼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본 다음에 사야 한다는 고객들의 심리적 장벽을 넘는 것이 우리의 숙제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 장벽이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진 것이다. 외출을 자제하려는 많은 고객이 마켓컬리에 접속했고, 저녁에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주문하면 이튼날 아침에 받아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그 결과 마켓컬리는 물론 새벽배송 시장 전체가 기대 이상의 성장 폭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장보기 트렌드가 변화하고 새벽배송 시장이 하나의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을 시작한 이유는 좋은 품질을 가진 식품과 식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고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품질에 대한 고집으로 인해 시작한 서비스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작은 보탬이 된다고 하니 뿌듯하면서 동시에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서 지난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지난 5년간 뚝심 있게 지켜온 상품 품질, 완벽을 추구하는 배송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우리가 새벽배송을 하는 본질인 ‘좋은 상품’과 ‘고객 경험의 완성도’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고객들의 신뢰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고객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VOC(고객의 소리)에 더욱 집중했고, 고객의 피드백을 실제 운영에 반영한 사례도 많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마켓컬리는 고객들에게 최상의 쇼핑 경험을 제시할 수 있었다.

다사다난한 2020년을 마무리 짓고 2021년을 앞둔 현재 기분은 오히려 담담하다. 마켓컬리는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고객들에게 다양한 가치와 신뢰를 선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 ‘우리의 영원한 경쟁자는 마켓컬리 서비스 첫날’이라는 말이 있다. 몇 명 되지 않던 고객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평가받던 그 마음가짐을 꾸준히 이어갈 수만 있다면 마켓컬리는 언제나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2021년 역시 마켓컬리만의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며, 그것은 2015년 마켓컬리의 첫날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21년 연말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마켓컬리의 노력이 고객들의 삶에 조금 더 스며들길 소망한다.

진정한 혁신을 찾아서 | 박용준 삼진인터내셔널 대표


“어묵산업을 혁신한 어묵계의 애플이다.”

경영을 해오며 가장 많이 들었던 평가이다. 그리고 그런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또 다른 혁신을 회사 성장의 모티브로 삼고 도전해 왔다. 수없이 많은 도전과 그에 따른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우리는 많은 경험을 자산으로 얻었고, 이는 삼진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됐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회고해보면 가장 후회되는 일 또한 이러한 도전들 속에 있었다.

어쩌면 나는 혁신이라는 허울에 스스로와 회사를 맞추어가던 게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혁신은 새롭고, 특별하며, 남들과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조건 아래 도전을 해왔지만, 우리의 챌린지는 고객의 니즈에 맞추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혁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당시에는 무언가 새로워 보인다 하면, 일단 해보았고, 그러한 도전들이 고객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삼진의 혁신은 사실,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개선해나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그렇다. 어묵 베이커리는 고객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매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며, 편의성과 다양함처럼 요즘 시대의 고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담은 것이다. 기존의 맛과 전통을 고객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담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개선이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것이 아닌, 내재되어 있던 수요였지만, 공급자 스스로가 한계를 긋고, 기존 울타리 안에서 사업을 바라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경영 10년 차가 되는 지금, 회사의 비전과 궁극적인 목표 설정을 위해 우리가 해나가야 할 혁신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있다. 그러기 위해 다시 한번 업의 본질, 우리가 사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많은 고찰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삼진이 지키고자 하는 철학과 시대에 맞추어 변하는 소비자의 가치를 잘 접목해야 진정한 100년 기업으로서의 전통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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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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