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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39인의 신년 에세이(6) 

 

손에 손잡고 | 김소연 에스팀 대표


사람들이 에스팀을 알기 시작했다. 숙고 끝에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덕분이다. 16년을 노력해도 알리기 힘들었는데, 4개월 만에 유명해졌다. 나 하나 출연시키겠다고 우리 사무실에 살다시피 한 PD님과 작가님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아직 과제가 남았다. ‘모델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장윤주, 송경아, 한혜진 등 국보급 모델들이 우리 회사 소속이다. 하지만 나와 우리 직원들은 에스팀을 ‘트렌드를 리딩하는 회사’로 정의한다. 누구라도(혹은 사물이어도)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다면 우리에게 오면 된다.

사실 우리에겐 2020년 ‘뉴욕 진출’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 뉴욕지사 설립은 우리의 오랜 꿈이었다. 오래 준비했고,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코로나19라는 이길 수 없는 적을 만나기 전까진 모두가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 꿈은 잠시 접기로 했다. 뉴욕 지사 운영을 위해 뽑았던 인력을 20명 가까이 돌려보냈는데, 참 마음이 아팠다.

매년 ‘당연하게’ 진행됐던 패션위크에도 차질이 있었다. 새로운 플랜으로 야심 찬 기획을 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무기한 연기됐다. ‘온라인 패션위크’라는 정말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말았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지만. 그래도 속상했다.

에스팀은 그간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승승장구했다. 적어도 2019년까진 그랬다. 지난해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위기였고, 매출이 40% 가까이 줄었다. 아직 극복하지 못한 상처들이 잔뜩 남았다.

이제 또 다른 과제가 남았다.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황폐해진 자리에 새로운 싹을 틔워야 한다. 좌절은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1년간 생긴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해봤다. 우선 온라인 매체가 다양해지며 소속 인플루언서·아티스트가 설 자리가 많아졌다. 또 소소하지만 꾸준하게 벌려오던 콘텐트 비즈니스도 나름의 성과를 냈다.

이젠 손에 손잡고 힘을 합쳐야 할 때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하면 좋겠다. 좌절보단 조언과 희망을 나누길 바란다. 올해가 끝나갈 무렵엔 새로운 무기가 하나씩 들려 있을 것이다. 그 날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 ‘Begin Again!’

베트남에서 다시 꿈을 꾸다 | 진재욱 VIK Partners 대표파트너


3년 전이었다. 우연히 관광객으로 방문한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아침 일찍부터 파도처럼 밀려오는 굉음의 스쿠터 행렬을 넋을 잃고 바라보며 몸부림치는 삶의 역동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 후 3년간 무려 50여 번을 드나들며 베트남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싱가포르에 갇혀 많은 시간을 보내며 나 자신을 리부팅하는 계기가 됐다. 30년간 종사한 글로벌 금융사에서 국제금융과 자산운용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동남아에서, 특히 베트남에서의 도전과 혁신이 그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도 통하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베트남을 필요로 하고 베트남도 대한민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는 베트남을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수출 전진기지로 봐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의 기술과 자본이 베트남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시너지를 낼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 새로운 소비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베트남은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와 모범적인 코로나19 대처 등으로 동남아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나라다.

무엇이 나를 베트남에 열광하게 했을까? 그건 아마도 베트남에서 예전의 대한민국을 느꼈기 때문이다. 높은 교육열과 ‘하면 된다’는 열정, 전쟁으로 잃어버린 세월을 만회하자는 강한 의지, 변화와 창조를 통해 잘살아보자는 기업가정신이 어우러져 대한민국의 뒤를 이어 ‘아시아의 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나는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젊은 청년들이 부모 세대보다 더 잘살아보겠다고 시작하는 수많은 스타트업 등을 현지 네트워크와 공조하며 발굴하고 육성하는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했다. 현지인들과 어우러져 그들의 관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며 투자하려고 한다. 이 일은 일단 재미가 있다. ‘국제금융’이라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활동하던 지난 30년과는 또 다른 도전에 희열을 느낄뿐더러 다시 젊어진 느낌이다. 나는 도전과 혁신의 정신을 일깨워준 베트남과 더 나아가 동남아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꿈꾼다. Let’s Go!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기다리며 |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


새 학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가득해야 할 교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초등 저학년까지 전국에서 학생 540만 명이 온라인 교실에서 어색한 첫인사를 나눴다. 코로나19는 세상 곳곳에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학교 현장은 그 선두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처음 겪는 온라인 개학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실시간 원격 수업에 필요한 웹캠은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폭등했고 교육 서비스는 트래픽 과부하로 접속이 지연되는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른들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지난 3월, 교육부는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국가 서비스와 함께 클래스팅 활용을 권장했다. 원격 수업 가이드라인에도 클래스팅을 포함하며 학교에 자유로운 선택권을 제공했다. 클래스팅의 모든 임직원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주말, 밤낮 없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먼저 원활한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서버를 10배 이상 확충하고 초기 접속 화면을 분산하는 등 구체적인 예방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300명 넘는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서비스를 모니터링했다. 그러나 방대한 트래픽이 몰리기 전까지는 예상할 수 없었던 장애가 발생했다.

온라인 수업이 의무화되면서 전체 이용자의 서비스 체류 시간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선생님이 직접 제작하는 수업 자료와 과제 수도 250배 이상 증가했다. 당초 예측했던 가입자와 이용자 수는 물론 질적 이용성까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서버, 네트워크, 데이터 담당 개발자들은 물론 품질관리, 고객 경험, 홍보 등 모든 직원이 며칠 밤을 지새우며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조치를 취했다. 덕분에 하루하루 대응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고 서비스 복구 시간을 3시간, 2시간, 30분까지 줄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초등 저학년이 참여하는 마지막 개학일까지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자녀를 둔 아버지와 어머니 직원도, 20대 어린 직원도 서비스를 매끄럽게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선생님들도 ‘고생했다,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와서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어느덧 8년 차를 맞은 클래스팅은 그동안 쉼 없이 변해왔다.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전국 학생들이 소통하고 공부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가 많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20년을 뒤로하고 비긴 어게인, 클래스팅과 우리나라 교육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의 교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클래스팅은 오늘도 학교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야 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기다리며, 교육에 기술을 가장 잘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새 학기를 준비한다.

만족스러운 제품을 넘어 행복한 식사 경험으로 | 김재연 정육각 대표


창업을 하고 5년여 동안 생산자 중심의 축산 시장에서 ‘초신선’이라는 키워드로 소비자 중심의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제조해서 전달하는 것에 몰두했다. 기존 시장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제조업체가 없었고, 직접 공장을 세워 제품을 만들고 나니 우리가 원하는 조건과 스펙에 맞춰 물건을 팔아줄 유통업체가 없어 자체 웹, 앱을 개발하여 얼떨결에 제조와 유통이 수직계열화된 회사를 운영하게 됐다. 돌이켜보니 수직계열화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조와 유통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병목 없이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제품을 받아본 많은 소비자가 정육각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해주셨다.

하지만 구매 후 여러 번 사용하게 되는 옷이나 전자기기 등과 달리 식재료는 구매 후에 한두 번의 소비로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인상이 단편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그 한두 번 안에 미친 만족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소비자에게 식재료를 소비하는 경험 전반에 있어 정육각의 가치 전달을 통한 미친 만족감을 전달하려 한다.

지금까지는 탐색하고-고민하고-주문하고-배송받고-보관했다-요리하고-소비하고-정리하는, 식재료를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육각은 ‘좋은 제품’을 ‘주문’하는 경험만 제공해왔다. 아직 정육각이 온전히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나머지 단계에서 만족감이 떨어지게 되면 정육각에 대한 소비자 경험은 평가절하되고 만다. 예를 들어 좋은 제품으로 요리를 잘못하면 결국 소비 과정에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정육각은 최근 들어 전반적인 식재료 소비 경험에서의 미친 만족감 제공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서울권 당일배송을 내재화하여 포장재를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오배송 및 지연 배송을 줄여 ‘배송받는 경험’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첫 구매 만족도가 큰 폭으로 향상되었고, 밀키트를 론칭해서 ‘요리하는 경험’에 영향을 미쳐 밀키트 구매 전과 비교했을 때 더 높은 LTV(고객생애가치)를 형성하게 됐다.

아직은 밀키트를 통해 ‘요리하는 단계’에 아주 제한적인 부분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2021년에는 탐색, 고민, 요리, 소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더욱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미친 만족감을 바탕으로 행복한 고객 경험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전사의 목표와 조직구조를 개편했다. 앞으로 5년은 이와 같은 브랜드 미션 달성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문명 발전의 기회 |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


인류 문명이 번성하면서 전염병도 번성했다. 1918년 창궐하여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이 사망한 스페인독감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속성을 지녔기에 더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생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 팬데믹은 인류와 역사를 함께해갈 것이다. 동시에 바이오산업 분야 역시 엄청나게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제약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개발된 사례로, 통상적으로 10년 가까이 걸리는 백신 개발 과정을 단 10개월 만에 완료했다. 전 세계 바이오업계에서 변방으로 분류되던 한국도 K방역을 등에 업고 선진국이 100년 넘게 독식해온 시장에서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등 신기술 융합으로 코로나19 신약 개발과 진단키트, 의약품 제조 거점으로 부상했다. 국내 벤처투자자들은 작년 1조446억원을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제3차 세계대전은 다름 아닌 인류와 코로나19의 전쟁이다.

인류의 역사는 총과 칼을 앞세운 전쟁의 연속이었다. 전장의 총과 칼이 그러했던 것처럼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은 공동체의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며 역사적으로도 전염병은 문명을 크게 바꾸었다. 중세의 페스트는 유럽 인구의 많은 수를 희생시키며 중세 질서의 근간이 되는 봉건제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다우존스지수는 1919년 100을 넘어선 후 1929년 9월 386까지 치솟았다. 결국 폭등하던 물가와 주식이 한순간에 폭락하면서 대공황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2차 산업혁명이 생산성 증가와 전 세계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기가 널리 보급되며 공장 자동화를 이루었고, 운송 수단 역시 기차에서 벗어나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전기 장치를 이용한 라디오, 축음기, 영화 등이 개발되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일상용품이 발명되고 보급됐다. 지금 우리는 절망의 골짜기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가 간 이동 제한이 인류의 생활방식이나 사회·경제활동은 물론 문명 발전의 방향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독감이 2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던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사람 대 사람 간 접촉이 줄어드는 대신 비대면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등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이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빅데이터와 AI을 활용한 컴퓨터들이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인간의 접촉이 최대한 줄어들면서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스마트 워크, 원격 의료, 무인자동차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요로 코로나19는 문명 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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