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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메드팩토 대표 

차세대 항암제, 3~5년 내 상용화 목표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21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1’이 열린다. 이는 전 세계 제약회사, 의료서비스 회사 등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투자 콘퍼런스다. 국내에서 신개념 3세대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메드팩토가 이 온라인 콘퍼런스에 참가, 글로벌 선두 수준의 원천기술을 세계에 과시한다.

기존 항암제는 화학·표적·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낮은 치료율, 높은 재발률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암 조직을 공격해도 항암제에 대한 내성으로 인해 재발이나 전이를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새로운 항암기법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왔다. 최근 학계, 제약업계가 암 정복을 위해 암이 자라는 환경을 원천 차단한다는 개념에 주목하면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를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이라 일컫는다. 즉, 차세대 항암제는 암 조직이 암 줄기세포 등을 형성하며 면역 활성을 억제하는 물질로 밝혀진 TGF-β*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TGF-β를 억제하고 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함으로써 암의 성장 및 전이, 항암제 내성을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사 메드팩토는 TGF-β와 암 연구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 김성진 대표가 이끌며 현재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괄목할 만한 임상 결과를 내놓으며 글로벌 제약업계, 암 연구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드팩토가 개발 중인 백토서팁(Vactosertib)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저해하는 TGF-β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입니다. 백토서팁은 TGF-β의 신호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종양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죠. 현재 임상 10여 개가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이며 2021~2022년 중 부분적으로 2상을 마칠 계획입니다.”

35년간 한 우물 연구로 혁신 신약 눈앞에


메드팩토는 현재 백토서팁 자체 임상을 포함해 글로벌 제약사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공동으로 임상 등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백토서팁은 비슷한 임상실험 중 최상의 결과를 거두고 있다”며 “메드팩토의 기술이 현재 선두 그룹에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도 우리의 것을 보고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 2상을 거쳐 3상, 승인 절차를 거치면 3~5년 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난 35년여간 암 연구에만 몰두해온 세계적 권위자다. 일본 쓰쿠바대에서 응용생물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국립암연구원에서 암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김 대표는 300여 편의 논문, 네이처 등 저널에 암, 염증, TGF-β 관련 연구 발표, TGF-β 연구 논문 인용횟수 4200회, 한국인 최초 및 세계 5번째 개인유전체 해독 등 굵직한 연구 실적을 갖고 있다.

“TGF-β가 발견된 지 약 37년이 됐어요. 미국 국립암연구원에서 박사후과정에 있을 때 스승이었던 마이클 스폰과 애니타 로버츠 두 교수가 1980년대 초에 처음 발견했죠. 저는 1987년에 연구에 합류하고 평생 연구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의대 교수와 제임스 P. 엘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가 ‘면역항암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며 다시 관심이 높아졌죠. 15~20%만 치료되는 암 종류에 TGF-β가 억제된 경우 항암제의 효과가 높아지는 것이 입증됐죠. 이를 계기로 3세대 항암제의 암 정복 기대감이 다시 확대되고 있어요.”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인공면역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하여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 약제다. 김 대표에 따르면 기존 항암제와의 병행요법에 대한 개념이 TGF-β 발견 이후 2007년까지 많지 않았다. 자체 암 공격 효능이 없어 TGF-β억 제제 개발을 포기한 제약사가 많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TGF-β억제제를 개발하면 반드시 암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계속 연구해왔다.

“저는 2012년 TGF-β 기술이전을 받아 조심스럽게 초기 연구를 시작했어요.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을 포기한 배경에는 TGF-β가 면역신호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다른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제가 이 연구를 놓지 않은 데는 기반 연구 끝에 작용 기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반드시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백토서팁이 현재 여러 후보물질 중에서 인정받는 이유가 높은 안전성이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신약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도 후보물질의 독성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 백토서팁은 독성이 낮은 저분화화합물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테스트 결과 후보물질 수십 가지 중 백토서팁의 안전성이 다른 물질보다 30배 정도 높게 나왔습니다.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일라이릴리(Eli Lilly), 갈루니서팁(galunisertib) 등 글로벌 제약사의 경쟁 후보물질 등은 효능이 높게 나와도 심장 독성 때문에 2주 투약 후 2주 투약중지 기간을 둬요. 백토서팁의 경우 닷새 투약 후 이틀 휴식기를 두는데 모니터링에서 심장 독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김 대표는 2014년 1상 결과가 중요한 고비를 넘어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1상에서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면 신약 개발의 꿈에 더는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만이 거둔 단독 성과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백토서팁의 효용성에 대한 대외적 평가로 2019년 미국 저명 혈액학 저널인 블러드(Blood)지에 실린 핀란드 헬싱키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인용했다. CAR-T* 치료제의 독성 조절 및 면역 요법 향상을 위해 전 세계 500여 개 저분자화합 약물을 대상으로 병용 실험한 결과에서 백토서팁이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백토서팁은 현재 30개국에서 특허출원 중이다.

“TGF-β의 기초연구를 하면서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꿈을 키워왔습니다. 어렵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백토서팁의 임상시험에서는 위암, 췌장암, 대장암, 방광암 등 암종에 상관없이 기존 항암제와 병용 투여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생물지표* 발현의 유무로 환자를 선별해 치료하는 맞춤 치료 시대를 지향하고 있다.

“보통 2상과 3상 사이의 시간이 긴데, 최근 3세대 항암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백토서팁의 3상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해 신속하게 상용화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한편, 동시에 침윤성 섬유종증*과 같은 희귀질환은 자체적으로 임상을 진행해 FDA의 조기 승인을 목표로 판매 허가까지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으로 조기에 상용화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한편, 메드팩토는 현재 상용화에 가장 접근한 백토서팁 외에도 항체치료제 MAB2, 혈액 암 진단키트 MO-B2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암 진단키트는 3중음성유방암환자에게 초점을 맞춰 현재 미국 OEM으로 제작하고 인가를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진단키트는 암 재발과 전이를 예측해 이를 방지하고 더 나아가 전립선암, 폐암 등 다른 암종으로도 진단 대상을 확장할 계획이다.

롤 모델은 ‘길리어드 사이언스’

김 대표가 연구자에서 기업가로 변모한 계기는 2010년 테라젠이텍스그룹의 최대 주주로 나서면서다. 테라젠이텍스는 메드팩토의 모기업으로 제약, 유통, 유전체 연구, 헬스케어 기기 등을 관할하는 8개 자회사를 둔 헬스케어그룹이다. 김 대표는 유전체 분석 결과를 내놓은 2009년 직후 ‘유전체 분석은 미래 의학의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유전체 분야에서 비즈니스로의 확장은 어렵다는 한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테라젠이텍스 내에서 유전체 기반 신약 개발 부서를 운영했는데 이것이 메드팩토의 전신이다.

“사업 초기부터 유전체 기반의 신약 개발을 염두에 뒀어요. 메드팩토가 테라젠이텍스로부터 스핀오프한 이후에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채 연구에 몰두했죠. 기반 연구를 바탕으로 점점 혁신 신약 개발에 다가가면서 지난 2016년부터 메드팩토 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메드팩토는 지난 2019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이전에는 벤처캐피털 투자 500억원을 유치했고, 상장 후에는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업체로서 시장의 기대를 한껏 받았다. 시가총액이 상장 당시 대비 두 배인 7000억원에 이르며 4개월 만에 코스닥 시총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 대표는 “임상 및 개발 과정에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슈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드팩토의 롤 모델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사입니다. 길리어드도 한두 개 파이프라인으로 시작했지만 혁신 신약을 개발한 덕분에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었죠. 유전체 분석을 통해 여러 신약 개발의 기반 연구를 해놓았습니다. 지식재산권이 국가별로 100건 이상입니다. 하나씩 시장에 내놓고 임상실험을 시작할 계획이에요. 많은 투자자가 있는 만큼 투명한 소통으로 신뢰도를 높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겠습니다.”

메드팩토는 아직 매출이 없다. 메드팩토의 신약 개발이 투자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빨리 상용화에 진입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경에 나오는 ‘낙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때가 이르러 마침내 이루리라’란 어귀를 늘 마음속에 되뇌입니다. 이제까지 연구와 회사를 이끌어오는 데 큰 위안과 용기를 준 말이죠.”

김 대표는 2007년 귀국할 때 두 가지 다짐을 했다. 첫째는 한국에서 세계적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것, 둘째는 정부 의존 없이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신념을 좇아 연구·비즈니스에 매진했고, 이젠 신약 개발이 가시권에 진입했다. 더불어 연구소 설립도 더디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30년 이상의 장기투자 및 기초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혁신을 낳을 수 있었어요. 한국은 이제까지 척박한 환경에서 과학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처럼 신약 개발을 해서는 안 됩니다. 기초연구에 매진하고 연구 방향을 혁신 신약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때가 이르면 세계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입니다.”

* TGF-β(Transforming growth factor beta): 암은 암 주변 환경(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해 암의 성장, 전이, 암 줄기세포의 형성을 촉진하고 면역 활성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그 대표적인 물질이 TGF-β다.
*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CAR T 세포): 면역요법에 사용되는 가공의 T 세포 수용체를 만들기 위해 유전학적으로 조작된 T 세포이다.
* 생물지표(Biomarker): 일반적으로 단백질이나 DNA, RNA(리복핵산),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의미한다.
* 침윤성 섬유종증(desmoid tumor): 근막이나 근육의 결합조직에서 발생하는 연조직 종양 희귀질환


※ 김성진 대표는 - 일본 쓰쿠바대 응용생물화학 석·박사 미국 국립보건원(NIH) 암세포신호전달 연구실 종신 수석연구원 가천대학교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원장 CHA의과학대학교 암연구소 연구소장 ㈜테라젠이텍스 부회장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정밀의학연구센터 센터장(현) ㈜메드팩토 대표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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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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