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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아이콘에이아이 대표 

한국 유일의 아마존 알렉사 파트너 

아마존 알렉사의 개발 도구만으로 텍스트·이미지 모두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한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해외 박람회장에서 만난 알렉사 관계자는 자체 기술을 개발한 이방인의 손은 잡았다. 그리고 2년 후 세계 최초 ‘스마트 메이크업 미러’가 탄생했다.

▎아이콘에이아이는 한국에서 최초로 아마존 알렉사의 SI가 됐다. 신민영 대표는 “알레사의 SI가 됐다는 건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 제조사들이 알렉사를 탑재할 때 아마존 대신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한국에서 최초로 아마존 알렉사의 SI(System Integrator)가 나왔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아이콘에이아이(ICON.AI) 얘기다. 알렉사의 SI가 됐다는 건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 제조사들이 알렉사를 탑재할 때 아마존 대신 지원할 수 있는 공인 파트너라는 뜻이다.

SI 선정도 꽤 까다롭다. 전 세계에 미국 콤스코프(COMMSCOPE), 시스코(CISCO) 산하 시나미디어(Synamedia), 프랑스 사젬콤(Sagemcom), 링크플레이(Linkplay) 등 ICON.AI를 포함해 전 세계 18개 기업이 전부다. 게다가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서드파티용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곳은 한국 기업이 유일하다.

솔루션뿐만 아니라 제품도 이미 내놓은 상황. ICON.AI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메이크업 미러를 내놨고, 혁신상을 받았다. 올해 3월엔 자체 개발한 서드파티용 소프트웨어도 알렉사 인증을 통과한 상황. 6월에는 한국 최초로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Alexa Voice Service)의 테스트 랩(Test Lab)을 만들어 아마존 알렉사의 인증 대행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난달 서초구 양재동 AI 양재허브 내 사무실에서 만난 신민영(49) ICON.AI 대표는 “아마존 알렉사 공식 SI이면서 하만카돈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하면 안 믿는다”며 “처음부터 디자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개발에 남의 손을 빌리지 않은 고집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스마트 메이크업 미러’부터 그에게 물어봤다.

스마트 메이크업 미러를 소개해달라.

올해 CES에서 처음 공개한 시제품 ‘Z미러’다. 이 제품은 기존의 단순한 AI 음성 스피커와 달리 ‘고품질’ 스피커를 강조했다. 특히 하만카돈과 파트너십을 맺은 건 운이 좋았다. 글로벌 고급 오디오와 카오디오 분야에만 진출한 하만카돈이 선뜻 손을 잡아줄지 몰랐다. 하만카돈과 파트너십을 맺고 스피커 부품을 바꾼 것은 물론 소리, 스피커홀까지 모두 하만카돈의 조언을 따랐다. 7인치 HD급 디스플레이의 활용도를 높이려 피부를 분석하거나 메이크업을 돕는 LED 라이트를 탑재했다. 알렉사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AI 비서, 스마트홈 제어 같은 기능도 그대로 쓸 수 있다.

SI 선정 외 다른 분야 파트너십도 맺었다고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음성인식 상호 호환성 이니셔티브(VII)’ 협력사로 선정된 거다. 그중에서 디스플레이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VII급 협력사 면면을 보면 앞서 소개한 기업보다 더 대단하다. BMW, 아우디, 인텔, 퀄컴, 보쉬, 마이크로소프트, 스포티파이, 하만카돈, 텐센트, 소니 등이 주요 회원사고 규모만 보면 우리가 가장 작다. VII가 추구하는 바는 명확하다. 소비자가 디바이스 한 개로 멀티에이전트(알렉사+타사 AI 비서 플랫폼)를 구사해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지금은 알렉사를 AI 스피커 솔루션으로만 알고 있지만, 이들이 팔을 뻗은 곳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다. 전장 계통으로의 진출이 곧 시작될 수도 있겠다.

전장 시장까지 넘보는 알렉사


아마존 알렉사의 큰 그림을 엿본 것 같다.

AI 스피커를 개발할 때부터 눈치챘다. 아마존은 개발 도구인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외부에 개방하고 알렉사를 서드파티에 내어준다. 그렇게 주문자위탁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붙어 AI 스피커를 내놓는다. 전 세계에 AI 스피커가 팔릴수록 음성 데이터가 쌓이고 AI 수준은 점점 높아진다. 결국 데이터가 핵심이다. AI 스피커 이용자로부터 얻는 빅데이터가 아마존의 무기가 된다.

개발 툴이 공개됐는데 무엇을 독자 개발했다는 얘기인가.

이것도 우연이다. 사실 우리는 아마존이 디스플레이형 AI 스피커를 내놓기 전부터 개발하고 있었다. 사실 테스트용이었다. 분명 알렉사를 탑재한 스피커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거란 기대에 시작한 엉뚱한 일이었다. 2017년 당시 알렉사의 SDK는 정보가 음성으로만 출력되는 기능적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가 말하면 음성뿐만 아니라 텍스트와 이미지가 모두 출력되게 개조했다. 이걸 들고 해외 박람회에 나갔더니 아마존 관계자들이 깜짝 놀라 찾아온 게 시작이었다. 기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인증받아 자체 생산하고 타사 기기도 테스트할 수 있는 업체는 우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할 거다.

디자인도 독특하다.

내가 직접 디자인했다. 노트를 펼쳐놓고 직접 그려가며 구도를 잡았다. 해외 유수의 전자박람회를 돌면서 ‘기술은 상향 평준화되겠지만, 디자인은 한번 개념을 선점 당하면 이기기 어렵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다시 한번 디자인 혁명’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실제 디자인 특허가 무섭다.

얼마나 무서운가.

우리는 스마트 미러를 30여 가지로 디자인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유럽, 중남미 등 주요 지역에 디자인 특허까지 등록해둔 상황이다. 디자인 특허의 존속 기간은 20년. 후발 주자는 디자인 특허를 피하기 위해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내놓아야 하고 이에 따른 제품 개발 비용이나 시간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우리가 후발 주자였거나 디자인 특허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직접 디자인까지 한 이유를 알겠다.

실제 외부에 의뢰하면 디자인이 유출되거나 도용되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기능도 추가하다 보니 애당초 디자인을 직접 해나가는 게 완제품 개발 속도를 당기는 방법이라고 봤다. 물론 처음엔 말도 못 하게 힘들었다. 막상 만드니 스피커가 작동하지 않거나 소프트웨어 오류는 다반사였다. 중국 공장에 설계도와 디자인을 보내 테스트용 모델을 받으면 영 딴판이라 중국 현장을 오가며 고생 좀했다. 직접 디자인한다고 해서 대충 만들지 않았다. 20년 넘게 FRAME, INTERI, ELEE ITALIA 등 전문 서적을 구독하고, 외부 디자이너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Z미러를 가다듬었다.

정말 시장에 유사 제품은 없나.

두 회사 정도가 있다. 하이미러를 만든 대만 칼-콤 빅데이터와 미국 심플휴먼 정도다. 하이미러의 경우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해 얼굴에 있는 잡티, 주름, 홍조 등을 분석해준다. Z미러 양산을 위해 미팅한 적이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노하우나 기능 설계 면에서 우리가 훨씬 앞서 있다. 미국 심플휴먼은 디자인 능력이 뛰어나지만, 개발 능력은 한참 뒤처진다. 스마트 미러는 고안했지만, 역시나 AI 스피커 연동은 아직 생각도 않고 있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건데, 활용 파트너 기업부터 알아봐야겠다.

그렇다. Z미러를 ‘스마트 메이크업 미러’라고 표방한 것도 글로벌 코스매틱 기업을 겨냥해서다. 최근 글로벌 코스매틱 기업도 예전 뷰티 기업이 아니다. 자체 혁신 팀을 이끌고 IT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 미러에 관심이 매우 높다. 코로나19로 가장 아쉬운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거다. 원래 매년 3월이면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뷰티 전시회인 코스모프로프(COSMOPROF)에서 LVMH, 헨켈, 로레알 등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의 유명 코스매틱 브랜드 기업과 각종 제휴와 업무양해각서(MOU) 체결이 예정돼 있었다. 황금 같은 기회였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란다.

신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헬스 기기다. 각종 건강 정보를 체크해주는 올인원(스마트 스피커+스마트 헬스케어) 스피커다.

아마존과는 별도의 비즈니스 협력을 하고 있나.

이미 많은 일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애당초 북미시장이 타깃이었는데 아마존 알렉사 SI 자격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1년간 홍보 지원도 받고 아마존 가게에 입점 기회도 얻었다. 아마존을 등에 업고 이미 북미, 유럽, 중남미 지역 TV 홈쇼핑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한국의 경우 아마존 알렉사에서 한국어 AI 플랫폼을 탑재를 본격화하면 나설 생각이고, 몇몇 대기업과도 이런 내용을 공유하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고 있다.

어떤 때 가장 힘들었나.

역시 사람이 가장 큰 문제다. 아마존 알렉사의 소프트웨어 인증을 목표로 개발이 60%쯤 완료된 상태에서 개발자가 퇴사했다. 개발이 중단되자 인증 스케줄부터 시제품 생산까지 모두 밀리며 사업을 접을 뻔했다. 다시금 힘을 내 완료했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식은땀이 난다. 인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였다. 나와 묵묵히 함께 걸어온 임직원 모두가 있어 든든하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해보니 어떻던가.

누구나 그렇듯 물리적 한계가 있다. 인력이나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 등 리소스가 워낙 한정돼 있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할 때가 많다. 시장에 나와도 대기업과 종종 경쟁해야 할 때면 협력사니 망정이지 직접적인 경쟁자로 맞선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정부에서 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펀드나 각종 지원사업을 활발히 진행해주면 좋겠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짧지만 굵게 달려왔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느낀 건 역시 소비자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정교하고, 하드웨어에 무수한 기능을 탑재해도 사용자가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우리가 기술 고도화의 방점을 소비자에 두는 이유다.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고 사용하게 하는 일.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길이 없다면 좌절할 게 아니라 길을 닦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아마존 알렉사의 공식 인증을 받은 게 그 결과다. 아마존 곁에서 시장의 선택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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