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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티몬 의장이 만난 스타트업 |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 

‘내돈내투’로 투자사 차린 프로그래머 

개발자가 투자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에 회사를 판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영락없는 개미투자자였다. 김 대표는 좀 더 안정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낼 방법을 찾았다. 특별한 비법보다는 기업과 시장을 믿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신현성 티몬 의장도 ‘동학개미’의 심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이커머스 회사에 이어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개발자 출신인 그가 뜻밖에 투자사를 차린 건 ‘개미투자자’가 흔히 겪은 불안함에서 출발했다.
김동주(35) 이루다투자일임(이하 이루다투자) 대표, 신현성(36) 티몬 의장. 두 사람 사이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업라이즈 이충엽 대표가 있다. 신 의장이 파트너로 있는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2019년 업라이즈가 서비스하는 디지털 자산헤이비트에 투자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업라이즈는 디지털 자산운용 서비스를 처음 시장에 선보였고, 글로벌 B2C 핀테크 시장까지 진출을 서두르고 있었다.

“저는 회사를 카카오에 팔고 나온 개발자였습니다. 쉬고 있었죠. 그러던 중 친구인 이충엽 대표가 개발 능력을 썩히기 아까우니 일을 도우면서 투자기법이나 익히라며 회사에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사이 투자를 받았고, 신 의장님을 만날 수 있었죠.”

지난달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난 김동주(35) 이루다투자 대표가 신현성(36) 티몬 의장과 만나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업라이즈는 지난해 말 ‘2020 벤처창업진흥 유공포상’에서 청년기업 부문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받은 업체다. 시장에 아직 디지털 자산에 대한 편견이 팽배했지만, 수학 통계적 기법으로 정교하게 설계한 퀀트 알고리즘 노하우, 수없이 많은 거래에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던 운영 노하우 등 기술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였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헤이비트에 투자할 때 퀀트 알고리즘 노하우, 시스템 개발 능력 등에 높은 점수를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업라이즈에서 개발을 돕던 김동주 대표가 이루다투자를 창업했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보다 빠르게 영역을 넓힌다고 생각했다. 뛰어난 기술이 시장을 제대로 만나면 범용성은 훨씬 더 커지는 법이다.”

김 대표와 마주 앉았던 신 의장이 말했다. 실제 이루다투자에 돈이 몰렸다. 지난해 7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8200여 명을 확보하고, 총 운용자산만 400억원(2021년 1월 기준)을 훌쩍 넘겼다. 이루다투자는 정확히 말하면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로, ‘올웨더’ 자산 배분 전략을 기반으로 자동 투자하는 독립형 로보어드바이저를 표방한다.

올웨더는 무슨 의미일까. 김 대표는 “어떤 환경, 계절, 날씨에도 견딜 수 있다는 의미”라며 “시장을 예측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철저하게 예측을 배제하고, 국가와 자산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전제를 두고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절대수익 투자법칙』이란 책을 썼고, ‘김단테’란 필명으로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카이스트에서 전산과 학사·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8년 티맥스소프트에서 사회 첫발을 뗐다. 이후 LG전자를 거쳐 창업자로 나섰다. 개발자가 직접 투자사를 차린 까닭이 뭘까. 한국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동학개미’를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신 의장과 함께 질문을 던졌다.

회사 판 돈 맡겼더니 ‘마이너스’


▎김동주 대표(왼쪽)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업라이즈를 이끄는 이충엽 대표 소개로 신현성 티몬 의장을 만났다.
카카오에 회사를 팔았다고 들었다.

2010년 말 차린 소셜커머스 로티플이란 회사를 카카오에 넘겼다. 아이폰이 한국에 막 출시됐던 때라 모바일 소셜커머스 자체가 낯선 시절이었다. 개발자만 모여서 6개월 만에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원하는 할인율을 맞추다 보니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 카카오에서 인수 제의가 들어왔다. 돈으로 받은 건 아니고 주식으로 받았다. 당시 카카오 시가총액 가치가 2000억~3000억원 정도였을 때였다. 비상장 주식이라 이게 돈인지 아닌지 실감도 안 났는데, 상장한 후 꽤 큰돈이 주식 앱에 찍혔다. 경제적 자유를 빨리 이룬 셈이다.

회사 팔고 어떻게 지냈나.

회사를 넘기고 5년 정도 카카오에서 일했다. 하지만 주식 앱에 찍히는 숫자에 시달리며, 뭔가 목표를 잃어가는 모습이 싫어 회사를 나와 1년을 쉬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전업 투자하면서 계좌를 매시 매분 볼 정도로 삶이 피폐해지는 경험을 했다. 오르면 기분 좋고, 떨어지면 온종일 우울했다. 그리고 정리한 재산을 한 금융기관의 프라이빗뱅커(PB)에게 맡겼다. 3년을 맡겼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투자 전문가들이 추천해준 금융상품도 뭔가 이상했다. 그들이 추천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더라. 그래서 전문가 손에 맡겨도 손실을 볼 바에야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직접 뛰어든다고 해결되는 건 아닐 텐데.

그렇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각종 투자기법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용어조차 이해가 안 돼 고생했지만 꾸준히 봤다. 하지만 시장이 왜 오르는지, 내리는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는 없었다. 퀀트 투자 온라인 강의도 보고, 해외 논문도 찾아봤다. 개발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데이터, 숫자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퀀트에 눈이 가긴 했다. 데이터과학 아니겠나. 계량투자 내용만큼은 이해가 빨랐다.

투자 수익을 내는 법은 아닌 것 같다.

맞다. 결국 시장 공부를 한 거다. 일단 한 걸음 물러나서 역사적으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한다고 보고 다시 투자 방법을 찾아봤다. 그러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 얘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펀드는 알파를 추구하는 ‘퓨어 알파 펀드’와 베타를 추구하는 ‘올웨더 펀드’ 딱 두 개뿐이었다. 무조건 시장 수익률만 따라가겠다는 얘기다.

알파와 베타는 뭘 뜻하나.

‘타이밍’의 차이다. 알파는 살 때와 팔 때를 따지는 ‘타이밍’을 고려해야 한다는 알파 투자, 그냥 전체 시장을 철저히 추종해서 수익을 내는 펀드는 베타 펀드다. 개인이 손해 보는 건 알파 투자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바닥에 사서 꼭지에 파는…’ 것은 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베타 투자는 흔히 말하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가 발명됐기에 개인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이라는 자산군에만 투자하면 반토막 날 수 있으니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에 투자하는 거다.

올웨더 투자전략도 베타에 근거하나.

알파와 베타를 적절히 섞는 게 중요하다. 레이 달리오 헤지펀드의 베타 전략은 ‘브리지워터’의 영업사원들이 다른 연금 펀드에 제출한 제안서와 ‘보글헤드’라는 미국 자산 배분 투자자들의 커뮤니티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언제, 어떻게 무엇을 투자하냐보다는 두 전략을 어떤 비율로 섞을지가 주된 화두다. 투자자문도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알파와 베타 투자 비율이 달라지는 이유다.

최근 주식을 사라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큰 틀에서 방향은 맞는데 걱정은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다른 몇 개 종목을 무조건 사는 건 위험하다. 다른 특정주가 똑같이 오를 것이란 확증편향의 오류를 범하고 만다. 삼성전자가 성장하는 십수 년간 사라진 굴지의 기업도 많다. 기업이 데스밸리나 변곡점을 어떻게 이겨내 혁신을 꾀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반인들도 데이트레이딩과 알파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솔직히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파는 참 어렵다. 알파 투자를 해보려고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백테스트까지 해봤다. 내가 개발자라 가능한 얘기다. 나만의 퀀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 주식 전 종목의 가격·재무정보를 담아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다. 단기 트레이딩의 경우는 어떨까. 자산 배분이란 골자는 같지만, 타임 프레임이 완전히 다르다. 자산 배분 전략에 따라 담을 자산도 다 달라져야 한다. 특정 종목을 좇기도 하고, 지수 전체를 좇기도 한다.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있겠냐.

베타는 쉬운데, 알파는 어렵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레이 달리오도 예전 TV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브리지워터에서 전문가 1600여 명이 알파 투자에 매달리고 있으니, 일반인들은 베타 투자에 집중하라.” 투자가 너무 재미있어 퇴근하고도 공부만 하겠다는 분은 알파로, 투자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직장인은 베타로 가는 게 맞다. 1990년대부터 레이 달리오도 자신의 사후 가족이 돈 맡길 곳을 걱정해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당시 다들 반토막 날 때도 -22%로 선방했다.

주식이나 채권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는 이도 있다.

시장을 추종하는 건 주식과 채권이 ‘우상향’한다는 전제조건을 깔고 간다. 그 가정을 깨면, 자본주의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인류 사회의 발전이 멈춘 거고, 우리는 투자할 곳을 잃는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책을 썼나.

그간 쌓은 지식을 공유하고 싶었다. 난 남들보다 경제적 자유를 빨리 얻어 투자 공부에만 매달릴 수 있었다. 개발자로서 시스템트레이딩 설계부터 퀀트 알고리즘까지 만들고 테스트도 해봤다. 여기서 쌓은 데이터베이스를 혼자 알기 아까워 그 과정을 모두 기록하는 셈 치고 블로그에 연재하며 공개해버렸다. 나에게 영감을 줬던 해외 투자자, 논문, 투자전략 연구 등에 관한 내용을 모두 다 그대로 썼다. 이걸 엮은 게 책이고, 그간 쌓은 지식으로 투자 교육을 하는 곳이 유튜브다.

책에서 내린 결론은 뭔가.

내가 공부했던 지식과 그간 블로그에서 받은 질문을 답과 함께 정리했다. 알파와 베타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전체 시장을 추종하는 베타 투자 전략을 따르라고 권하고 싶다. 더 빨리 부자가 되려면 베타보다는 알파로 가야 한다는 이에게는 차라리 사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투자로 부자가 되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지만, 운도 아주 좋아야 한다. 실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를 이룬 원천 소득 1위는 단역 ‘사업소득’이다. 매일매일 투자에 전념하는 펀드매니저들조차 연 8% 시장지수수익률보다 못한 성과를 내는 게 부지기수다. 특히나 한국은 직장생활의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어서 따로 시간을 내 투자 공부를 하거나 고민을 하기 어려운 나라다.

자산 배분 말고도 가치투자를 하란 얘기도 자주 듣는다.

두 전략은 완전히 다르다. 자산 배분은 톱다운 투자다. 시장 전체에 베팅하는 전략이고, 가치투자는 완전히 바텀업 투자다. 종목 하나하나를 뒤져서 어디에 투자하고 보유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는 거다. 관련 산업과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기업이 꿈꾸는 미래를 공유해야 한다. 레이 달리오는 전자, 워런 버핏이 대표적인 후자라 할 수 있다.

투자일임업체는 어떤 식으로 투자하는가.

우리는 올웨더 기반으로 간다. 투자일임이 뭐냐는 질문이 많아서 이것부터 설명하겠다. 일단 고객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서 고객 대신 투자하는 것은 집합투자업이라고 한다. 투자일임은 고객의 증권사 계좌에 투자금은 그대로 있고, 투자사가 고객 계좌에 매수와 매도 명령만 내리는 거다. 일종의 리모컨 역할이다. 수많은 계좌를 하나하나 컨트롤해주는 역할인데, 이걸 소프트웨어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 개발자로서 이 부분에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게으른 투자자에게는 투자자문보다는 일임이 조금 더 속 편할 수 있다. 일임이라는 것 자체가 리모컨을 내준 다음부터는 고객이 할 게 없다. 나 같으면 그런 서비스를 원할 것 같다. 고객 대신 투자 과정을 다 집행해주는, ‘자의 반 타의 반’ 게으른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다.

수수료가 특이하다.

내가 창업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했다. 수익도 안 났는데, 수수료를 떼어가더라. 우리는 투자원금 500만원까지는 무료이고, 중도 출금·해지 수수료나 원금에 대한 이자도 떼지 않는다. 자산 배분은 낮은 수수료로 단순한 투자전략으로 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수료를 많이 가져가면 장기투자 고객에게는 치명적이다. 장기투자가 활성화된 미국도 자산 배분 전략이 가지각색이지만, 대부분 수수료가 싸다. 브리지워터는 100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만 상대한다. 미국에서 개인은 뱅가드란 회사가 자산 배분 상품에 주로 투자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혹 지금도 급등하는 종목을 보면 가슴이 떨린다. 내가 이 정도인데 일반인들이 뉴스에서 접하면 훨씬 더 자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당장에라도 빚을 내어 뛰어들면 ‘경제적 자유’를 얻을 것만 같다. 인지상정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충분한 이해와 원칙 없이는 정말 위험한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갑작스레 터진 코로나19 상황을 누가 예측했겠냐. 시장 위기에 매몰되거나 열기에 빠지는 것 모두가 리스크다. 우리는 누구나 자산 배분 투자전략을 쓸 수 있게 돕는 엔지니어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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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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