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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품은 호텔(3) 웨스틴 조선 서울 

전통과 모던의 조화 

1914년 개관한 ‘웨스틴 조선 서울’은 전통의 미(美)를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불어 넣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로비를 비롯한 호텔 곳곳에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비치하고, 계절마다 플라워장식을 교체해 젊은 세대의 유입까지 이끌고 있다.

★ ★ ★ ★: 웨스틴 조선 서울 - 컬렉션 총 700여 점, 대표작 헨리 무어 ‘Figure in a Shelter’, 에드먼드 드 왈 조각품,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로 106


▎헨리무어의 'Figure in a Shelter'가 있는 로비 전경/ 사진 : 웨스틴 조선 서울
한국에서 국제 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한 곳.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 1914년 문을 연 웨스틴 조선 서울이다. 이 호텔에서 결혼하면 백년해로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하면 꼭 성공한다는 설이 있어 예로부터 많은 명가의 집안 행사와 비즈니스를 책임져왔다.

국내 사교 문화와 비즈니스의 역사를 품은 웨스틴 조선 서울은 현대적인 이미지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2013년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협소한 로비를 개방감 있게 바꾸면서 호텔의 품격에 맞는 예술품을 새롭게 구성했고, 2019년 다시 한번 공간의 작품들을 교체했다. 그간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김환기, 김택상 작가의 작품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호텔의 품격을 보여줬다면 최근엔 설치작품 위주로 선택해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섰다.

새롭게 선택된 작품은 에드먼드 드 왈(Edmund de Waal)의 조각품들. 도자기가 책꽂이에 디스플레이된 듯한 느낌으로 조각한 설치미술품으로 영국 작가의 작품이지만 동양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도자기와 도자기 사이, 그릇과 장식대 사이에서 숨을 쉬며 멈추고 쉬며 작업한다는 작가의 정신처럼 호텔 안에 머무는 고객들이 쉼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호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드먼드 드 왈의 도자기를 모티브로 한 조각품 / 사진 : 웨스틴 조선 서울
대대적인 리모델링에도 호텔의 얼굴인 로비 중앙은 2011년부터 10년째 같은 예술품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국 현대 조각의 개척자 헨리 무어의 거대한 금속조각 작품 ‘Figure In Shelter’다. 호텔이 소장하고 있는 ‘투구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호텔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의 미술품 700여 점이 로비, 레스토랑, 객실 내부에 설치돼 있다. 시즌에 따라 호텔 내에 있는 모든 작품을 교체하지는 않지만 가장 주목도가 높은 공간의 미술품을 교체해 변화를 주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야심작이자 럭셔리 부티크 호텔의 장을 연 레스케이프(L’ Escape)도 예술 정신을 가득 품고 있다. 고풍스러운 프랑스풍 디자인으로 개관과 동시에 ‘디자인 호텔’, ‘예술 호텔’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독특한 인테리어가 회자됐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대한 제국의 정통성을 품은 문화재 환구단과 어우러져 있다. / 사진 : 웨스틴 조선 서울
설계는 부티크 호텔 인테리어·데커레이션 대가로 꼽히는 자크 가르시아가 맡았다. 19세기 프랑스 귀족사회에서 영감을 받아 우아하고 클래식하게 디자인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강렬한 색감과 대담한 재질을 사용해 깊은 인상을 준다.

레스케이프의 예술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플라워 장식이다. 오픈 때부터 함께한 영국의 플로리스트 토니 마크루가 직접 매 시즌 새로운 장식을 선보인다. 올봄에는 18세기 유럽 사회를 매료한 오리엔탈리즘을 콘셉트로, 꽃이 만발한 봄의 정원을 구현했다.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다. 호텔 최상층에 자리한 바(bar) ‘라망시크레’에는 트렌드를 이끄는 국내 사진작가 최랄라의 작품들이 전시돼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필름카메라 특유의 색감,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색상 표현 덕분에 어두운 레드 계열 인테리어로 완성된 이 공간이 한층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웨스틴 조선 서울과 레스케이프는 오랜 역사에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다.


▎도흥록의 ‘Drawing BR 11-1, 11-2’. / 사진 : 웨스틴 조선 서울



▎올 봄을 맞아 토니 마크루가 오리엔탈리즘 콘셉트로 호텔을 꾸몄다. / 사진 : 레스케이프



▎레스케이프 라망 시크레에 장식된 최랄라의 사진 작품들. / 사진 : 레스케이프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103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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