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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패러다임의 체인저]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 

모더나 설립자도 반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한국에 바이러스로 항암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모더나 설립자도 이 기업 곁에 섰다. 대표는 유전자 치료제 연구에만 26년 넘게 매달린 세계적인 석학이다. 누구도 넘지 못한 말기암 치료에 도전하는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진메디신은 바이러스를 항암치료제로 만드는 기업이다. 윤채옥 대표가 25년간 연구하면서 발표한 논문 215편과 특허 150종이 신약 개발에 토대가 되고 있다. 사진은 실험실에 선 윤채옥 대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덕분에 침팬지 독감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가 부각됐다. 38도가 넘는 고열과 몸살, 두통 같은 부작용의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활용한다? 바이러스는 20세기 초에야 인류에게 감염병을 전파하는 물질로 밝혀졌다. 인간은 바이러스를 무찌르기 위해 수많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했고, 바이러스의 침투 방식까지 백신에 활용할 정도가 됐다. 바이러스만큼이나 지구에서 수억 년간 존재하며 인류를 괴롭힌 것이 악성종양, 바로 ‘암’이다. 악성종양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그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다른 장기까지 퍼져나간다. 1940년쯤 혈액암인 백혈병을 화학요법으로 치료한 게 첫 사례일 정도로 지금까지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1960년대 암과 바이러스가 만난 계기가 있었다. 암 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병세가 호전된 걸 발견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괴롭히는 줄만 알았는데 악성종양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1998년 캐나다 캘거리대 연구팀이 바이러스가 암세포만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그로부터 십수 년 후인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글로벌 제약사인 암 젠의 바이러스 항암제 ‘임리직(Imlygic)’을 승인했고, 같은 해 유럽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이 치료제는 헤르페스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제로 일부 유전자를 편집해 암세포만 감염되게 만들었고, 물집이 생기는 특징이 발현돼 암세포가 부풀어 오르다 사멸했다.

다른 효과도 발견됐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려고 면역억제 물질을 만들어 정상세포인 양 위장하는데, 항암바이러스가 이를 방해해 암세포를 파괴하면서 면역체계까지 활성화한다. 이상적인 치료제로 꼽히는 이유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머크사 등도 바이러스 항암제 개발사 인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 시판 중인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는 앞서 본 암젠의 ‘임리직’, 중국 바이오기업 선웨이바이오텍의 ‘온코린’이 전부다.

개발도 어렵지만, 한계도 있다. 그간 인간은 감기에 걸리면서 아데노바이러스를 많이 접했고, 아데노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막는 항체를 갖고 있다. 항암바이러스가 몸에 들어가면 독소로 인식돼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는다. 이 때문에 혈액에 항암바이러스를 투여하면 5분 만에 95%가 사라진다. 용량을 늘리자니 ‘간독성 부작용’이 우려된다. 전신투여가 가능한 항암 바이러스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다행히도 한국에는 이 같은 한계와 장벽을 뛰어넘을 진메디신이 있다.

“우리가 개발한 아데노바이러스는 혈액에 투여하면 다른 바이러스보다 400~600배 이상 생존합니다. 온코린 등 다른 항암바이러스보다 간독성 수치가 20만 배가량 낮죠. 전신 투여용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는 암 치료 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거라 믿습니다. 수술을 하지 않고 정맥주사로 간단하게 투여하면 됩니다. 특히 온몸에 암세포가 퍼진 말기암 환자에게 희소식이죠.”

지난 3월 15일 서울시 성동구 한양대 진메디신 본사에서 만난 윤채옥(58) 진메디신 대표가 이렇게 설명했다. 윤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2000년 연세대 의과대학과 한양대 공과대학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하버드대에서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유전자를 변형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암바이러스 분야 연구에 매진했고, 세계적인 석학으로 올라섰다.

실제 진메디신은 첫 등장부터 윤 대표의 연구 성과만으로도 주목받았다. 윤 대표가 25년간 연구하면서 발표한 논문 215편과 특허 150종이 바탕이 된 회사다. 해외 유명 저널에 윤 대표가 발표한 연구논문만 200편이 넘는다. 덕분에 그는 유전자 치료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몰레큘러세러피(Molecular Therapy)’의 부편집장을 11년째 맡고 있고, 미국 유전자치료학회, 국제 암유전자치료학회 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여기서 맺은 인연도 진메디신을 돕고 있다. 진메디신의 과학자문위원인 로버트 랭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대표적이다. 랭거 교수는 2018년 미국 생명공학 기업 중 최대 규모인 6억2100만 달러(약 7000억원)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모더나 창립자로도 유명하다.

진메디신은 이 배경을 토대로 독자 파이프라인을 개발했다. 다양한 종류의 내성암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준비 중인 항암바이러스 GM101, 췌장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준비 중인 GM102, 전이성 간암 및 폐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준비 중인 GM103 등 총 3가지다. 바이러스가 체내 어디서든 암세포를 찾아 공격할 수 있는 전신투여용 플랫폼 기술도 진메디신만의 독자 기술이다. 그뿐만 아니라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중국 우시ATU와 협약을 맺고 우수생산실규정(GMP) 공정개발과 생산도 공동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신약 GMP 생산 시설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임상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윤 대표의 설명을 더 들어봤다.


▎진메디신의 파이프라인은 전 세계 유일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인 암젠의 ‘임리직’보다 기능이나 치료 효과에서 앞선다.
기존 항암제와 어떻게 다른가.

기존 항암제는 부작용이 상당했다. 1세대 항암제는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 없이 죽였다. 영화에서 암 치료를 하면 머리나 이가 빠지는 경우를 봤을 텐데, 1세대 항암제 부작용이라고 보면 된다. 2세대 격인 표적항암제가 나왔지만, 온코제닉(Oncogenic) 신호라고 해서 암 발병 순간에만 집중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내성이 생길 수 있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치료 반응률이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항암바이러스는 특정 암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과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다 거둘 수 있다.

항암에 면역 효과까지 있다니 상당히 흥미롭다.

면역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적절한 면역체계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지만,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가동되면 알레르기, 천식까지 걸린다. 우리는 항암 과정에서 바이러스와 면역체계가 갖는 상관성에 집중했다. ‘항암 면역반응’이라고 하는데, 인류가 수만 년간 바이러스를 겪으며 쌓은 반응을 이용한다.

항암바이러스가 작용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수억 년간 세포에 침투하는 기술이 탁월하게 진화해왔다. 치료 유전자 전달체의 80%가 바이러스인 이유다. 바이러스는 일단 인체에 침투하면 세포의 기능을 망가뜨린 뒤 주변 세포로 퍼져나간다. 이 기능을 암세포 내에서만 활성화하면 바이러스가 증식하면서 암세포를 녹이는 능력으로 탈바꿈한다. 물론 암세포도 가만있지 않는다. 암세포들은 세포외기질(세포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외막)로 연결해 면역세포로부터 침입을 막으며 버틴다.

진메디신이 어떻게 경쟁 기업보다 앞서나.

기술이다. 앞서 말한 세포외기질을 없애는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덕분에 기존 항암바이러스보다 6200배나 고농도인 치료 유전자가 발현됐다. 다양한 발암기전도 동시에 표적 삼아 공격할 수 있다. 암젠의 ‘임리직’이 1종류의 치료 유전자를 탑재한다면, 우리는 4종류나 동시에 삽입할 수 있어 다양한 발암기전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다. 그 결과 암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췌장암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들었다.

췌장암은 정말 치명적이다. 암 중에서도 세포외기질이 특히 발달한 암이기 때문이다. 암세포 사이사이를 접착제같이 끈끈하게 엮는다. 또 두터운 층을 이루며 딱딱해져 어떤 약물도 암세포로 직접 전달되기가 어렵게 만든다. 다행히 우리가 임상 1상 준비 중인 GM102 항암바이러스가 세포 외기질을 녹일 수 있다. 기존 췌장암 치료제인 항암제 젬시타빈과 병용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크다.

전신 투여용 바이러스 기술은 뭔가.

면역세포를 속이는 위장 기술이다. 우리 항암바이러스를 나노 코팅해 인체가 독소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다. 면역반응 때문에 혈류로 보내다가는 항암바이러스의 90%가 죽는다. 시판 제품도 국소 부위에 직접 투여한다. 온몸에 암세포가 퍼진 말기암 환자는 절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신 투여용 바이러스 기술이라면 체내 어디서나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할 수 있다. 실제 혈류에서 우리가 개발한 항암바이러스가 경쟁 바이러스보다 400~600배 이상 살아남았다. 간독성 측면에서도 20만 배 낮은 수치를 보여줬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때문에 아데노바이러스가 화제다.

치료 유전물질을 바이러스로 포장한 게 백신이다. 아데노바이러스를 다른 바이러스보다 많이 활용하는 이유는 환자에게 투여한 사례가 많아 안정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증식도 쉬워 생산 단가도 싸다. 항암제 개발에는 아데노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우두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어스, 홍역바이러스, 리어바이러스, 코사키바이러스 등 10여 종이 더 있다. 우리는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다.

부작용이 크다는데.

부작용이라기보다는 면역반응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열이 나고 몸이 쑤신다. 면역력이 너무 강하면 탈이 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다.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돼 바이러스와 숙주까지 공격하는 현상이다. 물론 임상 2상을 준비 중인 항암바이러스 GM101의 경우 부작용이 심한 환자는 없었다.

모더나 설립자가 과학자문위원으로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3년 전에 로버트 랭어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년을 보냈다. 그때 인연을 맺은 덕분에 과학자문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었다. 경영 조언도 해주고, 해외 기업에도 소개해준다. 사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 진메디신을 잘 모르거나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랭어 교수가 보증을 서주듯 소개해준다.

모더나가 백신의 개발 양상을 바꿨다.

맞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 나왔다. 백신 개발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 하지만 안정성을 확보하거나 세포 침투 기술 면에서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당분간 바이러스를 활용한 백신 개발이 유효한 이유다.

대학교수로서 창업은 어려운 일 아닌가.

부담됐지만, 계기가 있었다.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시절부터 12건 정도 기술이전을 해왔다. 하지만 2011년 한양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미국 나스닥 상장사와 기술이전 협상에 문제가 생겼다. 특허기술 소유권이 나와 연세대, 한양대 등에 나뉘어 있었다. 협상과 계약이 너무 복잡해졌다. 협상 파트너가 회사를 세우면 기술이전 계약 절차가 쉬워진다는 말을 듣고 회사를 차렸다. 두 대학에 있던 기술은 우선 자비로 사 왔다. 항암바이러스 기술은 여러 기술이 결합해야 빛을 발한다.

이점도 있겠다.

교수와 CEO 병행은 쉽지 않다. 처음엔 겁도 났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연구과제를 수행했던 경험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학교 덕을 많이 봤다. 대학에는 웬만한 중견 바이오기업이 갖추지 못한 동물실험실 같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한양대는 우리를 적극 지원해줬다. 그리고 정말 큰 힘은 인재풀이다. 내제자들은 바이러스 분야에서만큼은 최고 인재다. 진메디신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자 주인이다. 스톡옵션도 지급했다.(웃음)

창업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팁스(TIPS,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도움이 컸다. 신성호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이사의 조언으로 지원했는데, 덜컥 선정됐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랜만에 만난 이가 그랬다. “윤 교수님, 아직도 유전자 치료제 개발하세요?” 난 언제나 “네”를 외친다. 1980년대 학부 시절부터 유전자 기술로 바이러스 기반의 항암제 개발을 꿈꿔왔다. 창업하고 나서는 조금 달라졌다. 꿈을 이뤘다는 뿌듯함보다는 유전자 치료, 바이러스 분야의 최고 인재를 품을 곳을 이끌고, 암 환자에게 희망을 쥐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와닿는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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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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