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스케일업 전략과 ‘CEO의 역할’ 

 

대표가 회사의 모든 것을 컨트롤할 필요는 없다. 자율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과정이 정착되면 CEO의 역할은 더욱 줄어든다.
2016년 3월, 23㎡(7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4명이 모임으로써 스타트업 ‘111 퍼센트’가 처음으로 회사 형태를 갖췄다. 대표,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포지션에 각각 자리한 우리 중에는 그 누구도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나는 대표로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고, 그렇기에 모든 것을 알아야만 했다. 회사의 비즈니스 방향도 대표의 즉각적인 인사이트에 따라 움직였다. 돌이켜보건대 명확한 비전도 없었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생존뿐이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도 관여하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수밖에 없었고, 4년 동안 스타트업을 키워나갔다.

2020년 12월, 우리는 ‘스케일업(스타트업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며 규모를 키우는 것)’ 준비에 돌입했다. 그 첫걸음은 ‘대표로서 앞으로 어떤 것에 집중해야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이었다. 스타트업 대표라는 역할은 잠시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나 자신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빈 종이에 아래 세 가지를 적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1. 내가 좋아하는 분야
2.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
3. 게임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정말 감사하게도 세 가지 모두 ‘재미있는 기획’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난 이것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CCO(Chief Creative Officer)라는 직책을 만들고 스스로를 그 자리에 발령했다. 그리고 대표로서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기능별로 분산하고, 각 기능에 해당하는 부서마다 뛰어난 리더를 공격적으로 채용했다. 각 리더에게는 대표처럼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고, 담당 부서를 1~20명 정도 규모의 스타트업처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주간 회의 때 각 부서가 1분 남짓한 시간에 발표하는 ‘그들의 경영 공유’를 듣는 일이었다.

그 결과 회사는 더욱 수평적으로 변화했다. 각 리더와 팀원들은 의사결정권과 자율을 바탕으로 일하게 되었다. 이는 직원들 스스로가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이 재미있어지니 부서별 회의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의견이 오갔고, 의사결정 과정도 간결해지면서 모든 부분에서 속도가 빨라졌다.


나 역시 많이 바뀌었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더 나아가 CEO로서의 역할 자체가 줄어들었다. 대신 CCO로서 모든 부서에 ‘재미의 본질’을 전파하고 모든 팀원이 한 방향으로 집중하게끔 시간을 쏟고 있다. 본격적인 스케일업 준비가 비로소 끝난 듯하다.

- 김강안 111퍼센트 대표

202108호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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