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스타트업은 유비처럼, 스케일업은 조조처럼 

 

조직이 커갈수록 리더십의 양상도 달라진다. 모든 직원과 스킨십에 나서는 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일 때나 가능하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유교에서 말하는,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다.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롭고 믿음직함을 뜻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는 ‘인의(仁義)군자’의 상징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조조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서도 관점에 따라서도 극명하게 나뉜다. 난세의 간웅, 치세의 능신으로 평가받는 조조는 인의예지신의 덕목으로 보면 부족함이 많다. 하지만 리더십의 측면에서는 최근 들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조조는 ‘유재시거(唯才是擧)’를 앞세워서 인재를 등용했는데, 유교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정책이었다. 유재시거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오직 재능만 보고 사람을 우대한다는 뜻이다.

‘인재 경영’의 관점에서 나의 리더십은 유비와 조조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생각해보았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지난 5년간 쌓아온 리더십 스타일을 굳이 따지자면, 유비에 가까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면이 크지만, 사실 스타트업이 갖는 규모의 제한 때문에 그래야만 했다. 스타트업은 큰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을 내세워 인재를 데려오기가 힘들다. 보잘것없던 시절 유비가 인의로 관우와 장비를 만났듯이, 작은 스타트업일 때는 조건이 아닌 인의로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 그리고 그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같이 꿈을 키우고, 가족처럼 때론 친구처럼 지내야 한다. 나도 직원의 능력보다 도덕성이나 소통을 더 우선시해서 채용했다. 유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인재를 등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이러한 1 on 1 스킨십이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100명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대화를 나눠보지 못한 직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든 직원과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고 직접 비전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예전처럼 인의로 직원들을 직접 대하는 리더십은 더는 유효하지 않았다.

그러자 스케일업 단계에 맞는 리더십이 고민으로 떠올랐다. 조조의 능력주의 인재 경영 원칙인 ‘유재시거’와 뛰어난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시스템 구축을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조조는 권한과 책임, 둔전제 등 시스템을 통해 군인들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실제로 유재시거만큼이나 높이 평가받는 건 이러한 조조의 창조적인 시스템 구축이다. 시작이 비슷했던 조조의 위나라와 유비의 촉나라는 리더십 차이로 그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결국 위나라는 촉나라를 멸망시켰다.


‘스타트업은 유비처럼, 스케일업은 조조처럼’이라는 화두가 기업의 성장 단계에 걸맞은 리더십의 방향이 아닐까 곱씹어본다.

- 김강안 111퍼센트 대표

202109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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