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좋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좋은 직업이지만 ‘잘’하기는 너무도 어려운 직업이다. ‘열심히’ 한다고 꼭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대표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관찰하고 느낀 바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은 브랜드 비즈니스다.
벤처캐피털은 브랜드가 결정한다. 돈이 더 많은 벤처캐피털이 이 게임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이긴 하지만,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처럼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초기 단계 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들에는 돈이 큰 변수가 되진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좋은 회사를 일일이 발품 팔아서 찾는 게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말 뛰어난 창업팀이 나를 찾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겸손함, 경청, 서포터, 긍정적 사고, 학습 등 다섯 가지 자질을 뽑고 싶다.

정말 훌륭한 창업팀은 언제나 투자자 수에 비해 소수이며, 이들과 파트너로 일하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잘난 사람보다 겸손한 서포터가 적합하다. 내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창업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회사가 안 될 이유를 캐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며, 단순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 창업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열심히 학습해서 창업자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훌륭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반면, 좋은 벤처캐피털리스트와 거리가 먼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듣기보다는 먼저 말하는 사람, 평가와 판단을 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이다.

주니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에게서 보이는 제일 흔한 특성이 바로 ‘지적’이다. 내가 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얻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창업자들의 사업계획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나 이해 없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진짜 미래는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그 회사의 창업자나 최고경영진을 만나지 못하고 시장에 나와 있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수 있다. 그때는 말 그대로 지식 수준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면, 내가 관심 있는 회사의 주식은 항상 살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이 접근성에서 절반 이상이 결정된다. 훌륭한 창업팀은 언제나 돈에 비해 희귀한 자산이며, 따라서 이런 창업팀이 연을 맺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되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우선한다. 바꿔서 얘기하면, 내가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해도 지금 강남 오피스텔 어딘가에서 도원결의하고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을 찾는 게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주 진부하지만, 좋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려면 우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성격 좋은 옆집 아저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청과 긍정적 사고, 빠르고 많은 학습을 통해 훌륭한 창업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images/sph164x220.jpg
202109호 (2021.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