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코로나19 백신 속 잊힌 영웅 

 

캐나다 생화학자 이언 맥라클란이 개발한 혁신적 전달체계가 없었다면, 모더나와 화이자는 mRNA 백신을 우리 몸속 세포로 안전하게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도 맥라클란의 중대한 기여를 인정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왜 로열티 한 푼 지급하지 않을까?
2020년 여름,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하루 20만 명을 감염시키며 기승을 부릴 때,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와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CEO는 화이자 경영진 전용기에서 내려 언덕이 많은 오스트리아 클로스터노이버그의 시골길을 걸어갔다. 이들의 목적지는 다뉴브강 서안에 자리한 폴리먼 면역생물학 연구소(Polymun Scientific Immunbiologische Forschnung)의 작은 생산시설이었다. 이제 막 개발에 성공한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필요한 지질 나노입자를 폴리먼 연구소에서 최대한 많이 공급받아야 했다. 당시 코로나19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앞두고 있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세포들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도록 지시를 내리는 메신저 RNA(mRNA) 기술로 제작됐다. 그러나 mRNA를 안전하게 세포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지질’로 알려진 미세지방 조각으로 감싸 보호해야 했다. 오스트리아 폴리먼 연구소는 이런 지질을 생산할 수 있는 소수의 생산시설 중 하나를 가지고 있었고, 불라는 사힌에게 함께 가서 계약을 얻어내야만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불라는 “mRNA 플랫폼의 핵심은 mRNA 분자 만들기에 있지 않습니다. 사실 그 작업은 난도가 높지 않아요”라며 “mRNA를 세포 속으로 안전하게 침투시켜서 메시지를 보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 화이자가 이 중요한 전달체계를 어떻게 개발했는지에 대한 스토리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에는 법정 다툼과 배신, 기만에 대한 비난이 얽히고설킨 15년의 대서사가 숨겨져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인류가 팬데믹을 멈추기 위해 mRNA를 세포로 보낼 방법이 필요할 때 믿을 만한 전달 기술은 시중에 단 하나밖에 없었다는 점이며, 이 기술은 화이자, 모더나, 바이오엔테크를 대표로 한 주요 백신 개발사가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알려지지 않은 진실

수개월간 조사한 끝에 포브스는 백신에서 핵심이 되는 전달체계 개발에 기여한 일등 공신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57세 캐나다 생화학자 이언 맥라클란(Ian MacLachlan)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맥라클란은 소규모의 두 제약사, 프로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Protiva Biotherapeutics)와 테크미라 파마슈티컬스(Tekmira Pharmaceuticals)에서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재직하던 시절 연구팀을 이끌고 mRNA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 그의 획기적 업적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거대 제약사에서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맥라클란은 자신이 개척한 기술의 대가로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다.

“이 일에 시달리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군요.” 맥라클란은 말했다. “아침에 인터넷을 열고 뉴스를 보면 50%는 백신에 관한 내용입니다. 정말 어디에나 있어요. 저는 우리 팀이 개발한 기술이 그 백신들에 사용됐다고 확신합니다.”

모더나 테라퓨틱스는 자사 mRNA 백신이 맥라클란의 전달체계 기술을 사용했다는 주장에 격렬히 반박 중이고, 화이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이오엔테크는 아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법정 소송이 대기 중이고, 여기에는 엄청난 돈이 걸려 있다.

모더나, 바이오엔테크와 화이자는 2021년 백신 450억 달러어치를 팔아 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단 한 푼도 맥라클란에게 가지 않는다. 그릿스톤 온콜로지(Gritstone Oncology) 등 다른 코로나19 백신 생산업체들은 최근 제품 매출의 5~15%를 로열티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맥라클란의 프로티바-테크미라 전달체계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맥라클란은 이 기술에 대해 더는 재정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프로티바-테크미라가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비슷한 로열티 계약을 체결했다면 2021년에만 67억5000만 달러를 받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얄궂은 운명의 장난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특허를 유예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따라서 맥라클란의 과학적 혁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막대한 부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낮다.

당사자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과학 논문이나 FDA에 제출된 임상시험 문서를 보면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모두 에탄올과 T-커넥터 장비로 4종의 지질 비율을 섬세하게 조성한 보호막을 만들어 mRNA를 단단히 감싸는 전달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맥라클란 연구팀의 기술과 눈에 띄게 흡사한 방식이다.

수년 동안, 모더나는 자체 개발한 전달체계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쥐를 이용한 코로나19 백신 실험에서 맥라클란 연구팀이 사용했던 지질 4종을 동일한 비율로 혼합해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모더나는 임상시험 이전 백신 구성이 이후 백신과 완전히 똑같지 않다고 항변한다. 이후 모더나가 규제당국에 제출한 문서를 보면, 맥라클란이 개발한 전달체계와 동일한 지질 4종을 계속 사용하되 1종을 자체 개발한 버전으로 바꾸었고, 혼합 비율 또한 아직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약간 조정했다”고 적혀 있다.

화이자나 바이오엔테크도 상황은 비슷하다. FDA 문서를 보면 이들의 백신은 맥라클란과 그의 팀이 수년 전 특허를 등록했던 것과 동일한 지질 4종을 거의 비슷한 비율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지질 4종 중 하나만 자체 개발한 버전으로 살짝 변형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맥라클란의 공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mRNA 치료법의 토대를 만들고 2013년 바이오엔테크에 합류한 과학자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는 “이언 맥라클란은 LNP(지질 나노 입자) 개발에서 큰 공을 세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노벨상 유망 후보로 거론되는 카리코는, 수년 전 mRNA 치료법을 위해 맥라클란의 전달체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가 별다른 도움을 주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그녀는 “(맥라클란은)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 필요한 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맥라클란은 7년 전 테크미라를 떠나 은퇴했다. 자신의 엄청난 과학적 발견과 그 발견이 가져올 수 있는 재정적 보상을 모두 뒤로하고 떠난 것이다. 지저분한 소송과 전달체계 기술을 둘러싼 바이오 제약산업의 정치 싸움에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마음은 복잡하다.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이 세상을 구하는 데 일조했음을 안다.

맥라클란은 “우리 팀원들이 다 함께 인생의 상당한 시간을 바쳐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마음과 영혼을 다 해서요”라며 “정말 피땀 흘려 일했어요. 자신이 가진 최고의 재능을 아낌없이 바쳐서 만들어낸 기술입니다”라고 말했다.

독일 튀빙겐에는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호엔튀빙겐성이 있다. 2013년 10월, 테크미라파마슈티컬 CSO였던 맥라클란은 힘겹게 이 언덕을 올라 성으로 향했다. 성에서 개최되는 제1회 국제 mRNA 보건회의 칵테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칵테일 파티에서 그는 파릇파릇한 mRNA 신생기업 모더나 테라퓨틱스의 스테판 방셀 CEO와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맥라클란은 테크미라의 혁신적 약물 전달체계를 적용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모더나에 제안했다. 그러나 방셀의 대답은 “너무 비싸요”였다. 맥라클란은 대화를 하면서 불쾌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5년 전 테크미라에서 해고된 토마스 매든(Thomas Madden)이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는 사실도 찝찝했다. 이때까지 맥라클란은 전달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무려 10여 년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방셀 같은 사람들은 런던 출신인 매든과 일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문제의 발단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된 전달체계 기술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 매든과 맥라클란의 라이벌 관계에서 시작됐다. 맥라클란과 매든은 25년 전 밴쿠버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 회사 아이넥스 파마슈티컬(Inex Pharmaceuticals)에서 처음 만났다. 생화학 박사 학위를 가진 맥라클란이 아이넥스에 입사한 해는 1996년이었다. 미시간대학 유전자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 과정을 마치고 구한 첫 직장이었다. 아이넥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쳤던 긴 머리의 물리학자 피터 컬리스(75)가 공동 창업한 회사다. 아이넥스 CSO였던 컬리스는 여러 바이오테크 기업을 창업했는데, 덕분에 밴쿠버는 지질화학 업계의 ‘핫스팟’이 되었고 지질화학자 정예부대 커뮤니티가 구축되어 있었다.

아이넥스에는 저분자 항암제 후보물질이 있었지만, 컬리스는 유전자 치료에 관심이 많았다. DNA나 RNA처럼 거대분자 유전물질을 지질 보호막 안에 넣어 세포막을 뚫고 약물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생화학자들이 수십 년간 꿈꾸었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한 꿈의 기술이었다.

컬리스와 아이넥스 연구팀은 세제를 지질과 혼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해 작은 DNA 조각들을 감싸는 미세 보호막 ‘리포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전달체는 유전자 치료에 필요한 크기의 분자들을 안정적으로 전달하지 못해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연구팀은 에탄올을 이용한 다른 방식도 시도했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컬리스는 “모든 LNP 조각을 다 조합해봤지만,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아이넥스는 연구소가 아니라 영리 기업이었기 때문에 결국 좀 더 가능성이 높은 항암제로 우선순위를 바꾸어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유전자치료팀은 해산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맥라클란이 그나마 남은 연구진을 데리고 간신히 팀을 꾸려가다가 2000년 결국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를 완전히 떠나보내는 걸 원치 않았던 컬리스는 전달체계 기술을 따로 떼내어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를 맡아달라고 맥라클란을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회사가 바로 프로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Protiva Biotherapeutics)다. 맥라클란은 프로티바 CSO가 됐고, 아이넥스는 회사의 소수 지분을 가져갔다. 맥라클란은 오랜 시간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경영진으로 일했던 생화학 박사 마크 머레이(Mark Murray, 73)를 CEO로 영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티바의 화학자 론 파머(Lorne Palmer)와 로이드 제프(Lloyd Jeffs)가 새로운 혼합 방법을 찾아내는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했다. 이들은 에탄올에 지질을 용해해 T-커넥터 한쪽에 넣고 반대쪽에는 유전물질을 용해한 염수를 넣은 후 양쪽에서 용액을 쏴서 두 용액을 섞었다. 그러자 모두가 기다렸던 결과가 나왔다. 두 용매가 충돌하면서 지질이 고밀도 나노분자를 형성했고, 이 나노 분자가 유전물질을 순식간에 감싸며 보호막을 형성한 것이다. 복잡할 것 없는, 단순하고 우아한 방식이었다. 맥라클란은 “이전에 사용했던 방식들은 모두 너무 변동성이 높았고 효과는 적었습니다”라며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았죠”라고 말했다.

맥라클란 연구팀은 지체하지 않고 지질 4종으로 구성된 새로운 LNP를 개발해냈다. 아이넥스가 이전부터 실험에 사용해왔던 지질들을 이용했지만, 맥라클란 팀이 개발한 LNP는 중심 부분의 밀도가 훨씬 높아서 아이넥스가 개발한 주머니 모양의 지질과 크게 달랐다. 맥라클란 팀은 지질 4종의 가장 효과적인 혼합 비율도 계산해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충실하게 특허로 등록됐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메신저 RNA 분자에 기반한 유전자 치료의 일종이다. 그러나 프로티바 연구팀은 처음에 RNA 간섭(RNAi)을 이용한 다른 방식의 유전자 치료를 우선적으로 개발했다. mRNA가 치료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인체에 지시를 내리는 방식이라면, RNAi는 질병을 일으키기 전에 문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맥라클란의 전달체계를 손에 넣은 프로티바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 기업 앨라일람(Alnylam)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RNAi 치료법을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한편, 맥라클란의 첫 직장 아이넥스는 FDA가 아이넥스 항암제의 신속 승인을 거절하면서 파산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직원 대부분을 해고한 아이넥스는 프로티바를 분사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약물 전달체계로 돌아가 연구를 시작했고, 역시 앨라일람과 함께 공동 개발에 나섰다. 2005년 컬리스가 회사를 떠나면서 아이넥스의 전달체계 개발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맥라클란의 숙적 토마스 매든에게 넘어갔다. 2006년 프로티바와 앨라일람은 네이처지에 역사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실험에서 질병 유전자를 억제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이 연구에는 맥라클란 팀이 개발한 전달체계가 사용됐다.

이후 앨라일람은 특정 유전질환을 가진 성인들의 신경 손상을 치료하는 RNAi 약물 온파트로(Onpattro)를 개발했다.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RNAi 약물이다. 제출된 임상시험 보고서를 보면 앨라일람은 맥라클란의 전달체계를 사용해 온파트로를 개발했는데, 세부 내용을 보면 딱 한 부분만 달랐다. 지질 4종 중 1종에 토마스 매든과 공동 개발한 변형 지질을 사용한 것이다.

2008년 10월 맥라클란의 요청을 받고 프로티바 CEO로 들어온 마크 머레이는 얼마 전 경영권을 인수한 중소 상장사 테크미라 파마슈티컬스 회의실에 서 있었다. 쉘 컴퍼니(shell company)가 된 테크미라는 프로티바와 마찬가지로 아이넥스에서 분사된 회사였다. 그러나 아이넥스는 결국 1년 전인 2007년에 파산했고, 파산 전에 남은 자산 전부는 테크미라로 양도됐다. 머레이 앞에는 영업양수양도 계약에 따라 테크미라로 옮겨온 아이넥스 과학자 15명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토마스 매든도 있었다. 머레이는 이 자리에서 “안타깝게도 여러분과 더는 함께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매든이 해고된 건 아이넥스와 프로티바가 앨라일람과 개별적으로 약물 전달체 개발에 임하면서 시작된 대규모 소송 때문이었다. 소송은 매든이 해고된 이후에도 수년간 이어졌다. 소송이 반복될 때마다 머레이와 맥라클란은 매든과 컬리스가 부적절하게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전용했다고 비난했다. 컬리스와 매든은 그런 비난에 화를 내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일부 소송에 대해서는 이들도 머레이와 맥라클란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서 맞소송을 했다.

소송 1라운드는 2008년 합의로 끝났다. 합의에 따라 프로티바는 테크미라를 인수했고, 테크미라 CEO는 머레이가, CSO는 맥라클란이 맡았다. 매든은 얼마 안 가 해고됐다. 소송에는 패했지만, 매든과 컬리스는 2009년 다른 회사를 창업해서 앨라일람과 공동 개발을 지속해 나갔다. 테크미라는 앨라일람이 매든, 컬리스와 공모해 맥라클란이 개발한 전달체계 소유권을 저렴하게 갈취했다며 앨라일람을 고소했다. 앨라일람은 비윤리적 행동이 없었다고 부인하며 (당연히) 맞고소를 했다. 앨라일람은 전달체계에 들어가는 지질 4종 중 1종을 변형해서 효과를 높인 컬리스와 매든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소송 제2라운드는 2012년에 합의로 끝났다. 앨라일람이 테크미라에 6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관련 특허 수십 개를 다시 테크미라로 넘긴다는 내용이었다. 테크미라로 넘어가는 특허 중에는 매든이 온파트로를 위해 개발한 지질 개선 기술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합의 내용에 따라 컬리스와 매든이 세운 회사는 새로운 mRNA 제품 개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때 맥라클란의 전달체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좁은 범위의 라이선스를 허락받았다.

이렇게 소송전이 한창일 때, 헝가리 출신의 생화학자 카탈린 카리코가 나타나 맥라클란에게 다가간 것이다. 카리코는 맥라클란의 전달체계가 mRNA 치료법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2006년부터 그녀는 맥라클란에게 화학 구성성분을 파격적으로 변형한 자신의 mRNA를 맥라클란의 4종 지질 전달체계에 넣어서 약물을 개발하고 싶다며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송으로 정신이 없었던 맥라클란은 카리코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

카리코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에 그녀는 테크미라 경영진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직접 캐나다로 왔다. 그리고 자신이 밴쿠버로 거처를 옮겨 직접 맥라클란 밑에서 일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나 테크미라는 이 제안을 그냥 넘겼다. “모더나, 바이오엔테크, 큐어백 모두 저를 원했는데, 제가 1순위로 선택했던 테크미라는 절 원하지 않았죠.” 카리코는 결국 2013년 바이오엔테크의 제안을 받아들여 바이오엔테크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같은 시기에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도 전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 중이었다. 방셀은 테크미라와 협업 방안을 논의했지만, 논의는 중단된 상태였다. 테크미라가 제시한 조건은 ‘선불 최소 1억 달러, 이후 로열티 지급’이었다. 모더나는 결국 매든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매든은 컬리스와 약물전달 제약사 아퀴타스 테라퓨틱스(Acuitas Therapeutics)를 설립해서 개발을 이어가고 있었다.

2014년 2월, 맥라클란은 50세 생일을 맞았다. 그와 생활 동반자 관계였던 칼리 시브룩이 그를 밴쿠버 임페리얼 극장으로 불러냈다. 극장은 가족,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맥라클란이 극장 안에 들어서자 웨딩드레스를 입은 브룩이 두 자녀와 함께 그를 맞았다. 두 아이는 각자 맥라클란에게 생일 축하 카드를 건넸고, 카드 안에는 ‘나랑 결혼해 줄래?’라고 쓰여 있었다. 과거 시브룩은 결혼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암 투병을 하면서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 결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이 결혼은 맥라클란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놓았다.

끝없이 이어지던 소송과 변호사, 경영 술수와 다툼으로 일 중독자였던 과학자는 지쳐 있었다. 패배감에 휩싸인 그는 2014년 테크미라를 떠났다. 보유 지분 전부를 매각했고, 위네바고 어드벤처러 캠핑카를 6만 달러에 사서 새 신부와 두 아이, 반려견과 함께 캐나다를 종주하는 8368㎞(5200마일) 로드트립을 떠났다. 당시 맥라클란은 “완전히 지쳤고 의욕도 잃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맥라클란이 떠나고 머레이 CEO는 테크미라의 이름을 ‘아버터스 바이오파마(Arbutus BioPharma)’로 바꾸고 뉴욕 약물 개발사 로이반트 사이언스(Roivant Sciences)와 함께 B형 간염 치료제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나 지질 4종을 이용한 약물 전달체계에 대한 특허는 놓지 않았다.

이후 매든의 회사 아퀴타스가 mRNA 독감 백신 개발을 위해 모더나에 전달체계 기술을 재라이선싱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머레이는 매든에게 그렇게 할 권리가 없다고 확신했고 2016년 아퀴타스와의 라이선싱 계약을 끝낸다는 통지를 보냈다. 관례에 따라 2개월 뒤 아퀴타스는 계약 내용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밴쿠버 법정에 소송을 제기했다. 머레이는 기다렸다는 듯 맞소송을 하며 새로운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이번 소송은 mRNA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전 소송과 분명히 달랐다.

양측은 2년 더 다툼을 이어가다가 합의로 소송을 끝냈다. 머레이는 토마스 매든이 맥라클란의 전달 기술을 향후 어떤 약물 개발에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라이선스를 종료했다. 단, 모더나가 이미 개발을 시작한 4개 약물은 제외됐다. 머레이도 매든이 개발한 기술 일부에 대한 권리를 잃었다. 머레이와 로이반트는 이후 새로운 회사 제네반트 사이언스(Genevant Sciences)를 창업했다. 지질 전달체계 4종과 관련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이를 상업화하는 역할을 전담한 회사였다.

전달체계 이용을 향한 길

전달체계 이용을 위해 기업들이 곧바로 제네반트호에 올라탔다. 바이오엔테크 CEO 사힌은 자사가 보유한 mRNA 항암 프로그램에 전달체계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제네반트가 창업한 지 수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희귀질환 치료를 목표로 하는 다른 5개 mRNA 프로그램에서도 협업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계약에는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전달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규정한 조항이 없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터졌다.

모더나의 전략은 달랐다. 모더나는 제네반트가 소유한 맥라클란 전달체계와 관련된 일련의 특허를 무효화하는 소송을 미국 특허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한창 진행 중이던 2020년 7월, 특허청은 가장 중요한 특허권을 제네반트가 전반적으로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고 모더나는 항소했다.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승인을 받은 후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유명 mRNA 연구자 드류 와이스만은 동료 평가 방식의 학술지에서 두 백신 모두 “앨라일람 온파트로와 유사한” 전달체계를 사용하고 있고, 지질 중 하나의 버전만 자체 기술로 변형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와이스만은 양사 모두 T-커넥터를 이용해 지질을 혼합했음을 강조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전달체계를 만든 토마스 매든은 지질 4종 중 2종에서 개선된 버전이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팀이 지질 기능을 개선하지 않았다면 온파트로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둘 다 FDA 승인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맥라클란은 새로운 지질 버전이 “동일한 혁신의 반복”이라고 일축했다.

포브스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모더나 대외협력총괄 레이 조던은 “이전에는 특정 제품에 대해 테크미라와 IP 사용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개발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해서) 이후 신규 개발한 약물들에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엔테크는 답변을 거절했다. 미카엘 돌스텐 화이자 CSO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특허로 완전히 보호받고 있으며,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mRNA 약물을 연간 30억 도스씩 생산할 수 있게 된 건 화이자가 전달체계를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소규모 개발과 대량 생산일 때는 공정이 달라야 하며, 일견 비슷해 보이는 일부 과학적 가정은 과학의 진화 방식과 다양한 출처에서 얻은 도움에 힘입은 바 크다”고 돌스텐은 말했다. “비슷한 이름과 비슷한 질량 비율을 가지고 있다 해서 두 개가 같아지는 건 아닙니다.”

제네반트는 이에 대해 답변을 거절했다. 싸움은 제네반트에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5월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지식재산권 보호 유예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얄궂게도 이 같은 조치는 모더나와 바이오테크, 화이자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백신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도록 이들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언 맥라클란은 나름대로 만족한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의학적 성과에서 바이오테크 산업이 자신의 공을 무시한다고 해도 사실만은 바꿀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맥라클란은 “제가 분명한 기여를 했다고 확신합니다”라며, “사태가 진행되는 방식에 복잡한 감정이 들긴 하지만, 이 기술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 파란을 일으킨 작은 제약사 아퀴타스 테라퓨틱스 밴쿠버 연구소에서 찍은 맥라클란의 라이벌 토마스 매든 CEO의 모습. 매든의 작은 비상장 회사가 제약업계에 미친 파장은 대단하다. 2020년 아퀴타스 직원 30명은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mRNA 백신을 위한 전달체계를 완성했다.

※ 돌파구를 찾아준 생화학자 카탈린 카리코의 연구는 mRNA 백신 개발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는 10월, 그녀는 역대 58번째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될지도 모른다.

※ 화이자가 맞은 부스터 샷 한 방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올해 백신으로 260억 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속적 수입원이 될지는 확실치 않기 때문에 주가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오르지 않은 41달러에 머물러 있다.

※ 수금할 시간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지난해 4월 백신 덕분에 억만장자 순위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모더나의 시가총액은 제너럴모터스, 보잉보다 높다. 방셀의 재산가치는 112억 달러에 달한다.


- NATHAN VARD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109호 (2021.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