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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기업에서 배운다 

북유럽 스타트업 생태계 벤치마킹하기 

Spotify(스웨덴), Zendesk(덴마크), Supercell(핀란드)… 모두 북유럽에서 태동해 세계적인 기업이 된 스타트업들이다. 덕분에 북유럽은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1인당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을 보유했고, ‘글로벌 스타트업의 허브’ 중 하나로 불린다.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 북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성장통을 겪어왔다. 한국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좋을 북유럽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 퍼 스테니우스 레달 대표

좋은 스타트업 생태계란 지식, 시장기회, 자본, 문화 및 지원의 산물이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결과물이 나와야 좋은 생태계가 구성된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허브 중 하나로 꼽히는 북유럽은 좋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 특히 핀란드는 그 노력을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단계로 이뤄가고 있는데, 구축(building)→가속화(acceleration)→제도화(institutionalization)→성숙(maturation) 총 네 단계로 압축할 수 있다. 각 단계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데 걸리는 기간만 대략 10년씩이며, 핀란드는 현재 세 번째 단계인 ‘제도화’를 거치고 있다.

1. 구축

북유럽 국가 사이에서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잘 자랄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이 일기 5년 전쯤부터 시작됐다. 당시 Housemarque와 F-Secure 같은 게임 및 디지털 보안과 관련된 최초의 스타트업들은 핀란드의 해커 커뮤니티로에서 분리돼 나왔다. 이후 IT 기업에 투자가 이어졌고, 이는 북유럽 스타트업들이 외국 자본에 노출되는 기회로 이어졌다. 또 스타트업들이 다른 산업군(생태계)과 연결되는 ‘관계’의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2. 가속화

2010년쯤 북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는 ‘구축’ 단계를 지나 ‘가속화’ 단계로 넘어갔다. 기술자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과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방법을 배우며 기초체력을 다졌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기업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 실패 또한 시장에 터닝포인트로 작용했다. 경쟁자 입장에서는 주요한 기술을 보유한 선두 주자를 시장에서 제거한 사건이었고, 동시에 기업가정신에 대한 태도를 전환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스타트업 생태계 내부에서는 이해당사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확장해나갔다. 특히 자신들의 경험을 스타트업 생태계가 보유한 기술 및 자본과 연결하기 위한 비정부 행사를 개최하고 관련 조직들도 속속 설립했다. Supercell, Wolt 및 Smartly.io와 같은 회사들이 이 물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3. 제도화

북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오늘날까지 진행되고 있는 세 번째 단계는 ‘제도화’다. 이 기간 동안 세계적인 VC들의 활동이 증가했고, 다양한 관행과 단체(예를 들어 스타트업 캠퍼스 Maria 01)가 자리를 잡았다. 제도화 단계에서는 가속화 단계의 초기 성공 사례에서 얻었던 지식뿐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가를 영입한 회사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단계를 거치며 아이폰 리퍼브(refurbished) 소매 업체인 Swappie와 마이크로 위성 개발업체인 ICEYE와 같은 회사가 탄생했다.

4. 성숙


▎북유럽 태생의 스타트업들.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진행 중인 세 번째 단계(제도화) 이후 북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는 ‘성숙’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building block)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요소가 갖춰질 것이며, 생태계의 관심이 지식, 시장기회, 자본, 문화 및 지원 영역을 전체적으로 발전시키는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 네 번째 단계를 주도하는 핵심 동인은 AI 환경에 대한 선도적인 솔루션 개발 및 글로벌 기후 위기에 대한 답변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떻게 꾸려가면 좋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취했던 ‘타가수분(cross-pollinate)’ 방식을 추천한다. 다시 말해 인재와 VC의 다양화(혹은 글로벌화)다. ‘타가수분(他家受粉)’은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꽃의 꽃가루가 곤충이나 바람, 물 따위의 매개에 의하여 열매나 씨를 맺는 일을 뜻한다. 북유럽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MySQL, Housemarque와 같은 개척자들로부터 시작됐고, Spotify, Supercell과 같은 차세대 회사의 등장으로 타가수분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해졌다. 이를테면 이 회사들은 서비스, 규정, 지원과 같은 부분을 자국어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제공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숙련된 기술자와 글로벌 경험을 갖춘 노련한 VC를 품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를 구축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유럽 국가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핀란드 및 스웨덴의 인재를 연결해주는 비영리 이니셔티브 Startuplifers와 같이, 북유럽 생태계를 다른 스타트업 생태계와 타가수분하려는 계획과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다양한 인재를 고용하고 있지만 언어, 문화, 엄격한 규제 등으로 인해 여전히 외국인에겐 취업의 문턱이 높아 보인다.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고, 또 이들이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인재 다양성을 확보하길 조언한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같은 개척자들이 타가수분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쿠팡, 크래프톤 같은 기업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기업들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고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성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한국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인도하고 지원하는 동시에 외국인 인재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관행과 정책을 지지하고 또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인재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높이고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또 한국은 시장기회, 규제 및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글로벌 VC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북유럽 회사들은 전체 시장의 크기가 제한적이라는 환경적인 이유로 일찍부터 국가 간 확장을 해야 했다. 배송 서비스 플랫폼 Wolt나 모빌리티 회사인 Bolt가 일찍이 동유럽의 주변 시장으로 확장해 다른 대기업들과의 경쟁을 피했듯이 일부 회사들은 그들의 도달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국내 시장에서는 강력한 플레이어지만, 해외로 뻗어나가려는 국제적인 마인드(a go-global mindset)가 강요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국내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세계적인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가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물론 쿠팡, 크래프톤, 토스, 무신사와 같은 유명한 유니콘은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쿠팡은 창업 초기 단계부터 해외 자본 유치를 추구했다. 한국 기업이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자본의 국제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일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지적했듯이 한국이나 북유럽처럼 ‘주변 시장’으로 구분되는 국가의 기업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받는 지원이 개선돼야 한다. 북유럽의 경우 (물론 아직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액셀러레이터를 개선하는 데 지원을 집중해왔다. 지원을 받은 액셀러레이터 중 일부는 이미 아이슬란드의 Startup Reykjavik와 같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북유럽과 인접한 에스토니아에서는 정부와 비정부기관, 스타트업이 활발한 논의를 거쳐 함께 생태계를 발전시켜왔다. 특히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당사자가 직접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규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반면 한국 정부는 소수의 선별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지원하는 자본금도 북유럽 정부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 정부는 스타트업이 투자받는 전체 자본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자금을 대는 반면 핀란드는 20% 정도를 지원한다. 일반적으로 비재정적인 지원, 민간 자본 서비스,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북유럽 정부의 펀드는 종종 민간 자본을 보조하는 역할만 한다. 한국의 모태펀드도 (양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규제 시스템 구축, 네트워크 지원 등 질적인 투자를 늘려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을 추천한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생태계의 전체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훌륭한 스타트업을 다수 보유한 한국이 (북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더욱 글로벌한 사고방식을 추구하고 지식 축적에 힘을 쏟는다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평가한다.


※ 퍼 스테니우스 대표는… UC Santa Barbara에서 전자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전략 컨설팅, 벤처 캐피털, 스타트업, 경영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여러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을 즐기는 스테니우스 대표는 현재 연세대학교와 aSSIST 경영대학원에서 강연도 하고 있다. 그는 경영과 자연과학에 관한 연구 결과를 20차례 이상 기고했다.

※ 레달(Reddal)은? - 2010년 핀란드에서 설립된 컨설팅 기업. 비즈니스 개발과 경영 전반에서 솔루션을 서비스한다. 학계, 금융, 컨설팅, 스타트업 등에서 경력을 쌓은 다양한 국적의 팀원으로 구성돼 있다. 핀란드 헬싱키,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국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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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호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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