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칼라팍의 CEO 라흐맛 카이무딘은 기록적인 IPO를 발판으로 삼아 주요 경쟁사와 팬데믹을 모두 물리쳐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대기업 부칼라팍(Bukalapak)은 지난 8월 6일 현지 주식시장에 상장된 최초의 IT 유니콘 기업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또 15억 달러를 유치하며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 사상 최대 규모 IPO를 기록했다. 주식 거래 시작 직후 1시간 동안 주가가 공모가 850루피아(70원)에서 25% 치솟으며 부칼라팍의 시장가치는 76억 달러가 됐다.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라흐맛 카이무딘은 지난해 초부칼라팍의 CEO로 승진하며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직 금융업자인 카이무딘이 설립 11년 차인 부칼라팍의 적자를 끝내고 수익을 창출할 적임자로 선임됐다. 향후 수년 동안 카이무딘이 보여줄 행보가 회사의 생존을 결정하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유로모니터의 선임 연구 애널리스트 디피카 찬드라세카는 “부칼라팍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여전히 모호하다”고 말했다.땅에 떨어진 부칼라팍의 온라인 존재감을 되살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부칼라팍은 시장 1위 기업인 고투(GoTo)의 토코페디아(Tokopedia)와 싱가포르 소재 시(Sea Ltd.)의 쇼피(Shopee)에 한참 못 미치는 3위다. 고투는 300억 달러, 시는 1000억 달러 이상으로 가치를 평가받는다. 지난 2년 동안 부칼라팍은 월간 웹 방문자 수에서 두 회사 모두에 뒤처졌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프라이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두 사이트의 월 방문자 수는 1억2000만 명을 가볍게 상회했지만 부칼라팍의 월 방문자 수는 340만 명에 그쳤다. 이 두 대기업으로부터 시장점유율을 가져오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인도네시아 미디어 그룹 엠텍의 사장인 앨빈 사리앗마즈다는 “전자상거래 전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엠텍은 부칼라팍의 최대 기업 주주다.이번 IPO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경제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부칼라팍의 전쟁에 자금을 제공할 것이다. 부칼라팍은 투자금을 사용하여 인도네시아 전국, 특히 두 경쟁사와의 경쟁이 덜 치열한 소도시로 확장할 계획이다. 부칼라팍 측은 현재 자사가 사용자 1억5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70%는 인도네시아 대도시권 바깥에 거주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막대한 보상이 따른다. 구글과 테마섹, 컨설팅 업체인 베인의 합동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0년 54% 성장하여 총거래액(GMV) 3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인도네시아의 GMV가 2025년에는 83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추산했다.부칼라팍의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6% 증가한 1조3500억 루피아(1112억4000만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손실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칼라팍은 2020년에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영업 및 프로모션 비용을 들인 탓에 9300만 달러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토코페디아와 쇼피도 신규 유저를 확보하고 기존 유저를 유지하기 위해 홍보비를 쏟아부었다. 부칼라팍의 손실은 2019년 대비 52% 줄어들기는 했지만,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부칼라팍은 상품과 마케팅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수익을 기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부칼라팍의 성장 전략IPO 외에 부칼라팍의 전략은 금융 거래, 물류 등 보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다. 카이무딘은 “가볍고 민첩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동시에 우리 생태계를 활용하여 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2017년 출시된 미트라 부칼라팍 플랫폼은 와룽스(warungs)라 불리는 영세 상점들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고객에게 온라인 제품을 제공하도록 지원한다. 또 매장 주인을 상품 공급업자와 연결하여 재고를 채워 넣게 한다. 카이무딘은 “우리는 O2O(Online to Offline)만 하려는 것도, 전자상거래만 하려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이무딘의 목표는 부칼라팍을 “전 상거래(all-commerce)”로 바꿔놓는 것이다.그 목표를 위해 지난해 부칼라팍은 인도네시아 거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만디리 은행과 제휴하여 와룽스를 고객이 송금할 수 있는 은행 대리점으로 만들었다. 금융업계에서 일했던 경력 덕분에 카이무딘은 이 전략을 잘 수행할 수 있었다. 카이무딘은 여러 투자 은행을 거쳤고, 부칼라팍에 입사하기 직전에는 인도네시아의 중견급 은행인 부코핀 은행에서 금융 및 계획 부문 이사로 일했다. 카이무딘의 팀은 팬데믹이 닥치기 전까지 전국의 와룽스를 직접 방문했고, 이후에는 현지 사투리로 녹음된 영상을 제작하여 상점 주인들을 교육했다.카이무딘이 맞닥뜨린 또 다른 난관은 팬데믹이었다. 2020년 1월 직책을 맡은 지 불과 몇 달 만에 인도네시아 전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직원 2000여 명은 CEO의 지시를 기다렸다. 카이무딘은 “제 동료 대부분에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마주한 위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칼라팍의 IT 직원 대부분은 젊기 때문에 42세인 카이무딘이 회사에서 가장 연장자다. 그러나 카이무딘은 자신이 더 많은 “인생 경험”을 쌓은 덕분에 권위를 가지고 발언하면서 동료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카이무딘은 부칼라팍의 직원 대부분은 2008년 금융위기조차 거의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젊다고 말했다. 반면에 카이무딘은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는 등 당시의 사건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자신이 스탠퍼드에서 MBA를 취득하고 사모펀드 업체에서 일을 시작한 직후였다(카이무딘은 MIT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취득했다). 금융업계에 취직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었지만, 그 일로 카이무딘은 자신만의 관점을 갖게 됐다. 카이무딘은 회사와 직원의 상태에 대해 “이런 주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살아남는다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팬데믹의 피해를 특히 심하게 입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 300만 명이 발생했다. 전체 인구의 약 1%에 달한다. 그럼에도 카이무딘은 격리 기간 도중 거래량이 치솟은 덕분에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는 최소한의 직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재택근무로 돌렸다.IPO는 부칼라팍의 명성도 높여주었다. 사리앗마즈다는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부칼라팍이 향후 다른 현지 IT 기업의 미래 주가에 대한 지표 종목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칼라팍의 투자자는 중국의 앤트그룹, 싱가포르 국부 펀드 GIC, 마이크로소프트,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한국의 웹 포털 네이버 등이다. 엠텍도 최근 3억7500만 달러를 그랩의 인도네시아 부문에 투자하여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는 부칼라팍에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인도네시아어로 ‘가판대를 연다’는 뜻인 부칼라팍은 2010년 아마존 같은 온라인 장터로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 설립자인 아흐마드 자키는 고향을 방문했다가 와룽이 물건을 온라인으로 판매하여 매출을 올리도록 자신이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당시 23세 학생이었던 자키는 인도네시아의 명망 높은 반둥공과대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 누그로호헤루차효노, 파즈린 라시드와 함께 팀을 꾸렸다. 세 사람은 플랫폼의 쇼핑 품목을 물리적 상품에서 모바일 데이터, 전자 토큰, 게임 바우처 등 디지털 상품과 뮤추얼펀드, 금 투자 등 금융 서비스까지 확장했다(자키는 이 기사를 위한 인터뷰를 거절했다).자키는 공동 설립자일 뿐 아니라 10년 동안 부칼라팍의 최고경영자였다. 부칼라팍을 보잘것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인도네시아 굴지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일궈낸 자키는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한 기업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빠른 성장 과정에서 부칼라팍에는 적자가 많이 쌓였다. 2019년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직원의 약 10%를 해고했다.같은 해 초에 자키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가 온라인에서 역풍을 맞았다. 인도네시아의 위도도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칼라팍 앱을 삭제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 논란은 위도도 대통령이 앱을 삭제하지 말 것을 대중에게 촉구한 뒤에야 잦아들었다.자키는 2020년 카이무딘을 자신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자키가 CEO에서 물러나고 얼마 후 헤루차효노와 라시드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키는 현재 부칼라팍의 고문을 맡고 있으며 4.3% 지분을 보유한 최대 개인 주주다. 또 스타트업 투자 업체 아이닛6(Init 6)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카이무딘은 “빈자리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벌어지는 격차지난 2년 동안 부칼라팍은 인도네시아에서 쇼피와 토코페디아에 점유율을 빼앗겼다.급증하는 매출부칼라팍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카이무딘은 2020년부터 부칼라팍을 이끌어왔다(왼쪽). 아흐마드 자키(왼쪽)는 2020년 1월 카이무딘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내주고 부칼라팍의 고문이 됐다.※ 부칼라팍 팀이 와룽을 방문한 모습.- ZINNIA LEE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