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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기업 리더 50인의 신년 에세이(5)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긍정의 힘으로 레버리지 | 박병규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회장/ 버지니아주립대 교수


대학 시절에 철학 이야기를 하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 영원한 진리가 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 거의 대부분의 친구가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 친구가 파르메니데스의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라는 말이 영원한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반박이 불가능한 진리인 듯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창조는 불가능한가? 아니다. 혁신을 통한 창조는 발전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인류는 그렇게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있다고 하는 ‘유’와 없다고 하는 ‘무’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무에서 유가 되는 창조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일까? 너무 어렵다면,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넘어가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부정’을 통해서 구별된다. 나의 생존 조건은 사실 나와 나가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부정에서 출발한다.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획기적인 발전을 하는 것이 나의 존재 이유이자 생존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하는 모든 행위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엇이 나를 지속적으로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긍정의 힘’이라 생각한다. 나는 매사에 임할 때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행위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이런 긍정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는 세상 진리에서는 ‘긍정’의 힘이 없어도 된다. 그냥 주어진 숙명을 받아들이면서 살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 또한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면 세상 살기가 많이 편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혁신을 통한 획기적인 발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나를 생각하면서 매사에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나와 내가 몸담고 있는 커뮤니티가, 더 나아가서는 전 인류가 혁신을 통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나의 생존 조건은 긍정의 힘을 기반으로 한 삶의 동력을 이용해서, 오늘보다 발전된 내일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으로 번역, 출간된 책에서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작은 일이라도 매일 조금씩 하는 것에 대한 효과를 설명했다. 나는 아주 작은 습관이라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긍정의 힘’라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변화는 아주 작은 일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만들어진다. 마치 마지막 한 알이 채워져야 비로소 쌀 한 가마니가 되는 것처럼.

한 가지 예를 들면, 박사과정 막바지에 학위논문을 준비할 때, 박사가 아닌 나를 부정하고 박사인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긍정의 힘으로, 매일 처음 하는 일이 항상 학위논문 작성이었다. 비록 반 페이지도 작성하지 못하고 아침 첫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었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작성하게 한 ‘긍정의 힘’이 내가 박사학위를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레버리지라 생각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언어 감각이 별로 없는 내가 중국어를 배우기로 마음먹고, 듀오링고(Duolingo)라는 앱을 이용해서 하루에 5분씩 벌써 631일째 공부하고 있다. 중국어를 모르는 나를 부정하고 중국어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새로운 나로 바꿔주는 긍정의 힘으로 생존을 실천하고 있다.

삶을 읽어내는 디자인의 힘 | 김태집 간삼건축 대표


인간, 시간, 공간… ‘간삼(間三)’

‘간삼’건축이라는 이름에는 건축물이라는 단순한 공간 창출을 넘어 인간(人間)을 위한, 시간(時間)을 뛰어넘는, 공간(空間)의 창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소통하고, 개인의 삶을 읽어내며,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의 흐름을 읽어낸다는 의미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포부도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과 공존하는 건축물은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건축가는 지금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와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더 나은 방향을 제시,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뉴노멀 시대, 우리 모두 가보지 못한 길 위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뜻밖의 호황을 누리게 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접하기도 했다. 아마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생존 키워드는 ‘디자인’이 아닐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읽어내고, 미래를 설계하여 그려내는 것.

간삼건축은 코로나19 이후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골프를 즐기는 고객의 니즈를 ‘읽고’, 답을 발‘ 견’하고, 창의적인 공간 디‘ 자인’을 구현해 새로운 가치를 선사하고자 했다. 라운딩을 하는 골퍼들에게는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더불어 소통과 쉼을 누리는 부대시설의 다양한 기능과 공간이 부여하는 특별함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필요한 클럽하우스를 만들어냈다.

최근 준공한 루트52 CC 클럽하우스는 임직원과 고객, 각각의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의 동선을 분리하여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동일한 크기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고객의 니즈를 세밀하게 읽고 그것을 명확하게 구현했다.

샤워실 내부 파티션의 각도를 미세하게 틀어 고객이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입체적이고 계획적으로 배치된 레스토랑의 테이블은 고객에게 편안한 식사 시간을 선사하며, 최적화된 동선으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도 극대화했다. 로비에서 바라보는 창은 풍요로운 자연을 담아 하나의 컨버스처럼 어우러지며, 클럽하우스 안에서도 골프장의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건축했다.

‘디자인’에서 비롯한 간삼건축의 도전은 더욱 많은 골퍼가 새로운 골프 문화를 향유하고 경험할 기회를 만든다.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임인년에도 건축의 본질을 찾는 ‘관찰자’의 자세로 인간을 위한, 시간을 뛰어넘는, 공간을 창조하고 싶다.

반대급부 | 임동수 CBRE 코리아 대표


2020년 말, 우리 회사 각 나라의 대표들이 화상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글로벌 총괄 회장님이 ‘우리 장인어른이 구순이 넘으셨는데 살면서 웬만한 것들을 다 경험했다(been there done that)고 생각해 이제는 갈 때가 됐나 보다 했는데 코로나 같은 상상도 못 할 일이 생기니 아직 더 살아야 되나 보다’라고 하셔서 모두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한 회사의 대표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겪는 현재의 코로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계획했던 많은 것을 변경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상황은 그렇다 치고,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들에 대응해나가는 것도 어깨를 짓눌렀다. 벌써 2년 가까이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지만, 익숙해지기보다는 지쳐가는 느낌이다. 얼마나 더 오래 이 상황이 지속될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이 많다.

모든 일에는 반대급부가 있다는 것은 세상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내 안에 쌓인 믿음이다. 이 믿음은 내 안에 잘 자리 잡아서, 좋은 일이 있으면 자중하고 겸손하게 만들어준다. 반면,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용기를 내게 도와준다. 물론 벌어지는 일의 강도에 따라 이 믿음을 내 안으로 끌어오는 게 더디거나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숙달해나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믿음의 힘은 더 커졌고, 어지간한 일에도 이 믿음은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현재 상황의 반대급부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러한 가장 기본적인 일상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순간순간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늘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코로나 이전의 평범한 하루가 그립고 조만간 다시 그런 평범한 날이 오리라는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도 더 나빠지는 상황에서 그리워지는 평범한 날일 수 있기에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소중한 하루를 보낸다.

조직문화 변혁 |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대표·전 LG화학 CTO 사장


대한민국이 ‘빠른 추격자 전략’을 추진해 만든 몇몇 세계 일등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빠른 추격자 전략’은 앞서가는 회사를 벤치마킹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빨리 추격하는 이점이 있지만 기업 내부에 효율만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남길 수 있다. 이는 지금 우리 기업에 절실한 ‘선도자 전략’을 추구하는 데 독이 되는 문화다.

효율 중심 회사에서는 리더가 시키는 대로 빨리 하는 것이 미덕이다. 리더가 주문한 것과 다른 아이디어를 얘기하면 ‘다른 짓 하지 말고 시키는 거나 빨리 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지금도 일등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에 이런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 다른 회사가 이미 설계 개념을 검증해 출시한 제품을 유사하게 만들 때는 그렇게 해도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없거나 다른 회사가 만들지 못한 선도자 제품을 만들 때는 리더도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이때는 어떤 문화가 필요할까?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자율과 창의의 조직문화’가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추격자와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흔히들 대한민국 교육제도의 문제 때문에 창의적 인재가 길러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교육개혁이 가까운 시일 내에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육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 기업은 기존 제도에서 교육받은 인재와 함께 전 세계 경쟁자를 상대로 피 말리는 싸움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구성원들이 가진 모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업이 할 일이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들은 구성원이 제 역량을 자발적으로 모두 쏟아낼 수 있는 ‘창의와 자율의 조직문화’를 잘 갖추고 있을까?

기술혁신은 조직문화의 결과다. 조직문화는 ‘하의상달’이 아닌 ‘상의하달’로 형성된다. 그만큼 리더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결국 리더가 선도자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율과 창의의 조직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조직문화 변혁을 위하여 최고경영자나 최고기술경영자와 같은 리더들의 분발이 절실한 때다.

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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