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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기업 리더 50인의 신년 에세이(6) 

 

위험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감함 | 송지오 송지오 인터내셔널 회장


1940년대 알제리 해안의 평범한 도시 ‘오랑’에서 발생한 기이한 사건들. 페스트에 감염된 쥐 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봉쇄되고, 그 안에 갇혀 공황 상태에 빠져드는 시민들. 갈수록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을 알리는 뉴스와 방송. 부족한 의료진과 병실 상태, 난항을 겪는 백신 공급, 사재기, 황량하게 변해버린 거리 풍경, 주변 사람들의 감염과 격리,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투쟁, 병약한 노인과 젊은이, 판사, 공무원, 기자, 경비, 카페의 사람들, 외국인, 가족, 친구, 동료들.

그 아수라 속에서도 마침 개인사의 정당한 이유를 빌려 도시를 탈출하려는 자와 브로커.

70여 년 전, 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 모습이 놀랍게도 지금과 거의 유사해 보인다. 이 기이한 사건은 실제가 아닌 알베르 까뮈의 장편소설『페스트』의 스토리다. 소설의 스토리 전개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조차도 여전히 팬데믹 상황인 지금과 흡사해 보인다.

등장인물 중 업무에 약간 소홀한 듯 보이는 평범한 공무원 ‘그랑’은 언젠가 작가가 되길 희망하며,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소설 작업을 이어간다.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 소설 도입부 문장의 단어 순열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며, 어떤 날은 한 단어 때문에 마치 살 속에 가시가 박힌 듯한 고통을 느낀다거나, 어느 날은 과로에 시달리는 의사보다도 더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 흠칫 놀랐다.

스토리는 고열과 고통에 몸부림치다 쓰러지고 마는 어린아이의 죽음으로 극단에 이른다. 이 끔찍한 상황을 소설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의사 ‘리외’는 암울한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성실하게 영웅적으로 페스트에 맞서 투쟁한다. 마침내 긴 어려움을 뚫고 페스트를 퇴치하고, 온 도시가 축제를 벌인다.

1940년대 전후,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소설 속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교훈 삼아 지금의 모습을 돌아본다. 제각기 다르기도 하고, 많은 부분에서 같기도 한 우리의 삶에서 인류가 반복적으로 겪게 되는 극한의 재앙들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떠올려본다.

건강을 유지하고 환경을 세심히 관리하며, 매사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열심히 일하며 꿋꿋이 이 상황을 견뎌내는 보편적인 조건들과 더불어 소설 속 인물들처럼 위험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감함’이 생존에 가장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된다. 주인공 ‘리외’처럼 머지않아 현재의 이 재앙을 극복하고 도시의 축제를 지나 해변에 이르러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는 평온한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초유의 사태인 코로나19가 발병한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발발했을 때는 이 사태가 6개월이 갈지, 또는 1년이 갈지 전망했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하며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기에 ‘생존의 조건’이라는 신년 에세이 주제는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또 한편으로는 적절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생존’의 사전적 의미는 ‘살아 있음 또는 살아남음’이며, ‘조건’은 ‘어떤 일을 이루게 하거나 이루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상태나 요소’를 의미한다. 살아 있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상태나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개인적인 위생이나 방역은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과 연계하여 어떻게 생존의 조건을 채우고 있는지를 우리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에 반영해 한번 생각해보았다.

의: 2020년부터 시작된 재택근무로 소비자의 의류 구매 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장이나 외출복 시장은 줄어들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의 판매가 급격히 늘어났다. TBJ도 원마일웨어를 출시해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옷을 제시했다. 모이몰른, 컬리수도 라운지웨어 생산을 늘렸으며 소재 개발에 더욱 힘쓰고 있다. TBJ, 앤듀, 버커루, NBA, NBA 키즈 등에서는 항균 소재를 의류와 제품에 부착된 주머니 등에 적용해 몸과 소지품 등을 보호해주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식: 여행을 못 가는 상황 때문에 먹는 활동도 여가와 힐링에 가까워졌다. 코로나19가 심각한 시기에도 줄 서서 먹는 맛집은 존재하는데, 그 예로 금돼지식당이 있다. 2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먹는 곳인데, TBJ와 협업을 진행해 큰 반응을 얻었다. 또 모이몰른은 해태제과 얼초 제품과 협업해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세엠케이와 한세드림은 2022년에도 외식업체와 다양하고 재미있는 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한다.

주: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주목하는 부문이 라이프스타일 용품들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한세엠케이 편집숍 패브리크에서는 안정환·이혜원 커플의 브랜드인 리혜원 라이프스타일 컴퍼니와 협업을 진행해 앞치마와 테이블 클로스 등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2022년에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챕터원·프린트베이커리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생존의 조건을 충족해가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혜의 왕자 솔로몬이 말했듯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을 수 있음을 경계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또 다른 삶이 우리에게 펼쳐질 테니 항상 끊임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대비하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살아가야겠다.

선택과 결단의 연속 | 오경아 양유 대표


다년간 마케팅 에이전시로 성장해온 양유는 ‘일등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다양한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그 후 지난 2018년 말, 에이전시 옷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우리의 신념대로 푸드 테크(Food Tech) 회사를 만들어 새로운 변화의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우리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가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은 ‘제품의 프리미엄’을 지키기 위해 강소기업이 하기 어려운 R&D부터 투자하기로 했고, 사람의 감(感)만으로 우리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가 없어 그간의 마케팅 노하우를 담은 빅데이터 솔루션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것이 또 다른 결단 앞에 놓인 시기였다.

이제는 고민의 크기와 내용이 달라졌다. ‘제품’ 자체를 위한 고민이 훨씬 강해졌다. 원가를 더 부담하더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해 우리가 만족할 만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기업 가치를 지키며 성장해나가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게다가 자체 설비를 갖추기 시작하니, 경쟁력 있는 우리 제품을 조금 더 넓은 시장에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물론 순간순간이 결단을 위한 과감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Plantbased 브랜드인 ‘청년떡집’을 기반으로 비건 연구 시설을 갖추었고, 그에 맞는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화하기까지의 모든 선택이 내 신념과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옳은 선택이기를 바라는 동시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미 예상보다 더 큰 관심과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 자신감은 사실 청년떡집과 우주인피자가 거둔 큰 결과가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우주인피자의 피자치즈를 식물성 재료로 대체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재료를 찾다가 우리가 연구해 만든 기술이 ‘비건 치즈’를 론칭하게끔 만들었고, 제품력이 높아지면서 확장성과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 우리의 실행력은 마케팅 에이전시를 하며 익힌 숙련된 솜씨와 소비자들의 시각을 빠르게 읽는 눈, 먹는 것은 저렴할 것이라는 시장의 흐름 안에서 고집스럽게 제품을 만들어온 덕분에 갖출 수 있었다.

불현듯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는 현재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과 기업의 성장은 ‘공존’하는 것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비건 치즈 브랜드를 론칭하는 지금도 팬데믹 물류 이슈라는 큰 세계적인 문제를 안고 또다시 선택과 결단 앞에 놓였다.

소비자들에게 당당하고 싶다는 신념에서 도전한 투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국에 리더가 사회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리더의, 리더로서의 신념을 지키며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하루하루 의미 있는 도전을 할 계획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와 탐구의 시작, 2022 | 최인석 레페리 대표


2020년은 ‘겁 많은 한 해’였다. 모든 게 끝일까 봐 걱정했고 두려웠다. 2021년은 ‘움츠린 한 해’였다. 끝이 아니란 것은 알게 되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한 시간들이었다.

긍정적으로 돌아보자면 2020년에 우리는 인생을 다르게 생각할 큰 전환점을 맞이했고, 2021년에는 많은 이가 새로운 혁신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보내며 새롭게 도전할 힘과 에너지를 응축했다.

2022년에는 세상의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많은 이가 그 응축된 혁신을 온 힘을 다해 쏟아낼 것이라 믿는다.

2022년을 역사적으로 예측해봐도 마찬가지다. 14세기, 인류는 흑사병 이후 ‘르네상스’라는, 가장 인간적인 혁신을 화려하게 이뤄내는 무브먼트로 위기를 이겨냈다. 재앙을 겪은 뒤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 중심적으로 탐구하고 사고하며 새로운 발견을 추구했고 남은 인생을 더 화려하게 살아가려는 혁신가와 예술가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흐름에 비추어 2022년의 생존의 조건으로 ‘인간 중심적 탐구와 사고’를 꼽고 싶다.

레페리는 유튜브 등 SNS 미디어에서 뷰티&라이프 트렌드를 주제로 다루는 1인 크리에이터들과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사실 지난 2년간은 트렌드 자체가 없어진 뷰티&라이프의 시대를 처음 맞이하며 사업적으로 많이 움츠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집안에서든 지인들과의 사이에서든)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과 화려함을 누리고자 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어떤 즐거움과 화려함을 누릴 것인지 꿈꾸고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을 설계해낼 수 있었다.

최근 우리 회사는 2022년을 맞이하며 회사명인 ‘레페리’와 ‘르네상스’를 합쳐 ‘레네상스(Le-naissance)’를 조직 혁신과 문화의 새로운 키워드로 선포하고 역대 가장 높은 성장을 다짐했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본질’의 근원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 세상은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반응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생존을 위해 우리는 오직 인간 중심적으로 더 깊이 있게 본질적인 탐구와 사고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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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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