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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리포트 

인플레의 속성과 전망 

이진원 기자
인플레이션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2년 인플레이션율 전망을 세계지도에 시각화해 글로벌 움직임을 살펴봤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의 역사, 향후 5년간의 인플레이션 전망, 산업별 인플레이션 민감도를 살펴봤다.

2022년 인플레이션 전망에 많은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인플레이션은 2022년 투자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끼칠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많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율이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동안 공급 부족과 대규모 통화부양책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유도했다. 또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의 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2022년 들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미국 등 서방이 경제제재에 나서면 인플레이션 공포에 기름을 끼얹는 셈이 된다.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 중인 밀 선물 가격은 3월물 기준 부셸당 7.9달러를 기록해 전 년 동기 6.3달러보다 25%가량 뛰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도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5위에 달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에너지, 금속, 농작물 등 23개 원자재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원자재현물지수는 올 들어 10.5% 급등했다. 2020년 3월 이후 꾸준히 상승한 이 지수는 2022년 2월 초 559.03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에너지 가격과 금속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알루미늄, 구리, 니켈 재고량은 감소세이며 금속광물의 공급도 수요를 못 따라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비용인상과 수요견인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살펴보자. IMF와 OECD 등은 국가별 인플레이션율을 산출하고 전망한다. 인플레이션율은 평균 소비자물가의 연간 백분율 변화다. 이는 한 국가의 일정 기간 동안의 상품 및 서비스 물가를 기반으로 측정한 평균 가격 수준이다. 쉽게 말해 인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전년 대비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측정한다. 경제성장에 따라 소비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오르는데, 완만한 가격 상승은 건강한 경제의 신호이며 일반적으로 2%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플레이션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재료, 임금 등 생산비용 증가로 인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과 소비수요 증가로 인한 ‘수요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이다. 지난 50년간 일반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던 것과 달리,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두 유형의 인플레이션이 모두 작용한 결과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현재 2022년의 인플레이 션율을 비교해보면, 선진국 중 미국은 2019년 1.5%에서 2022년 3.5%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중국은 2022년 1.8%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동아시아의 물가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크게 받지 않는 편이었지만 2022년에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팬데믹 이전에는 0.4%로 낮은 수준이었으나 2022년 전망은 1.6%로 상승했다.

2022년에 유럽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고조되고 있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인플레이션율이 2% 미만이며 이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영국은 인플레이션율이 2.6%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 눈에 띈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2022년 인플레이션율이 2000%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세계에서 인플레이션 위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됐다. 지난해부터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미 달러에 대한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볼리바르화를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은 2017년부터 만연했고, 미국의 석유 수출 제재가 베네수엘라 경제에 충격과 불안정을 초래한 것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도화선이 됐다.

반면 그리스, 일본, 스위스는 모두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스의 경우 억제된 수요와 낮은 국가경제생산량은 인플레이션의 하방 압력을 가져왔다.

현 인플레이션의 원인


현재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을 주도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회복기인 지난 2021년 소비수요, 공급망 문제, 노동력 부족 등이 맞물려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기간에 수요가 증가함에도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해 인플레이션이 높아졌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린 가운데 상품 수요가 급격히 상승했다. 상품 수요는 2020년 2월 대비 2021년 12월에는 22% 증가했다. 또 코로나19로 제한됐던 서비스 수요도 빠르게 회복됐다.

반면 기업 재고는 사상 최저치다. 같은 기간 소매업체의 재고율은 25% 감소했다. 게다가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어 구인 중인 민간 일자리는 2020년 2월 620만 건에서 2021년 11월 960만 건으로 증가했다. 즉, 공급부족으로 인해 기업의 자재 및 임금 비용이 증가하고 일부 품목의 경우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귀결됐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신차 생산이 한계에 다다라 중고차와 트럭 가격이 37% 이상 상승했다.

또 미국에서 에너지 가격은 2020~2021년 사이에 29% 상승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5% 급등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식료품 가격도 임금 상승, 원자재 및 물류비 등 원가 상승으로 인해 2020~2021년 6.5% 올랐다. 스타벅스, 펩시, 크래프트 하인즈 등 여러 글로벌 식료품 기업도 2022년 중 가격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 압박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매출 손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감내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일본의 저성장, 임금동결, 디플레이션 환경으로 인해 수십 년간 이어온 전형적인 관행이었다. 하지만 일본 기업도 최근 들어 전격적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 2월 16일부터 일본 주요 식자재 제조사 기꼬만은 14년 만에 간장, 두유 등 216개 품목의 가격을 4~10% 인상했다. 원료인 콩과 밀의 가격 상승과 물류비 인상 압박에 따른 결정이었다.

국내에서도 맥도날드, 농심, 스타벅스 등은 일부 가공식품·외식 가격을 하나둘 인상하고 있고, 소주, 담배 등도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국내 물가상승률은 석유류가 16.4%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과일(13.6%), 축산물(11.5%), 외식(5.5%), 가공식품(4.2%), 화장품(3%), 전기·가스·수도(2.9%), 내구재(2.8%), 채소(2.2%), 집세(2.1%) 순으로 가격이 올랐다.

인플레이션의 역사


역사상 유명한 인플레이션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발생한 초인플레이션이다. 1918년 11월 11일 11시에 조인된 휴전협정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지만 이후 자산과 저축의 파괴를 가져오는 초인플레이션이 1921~1924년 독일에서 발생했다. 독일 초인플레이션의 마지막 1년 동안은 월간 물가상승률이 300%를 웃돌았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독일의 물가는 무려 10억 배가량 상승했다. 1923년 11월 1일 빵 1파운드의 가격은 30억 마르크였으며, 소고기 1파운드의 가격은 360억 마르크였다. 물가가 계속 올라 상점의 물건 가격표는 시간 단위로 변경될 정도였다.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 위해 역사상 최고액권이 발행되었는데, 무려 1조 마르크짜리 지폐가 발행되기도 했다. 1920년대 초에 발생한 이 초인플레이션은 그 후 독일 경제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일부 학자들은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장 큰 파급력은 예금과 같은 금융자산이 휴지 조각이 되어 중산층이 붕괴한 것이라고 했다.

초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50% 이상)은 20세기에 각국에서 흔하게 발생했으며, 역사적으로 헝가리(1946년), 짐바브웨(2008년)의 초인플레이션이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칠레(1973년), 아르헨티나(1988년), 니카라과(1990년), 구소련 및 발트3국(1991년), 유고슬라비아(1994년), 터키(2004년)가 인플레이션을 겪었고 최근에도 베네수엘라(2017년)가 인플레이션 몸살을 앓고 있다. 각각의 인플레이션은 원인이 다르지만 전쟁 후 혼돈, 화폐개혁 실패, 외채위기, 환율 붕괴 등이 주된 요인이었다.

또 1970~80년대에 빈번히 일어났던 오일 파동은 선진국들이 경제성장과 중산층 확대를 동시에 누리던 ‘자본주의 황금기’를 끝내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물가상승)을 가져왔다. 현재의 에너지 가격 인상에 많은 경제 전문가가 “물류 대란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겹쳐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는 지금의 현상이 1970년대와 유사하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한때 극심한 물가 불안에 시달린 적이 있다.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역사를 살펴보면 1945년 일제의 항복 선언 이후 쌀 한 가마니 가격이 4개월 만에 55배나 치솟았다. 광복 이후에도 행정권을 행사하던 조선총독부가 자국민의 귀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선 엔(圓)을 무차별하게 방출한 게 원인이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산업생산체제 마비 ▶물자 부족 ▶유엔군의 전비 조달 등 여러 요인으로 통화량이 폭증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도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쟁이 일어난 1950년 168%에 달했고, 이듬해에는 390%를 넘어섰다.

당시 정부는 물가 관리를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강력한 재정안정 계획을 추진해 한때 안정됐으나 1960년대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경제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또 한차례 개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1962년과 1963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221%와 30%에 달했다.

이후 1979년 제2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이듬해에 도매물가 38.9%, 소비자물가 28.7% 상승이라는 광란의 시대를 또 한 번 맞이했으나, 세계적 불황으로 석유 가격을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국내 물가도 1981년을 고비로 진정되기 시작했다. 물가안정기(1982∼87년)를 거쳐 소비자물가는 2∼3%대 선진국형 물가 구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1986~88년에 걸쳐 한국 경제는 유가, 달러, 금리 등 3저 현상 덕분에 ‘단군이래 최대의 호황’을 맞으며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그리고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다시 물가 상승을 겪었다.

2000년대에는 닷컴버블붕괴, 세계금융위기 등 금융·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 미만을 유지해 경제위기를 경험했던 다른 나라들보다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미래


인플레이션 상승세는 향후 지속될 것인가. IMF는 주요 국가에서 그렇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까지 미국 인플레이션은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 한편, 10대 선진국에서 인플레이션율은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인 2% 이하로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1980년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구조적 조치가 효과를 거뒀고 이러한 효과는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멈추지 않을 것이며, 에너지 수요 둔화로 인해 에너지 가격은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고용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지출이 늘어 상품 가격에 대한 압박을 줄일 수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이미 긴축적 통화정책과 채권 매입 축소와 같은 경기부양 조치를 시작했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작용할 전망이다. 각국 정부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다양한 대비를 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팬데믹 이전의 추세로 회복한다는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2022년 중에 둔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지배적 합의는 없다. 반도체 공급이 개선되고 전 세계 항만 혼잡이 완화되며 심각한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전망대로 인플레이션은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있었던 어떠한 징후가 예기치 않은 사건을 일으킨다면 언제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소비자와 투자자는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응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주효한 투자전략 중 하나는 비용 상승을 극복할 수 있는 기업과 가격 상승 시 수혜 기업을 식별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라이프 인베스트먼트는 비용 상승을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의 기준으로 ▶강력한 브랜드 ▶독점가격 결정력 ▶강력한 수익구조를 꼽았다. 또 인플레이션 상승기의 수혜 산업군으로 ▶은행 ▶에너지 ▶자동차 및 부품▶자본재▶금융을 꼽았다. 은행과 금융은 더 큰 가격 결정력이 있어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금리 등 자체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에너지 및 자본재(산업재)와 같은 순환 산업은 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실적을 내는 경향이 있다.

※ 역대 초인플레이션의 교훈
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은 성실하게 일하며 저축해온 중산층의 자산을 모두 사라지게 했다 .
 당시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저축하던 몇 개월 치 퇴직연금은 가격이 치솟는 빵 한 조각을 사는 데 써야 했다.

※ 인플레이션 발생 시 부의 재편
1. 채무자는 채권자의 희생으로 수혜를 얻는다.
2. 대중이 갖고 있던 부는 화폐를 발행하는 정부로 옮겨간다.
3. 세입자는 임차인의 희생으로 수혜를 얻는다.
4.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선호하면서 경제의 효율성이 하락한다.
5. 사람들은 하락하는 통화보다 고정자산(상품, 금, 토지)을 보유하는 것을 선호한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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