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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의 질문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다양한 혁신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불안감을 아예 없애지는 못하고 있다. 외부 기관에게 경영컨설팅을 받거나 학계와 컨설팅업계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에 의존해 전략을 세우기에 바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을 파악해 중심을 잡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다. 포브스코리아가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의 질문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이유다.[편집자주]

피터 드러커는 이론적 지식보다 프랙티스(Practice)를 강조하는 편이다. 이를 위해 드러커는 정기적으로 자기 평가를 실시해 경영진이 당연하게 여기는 사업이론·가설·가정을 현상과 대조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평가는 기업가와 경영자들의 선한 의도와 지식을 효과적인 행동(Action)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 그것도 내년이 아니라 바로 내일 또는 다음 주 아침에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기도록 독려한다.

드러커의 전략적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비즈니스 이론(theory of business)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드러커는 비즈니스 이론을 사업 미션과 전략·기획을 연계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개념으로 보고 그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는 조직의 행동을 정형화하고,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관한 의사결정 지침은 물론 조직이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을 정의하는 일련의 가정을 일컫는다.

이런 가정은 시장, 고객, 경쟁자, 가치, 행위, 기술과 그 역동성, 기업의 강점과 약점 등에 관한 것들이다. 이 가정들은 바로 기업이 그들의 노력과 결과에 대해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보상받게 하는 것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드러커의 비즈니스 이론은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첫째, 사회와 그 구조, 시장, 고객, 기술 등을 포함한 조직의 환경에 관한 것. 둘째, 조직의 구체적인 미션에 관한 것. 셋째, 조직의 미션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역량에 관한 것이다.

조직의 환경에 관한 가정들은 기업이 보상이나 대가를 받게 되는 요소들에 관한 것이다. 미션은 조직이 의미 있는 결과라고 여기는 것들, 즉 조직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남다른 성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전망이다. 핵심역량은 조직이 경쟁에서 수월성을 보여야 할 것들에 관한 것이다.

드러커는 이 세 가지 유형의 가정이 조화를 이루어 작동하면 ‘합당한’ 비즈니스 이론을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명확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탁월한 경쟁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첫째, 세 가지 유형의 가정이 현실에 부합해야 하고, 둘째, 가정들 상호 간에 정합해야 하며, 셋째, 이 가정들이 조직 전반에서 주지되고 이해되어져야 하며, 넷째, 비즈니스 이론은 지속적으로 검증되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드러커의 전략적 자기평가와 진단 프레임워크


만약 드러커가 당신과 처음 만나 자기평가 세미나 또는 워크숍을 진행한다면, 아마도 첫 번째 질문은 “당신 비즈니스의 목적이 무엇입니까”일 것이다.

드러커가 듣고자 하는 대답은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알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고객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때 경영진이 해야 하는 핵심 질문 세 가지다. 첫째, ‘우리의 비즈니스는 무엇입니까?’ 둘째, ‘우리의 비즈니스는 무엇이 될까요?’ 셋째, ‘우리의 비즈니스는 무엇이어야 할까요?’이다.

우선 ‘우리의 비즈니스는 무엇입니까’는 비즈니스 미션에 대한 정의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고객은 누구인가’이다.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식품 제조회사의 경우, 고객은 식품 유통점과 실수요자가 될 수 있다. 각각의 수요자가 정의하는 비즈니스가 다를 뿐만 아니라 기대와 가치 및 구매행동도 다를 것이다.

고객의 가치와 구매 행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기업 외부의 현실을 직시하고 탐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질문은 ‘고객은 어디에 있으며, 고객은 무엇을 구매하고, 고객에게 부가될 가치는 무엇인가’이다.

또 모든 조직은 나름의 ‘비즈니스 이론·가설·가정’에 입각해 운영된다. 즉, 기업의 비즈니스는 무엇이고, 목표는 무엇이며, 달성하고자 하는 결과가 무엇인가를 정의해야 한다. 이는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어떤 것에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드러커가 제시한 소위 ‘비즈니스 이론·가설·가정’은 첫째, 시장·고객·유통채널·경쟁 등 환경에 관한 가정, 둘째, 조직의 미래 비전과 현재 비전에 관한 가정, 셋째, 조직의 상이한 잠재력으로 구성된 핵심역량에 관한 가정을 포함한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시장에 대해 무슨 가정을 하고 있는가’, ‘시장은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인가’,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 ‘누가 우리의 유통채널인가’, ‘그들은 무엇에 대해 기꺼이 지불을 하는가’, ‘비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은 무엇에 대해 기꺼이 지불하려 하는가’, ‘무엇이 그들에게 가치가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특히 드러커는 비고객과 관련해서는 ‘당신의 비고객이 왜 당신으로부터 구매를 하지 않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최근에 그들을 만나 얘기를 했던 게 언제인가’, ‘당신은 무엇을 터득했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드러커는 조직의 미션을 환경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점검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은 ‘우리의 미션은 무엇인가’, ‘어떤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우리는 성취 여부를 어떻게 측정할 것이며, 적어도 그 결과들의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인가’이다. 드러커는 이러한 질문은 비즈니스가 위기에 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지 말고 사업의 초입기나 한창 성장 가도에 있을 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역량과 관련해서는 ‘당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당신이 시장에서 리더십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주로 활용하는 능력과 지식은 무엇인가’, ‘우리가 경쟁자들보다 적은 노력으로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떤 분야·영역에서 우리는 진짜 수월해야 하는가’에 대해 물을 것이다.

이어서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점검할 것을 조언했다. 바로 마케팅과 혁신이다. 드러커가 말하는 마케팅은 고객, 고객의 인구통계학적 자료, 고객의 현실, 고객의 요구(needs), 고객의 가치(values)에서 출발한다. 마케팅은 우리가 무엇을 팔길 원하는가를 묻는 게 아니라 고객이 사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마케팅은 우리의 제품이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를 말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만족하길 원하는 그들의 요구와 가치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혁신에 관해서는 기업은 항상 전보다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생산적인 혁신은 개선보다는 새로운 잠재력 또는 만족을 가져올 이전과 다른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드러커는 “기업은 항상 사회의 니즈를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를 위한 기회의 원천으로 파악하고 활용하도록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러커는 미션 스테이트먼트 못지않게 전략적 비전을 강조했다. 즉, 향후 3~5년간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정의하는 조직의 미래 전략 과정을 제시하고, 추구할 비즈니스 활동을 확인하며, 비즈니스의 미래 시장 포지션을 정의하고, 미래 고객의 니즈를 정의하며 비즈니스가 구축하고자 하는 조직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미션 스테이트먼트와 비전 스테이트먼트는 조직의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의 지침이 될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동기유발과 자신감을 제고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조직은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있다.

드러커가 특히 강조하는 활동이 있는데 바로 ‘계획된 체계적 폐기’다. 이는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진단에 입각한 것이다. 기업의 미션과 목적에 더는 부합하지 않거나, 고객에게 더는 만족을 주지 못하거나, 더는 우수한 기여를 하지 못하는 제품·서비스·프로세스·시장을 평가하여 폐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해야 한다. ‘아직도 효능·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가’, ‘향후 효능·성능을 유지할 확률이 있는가’, ‘여전히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 ‘현재의 인구·시장·기술·경제 현실에 부응하고 있는가?’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폐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 적어도 더는 자원들과 노력을 쏟아붓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의 전략적 사고

드러커는 묻는다. “당신은 현재의 제품 또는 비즈니스를 폐기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현재의 제품 또는 비즈니스 주기적으로 검토·평가·점검해왔습니까?” 이러한 점검을 주기적·순환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피터 드러커의 전략적 사고다. 물론 드러커는 ‘전략’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용어와 접목해볼 때 드러커는 계량적으로 분석적이진 않지만, 지각적(perceptive)이고, 해석적(interpretive)이면서, 전체적인 관점(holistic perspective)에서 전략적 사고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드러커는 기업의 핵심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가정이나 가설의 타당성을 점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첫째, 각각의 가정들이 현실에 입각하고 부합해야 한다. 둘째, 세 가지 영역(환경·미션·역량)에서의 가정은 상호 부합해야 한다. 셋째, 비즈니스 이론은 조직 전반에서 숙지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넷째, 비즈니스 이론은 지속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드러커는 언젠가는 모든 비즈니스 이론은 낡고 타당성을 잃게 된다고 봤다. 당연하게 여기던 가정이 진부해지는 시그널로는 조직의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자만), 급속한 성장을 경험했을 때, 예기치 않은 성공 또는 실패를 경험했을 때, 경쟁자가 예기치 않은 성공 또는 실패를 했을 때를 제시했다.

비즈니스 이론의 진부화를 사전에 진단하고 예방하기 위해 조직은 3년에 한 번 정도 제품, 서비스, 정책, 유통채널 등을 점검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이미 이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 이 사업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이다.

자기평가의 일환으로 드러커의 다섯 가지 중요한 질문을 점검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특히 조직의 비고객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이 영역이 바로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 신호가 나타나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조직의 현재 고객이 아니라).

5가지 중요한 질문은, ① 무엇이 우리의 미션·사명인가? ②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 ③ 우리의 고객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④ 우리가 도달·달성해야 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⑤ 우리의 계획은 어떠해야 하는가?이다. 따라서 조직에 비즈니스 이론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기제를 내재화해야 한다. 자기평가 도구로서 다섯 가지 중요한 질문은 조직의 역량과 충실도를 인식하고, 집행해나갈 기반을 마련해줄 기회들에 부합하도록 하는 데 활용된다.

예컨대 오늘날 시장에서 조직은 그들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협력해나가기 위해 매진하게 된다. 생존능력은 조직이 미래 추세를 예상할 수 있는 능력 여부에 달려 있다. 다섯 가지 중요한 질문은 조직이 가장 큰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들을 정렬하고 방출하면서 지속가능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조직은 급변하는 불확실한 경쟁 환경에서 이러한 자기평가 도구로써 다섯 가지 중요한 질문을 활용함으로써, 현상을 진단하고 성과를 평가할 수 있고, 변화를 예견하게 되며, 방향성을 점검·설정하고, 미래를 선제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게 된다. 또 리더십 개발에 가치를 부여하고, 실행에 옮기는 학습조직을 창출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며, 궁극적으로 고객과 시장에 가치를 제공하는 차이 나는 결과·성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 장영철 경희대명예교수(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공동대표)

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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